지난 2월 26일 KBS ‘다큐3일’에 방영되었던 <열정 스타트! 평창동계올림픽 센터 72시간>은 아이스메이커의 모습을 담았다. 우리가 모르는 곳에서, 잠자는 시간이 부족해도 열정과 책임을 다 하는 그들의 모습이 잔잔한 감동을 줬다. “아이스메이커라고 들어봤나요? 저는 평창 알펜시아 슬라이딩 센터에서 아이스트랙을 관리하고 있습니다. 평창동계올림픽이 1년도 남지 않은 요즘은 매일 훈련시작 전에는 트랙 상황을 체크하고, 훈련시간 중엔 트랙 정비와 함께 훈련이 원활히 돌아갈 수 있도록 지원을 합니다. 마지막으로 훈련 시간이 종료되면 마지막 정비 및 제빙작업을 끝으로 하루일과가 끝나죠. 선수시절(봅슬레이, 스켈레톤, 루지)보단 지금이 육체적으로 편합니다. 선수시절과 마찬가지로 지금하고 있는 일도 보람을 느낍니다.”
얼음을 만드는 사람들2018 평창 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의 알펜시아 슬라이딩 센터 아이스메이커팀 팀장으로 근무하는 이기로(42 청각6급) 씨는 팀원들과 함께 다가오는 평창 올림픽에 여념이 없다. 이 팀장은 “우리 평창 알펜시아 슬라이딩 센터에서 고생하는 모든 분들, 정말 감사하고 사랑합니다. 특히 추운데서 고생하는 아이스메이커 형님, 동생들 정말 고맙습니다”라고 말했다. 아이스메이커는 선수들이 최적의 상태에서 주행할 수 있도록, 트랙청소는 기본이고, 물을 뿌려 얼음의 두께를 4-5cm로 얼리고, 너무 두꺼우면 다시 깎는 일을 한다. 선수와 코칭스태프에게 더 없이 중요한 일이다. 선수생활을 했던 이기로는 선수들의 힘든 점을 잘 아는 까닭에 훈련에 어려움이 없도록 섬세한 배려를 하고 있다.
루지는 인공얼음 코스에서 1~2인승 썰매를 타고 미끄러져 내려오는 경기로 활주시간을 경쟁한다. 스켈레톤은 루지와 타는 자세가 다르다. 머리를 아래로 두고 엎드린 자세로 임하는 경기다. 루지와 마찬가지로 활주시간을 경쟁한다. 마지막 봅슬레이는 강철재의 원동형 썰매를 미끄러뜨려 고속으로 질주하며 활주시간을 경쟁한다. 평균시속이 130~140km에 달하는, 썰매경기 중 가장 빠른 속도가 특징이다. 썰매종목이지만 각기 차이가 있어 각자 선수들의 훈련방식이 다르다. 따라서 아이스메이커의 섬세한 작업이 매우 중요하다. 우수한 해외기술자를 초빙해 최고의 기술을 습득한 한국 아이스메이커팀은 나름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열악했던 국가대표 시절이기로 팀장은 유년시절 한쪽 청력을 잃었다. 운동을 좋아하고 긍정적인 성격으로 청소년 시절 체육을 통해 건강하게 자란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1995년 무주리조트 스키강사 시절 ‘루지강습회’에 우연히 참석해 테스트를 받았고, 바로 선수로 발탁되어 선수생활을 시작했다. 이 팀장은 1998년 나가노 동계올림픽에 루지선수로 참가한 이후, 2003년 강원도청 봅슬레이스켈레톤팀 창단과 함께 봅슬레이 선수로 변신했다. 그리고 청각장애인인 까닭에 선수활동을 하면서 많은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소통에 어려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팀장은 포기하지 않고 누구보다 성실하게 선수생활을 해냈다. “방향감각을 키우기 위해 눈감고 한발서기, 이미지트레이닝, 남들보다 많은 주행횟수 등 하루에 최대 10회까지 훈련했지요. 현재 봅슬레이 선수로 활약하는 청각장애인 김동현 선수를 보면 같은 운동을 했던 선배로서 정말 대견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번 시즌의 좋은 성적이 평창까지 이어지길 바랍니다.” 이기로는 청각장애인으로 비장애인 선수들과 함께 실력을 겨루기 위해 남몰래 노력했던 과거를 회상했다.
