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간 부실 털고 내실 다진 농협금융지주 회장…“디지털금융·글로벌진출 신시장 경쟁력 갖추면 5년뒤 국내 1등도 가능” 2년이 눈 깜짝할 새다. 밤낮없이 뛰어다니다 보니 벌써 임기가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 ‘회장’님이 뛰어다닐 일이 있을까 싶지만 그렇지 않다.
김용환 회장이 취임한 2015년 4월, 농협금융지주는 STX그룹에만 1조1000억원의 여신이 몰려 있어 하루하루가 위태로웠다.
김 회장은 “취임 당시 농협이 STX계열사에 여신이 많아 생각이 많았다”며 “(임기 내내) 상당한 부담을 가졌다”고 털어놨다. STX그룹의 구조조정이 본격화했지만, 부실은 줄어들진 않았다. STX그룹 뿐 아니라 대우조선해양, 한진해운 등 다른 구조조정 대기업 여신도 상당했다. 당시 건전성 지표인 고정이하 여신비율은 1.64%로, 지금(2016년 말 현재)보다 무려 0.32%포인트나 높았다.
구조조정은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이 주도했다. 대신 김 회장은 농협의 대기업 여신에 문제가 많은 원인을 파고들었다. 다시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다.
“살펴보니 산업 전망을 제대로 못 한데다, 시중은행들처럼 업종별 여신한도 등 리스크 관리체계가 없었습니다. 시중은행들이 조선ㆍ해운 업종에 여신을 조금씩 줄이는 동안 농협은 오히려 늘렸더라고요. 산업예측 실패로 부실채권이 급증하면서 대손비용이 늘고 수익이 줄어드는 악순환을 겪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본사뿐 아니었다. 경영이 위태로운데 현장이 너무 한가로웠다.
“현장 경영 차원에서 지점을 방문하면 영업점 직원들의 분위기는 의외로 평온했어요. 경영 지표에는 빨간불이 들어오는데 직원들은 위기를 느끼지 못하는 것 같았죠”
김 회장은 전사적인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다. 문제를 바탕으로 총 195개의 과제를 도출했다. 54개는 핵심과제로 선정해 김 회장이 매일 진행 경과를 보고받았다.
지주 내에 산업분석팀도 신설했다. 농협금융연구소 박사급 인력에다 외부 전문인력 7명을 충원했다. 분석 대상 업종도 기존의 24개에서 143개로 대폭 확대했다. 이들에게 경제 및 산업 분석 등을 통해 지주 내 계열사들의 산업별 포트폴리오와 위험노출액(익스포저) 한도를 관리하도록 했다. 올해는 등급 관리 업종을 688개까지 대폭 늘릴 정도로 역량이 강화됐다. 무엇보다 분석팀에서 정한 여신 기준이 영업점 여신 실행까지 연결되는 등 일관 체계도 구축했다.
지금까지 없었던 조기경보시스템도 갖췄다. 조선ㆍ해운 등 특정 업종에 편중된 여신은 일별로 모니터링하는 시스템도 구축했다. 은행 신용감리부 인력도 30명에서 지난해 52명까지 늘렸다.
효과는 분명했다. 농협금융은 지난해 산업분석팀에서 미국의 금리 인상을 예측하고 각 계열사에 관련 지침을 전달했다. 그 결과 NH농협투자증권은 미리 채권을 매각해 300억원의 이익을 실현했고, 생ㆍ손보 계열사는 채권 비중을 축소해 역마진을 줄였다.
수익이 낮은 점포는 과감히 통폐합을 했다. 2년간 점포는 41개소, 현금자동인출기(ATM)는 313대를 줄였다. 손익실적은 일별로 점검했다. ‘회장’임에도 직접 발로 뛰며 현장 직원들의 ‘마인드’도 적극적으로 바꿔갔다.
“시간이 날 때마다 영업점을 다니며 직원들에게 회사가 위기이니 잘 도와달라고 읍소했습니다. 다행히 직원들이 지난해 비용을 20% 줄인 것은 물론 임금을 일부 반납하고, 수수료 수익 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서 줘 지난해 흑자 전환이 가능했습니다”
농협금융은 지난해 1조6000억원의 충당금을 대거 털어내는 이른바 ‘빅배스(Big Bath)’를 단행했음에도 3210억원의 흑자를 냈다.
미래도약을 위한 준비도 갖췄다. 김 회장은 지주체제의 시너지를 위해 기업투자금융(CIB) 협의체를 만들었다. 자회사의 모든 투자정보를 CIB협의체가 총괄해 효율적인 투자가 이뤄지도록 하기 위해서다. 협의체 내에는 사회간접자본(SOC), 부동산, 유동화, 인수합병(M&A), 국제투자금융 등 실무분과를 둬 분야별로 정보 공유가 가능하도록 했다.
“농협금융의 자산이 지난해 말 366조원인데, 이중 투자할 수 있는 여유자금이 200조원 규모입니다. 자산운용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 지주사 체제 시너지 창출의 핵심입니다”
올해 농협금융의 사자성어는 연비어약(鳶飛魚躍)이다. 솔개가 날고 물고기가 뛰듯이 도약하고 비상한다는 뜻이다. 지난 2년간 내실 다지기에 주력한 만큼 이제는 비상할 일만 남았다는 의미다. 글로벌 시장에 대해서는 관련 부서를 국에서 부서로 격상하고, 이미 진출한 베트남, 미얀마, 인도는 물론 중국,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등도 진출 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다. 현재 농협금융지주의 목표점을 들어봤다.
“저금리 상황에서 은행마다 예대마진 경쟁이 심하다 보니 이자수익 확대는 한계가 있다. 은행과 비은행 간 비중을 50대 50으로 가져가고, 은행 내에서도 이자수익도 60% 이내로 줄여 지속 가능한 경영기반을 만들어야죠. 아울러 농협의 특성을 살려 농업 비중이 높은 인도네시아나 캄보디아 등에서 캐피탈사나 마이크로파이낸셜 회사를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 중입니다. 프랑스의 대표적인 협동조합은행인 크레딧 아그리꼴(Credit Agricole)은 프랑스에서 1등을 하는 우수한 금융회사죠. 수익 포트폴리오 균형이 잡힌 농협이 디지털금융이나 글로벌시장 진출 등 신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지면 5년 뒤에는 국내에서 1등도 할 수 있다고 봅니다”.
신소연 기자/carrier@heraldcorp.com
사진=이상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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