“우리나라가 처음으로 썰매 종목을 시작하던 시기에 선수가 없어 봅슬레이 2인승과 스켈레톤 선수를 병행하던 것이 육체적으로 가장 힘들었어요. 국내에서는 체력훈련만 가능하고 썰매를 탈 곳이 없었죠. 가장 기억에 남는 대회는 첫 메달을 안겨준 대회죠.” 이기로-강광배가 짝을 이룬 봅슬레이 팀은 2004년 7월 월드컵스타트대회 2인승에서 준운승을 차지했다. 그는 “불모지였던 한국에서 시상식 단상에 올라 목에 메달을 거는 첫 순간, 지금까지 힘들었던 훈련은 모두 잊게 되었죠”라고 추억을 전했다. 그가 선수생활을 할 때 한국 봅슬레이가 처한 현실은 열악했다. 2008년 아메리카컵대회에서 대표팀이 사용하던 봅슬레이에는 ‘KOREA(한국)’가 아닌 ‘USA(미국)’가 씌어 있었다. 미국이 15년 전 사용하고 창고에 보관했던 ‘골동품’을 주최 측에 500달러를 내고 빌려 수리해 탔다. 이후에도 경기 때마다 봅슬레이를 빌려 출전했다. 당시만 해도 볼슬레이 종목으로 국제대회에 출전 경험이 있는 선수는 국내에 8명뿐이었다. 그런 그에게 한국에서 동계 올림픽이 열린다는 것 자체가 정말 꿈만 같은 일이다. 보이지 않는 곳의 사람들이기로 팀장은 “평창 동계올림픽 개최지 결정이 되었을 때 정말 내 일처럼 행복했어요. 얼마남지 않은 지금은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있어요. 우리나라 선수들이 메달을 딸 수 있게 만드는 중요한 작업에 집중하는 중이죠. 봅슬레이 남자2인승과 스켈레톤 남자 등에서 금메달 가능성을 보고 있어요. 2평창 동계올림픽을 성공적으로 마무리 하는 게 꿈이자 목표입니다”라며 말했다. 평생에 단 한 번밖에 없는 평창올림픽을 위해 가족과의 생이별도 참아내고 있다.
그에게는 전주(전북)에 사랑하는 아내와 세 아이가 있다. “이번에 루지 이벤트 테스트경기와 봅스켈레톤 월드컵으로 3개월 만에 강원도에서 전주까지 5시간 넘는 거리지만 설레는 마음으로 다녀왔어요. 날 믿고 지지해주는 가족이 있어 힘이 나고 감사해요.” 그는 쑥스럽지만 가족에 대한 애틋한 정을 표했다. “사랑하는 고사라(아내) 씨 아이들 잘 키워줘서 고맙고, 항상 곁에 있어줘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서 미안해. 다빈이와 수빈이가 엄마의 든든한 아들로, 애교쟁이 수아가 엄마의 친구역할을 해줘서 아빠가 객지에서 일을 할 수 있다. 우리 가족들은 내가 살아가는 이유야. 감사하고 미안하고 사랑합니다.” 장애인스포츠는 장애인들과의 경쟁만을 얘기하지 않는다. 어느 곳에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즐기며 할 수 있느냐에 따라 장애인들의 역할도 커진다. 이기로 팀장은 한쪽 청력을 잃었지만 자신의 부족한 점을 보완하며 큰일을 해내고 있다. 장애인으로 얼름전문가가 된 이기로 팀장을 비롯해, 평창 올림픽을 위해 안 보이는 곳에서 사명감을 갖고 고생하는 분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헤럴드경제 스포츠팀=곽수정 객원기자 nicecandi@naver.com]
*'장체야 놀자'는 장애인은 물론, 비장애인에게도 유익한 칼럼을 지향합니다. 곽수정 씨는 성남시장애인체육회에서 근무하고 있고, 한국체육대학에서 스포츠언론정보 석사학위를 받은 장애인스포츠 전문가입니다. 장애인스포츠와 관련된 기사 제보를 언제나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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