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영상 사회부장]지난 2010년 초, 한 언론사에서 경제 이해력 검증시험(테샛) 행사를 주관했다. 여기에는 국회의원 두 사람이 초청됐다. 조윤선 당시 한나라당 의원(현 여성가족부 장관)과 고승덕 의원이다. 이들은 직접 시험문제를 풀었다. 이들이 초대된 것은 아마 ‘똑똑한 의원’ 이미지 덕 이었을 것이다.
유명 로펌 변호사로 출발했고 한국씨티은행 부행장을 거친 조윤선과 고시 3관왕 출신인 고승덕, 게다가 18대 현역 국회의원(2008~2012년)이라는 프리미엄이 더해져 ‘귀빈’으로 초대받은 것이다.
조윤선과 고승덕. 둘을 비교하는 것은 무리다. 나이가 10살 가까이 차이가 나는데다 살아온 환경이 같지 않고, 캐릭터와 성격도 다르다.
그렇지만 놀랄만큼 닮았다. 둘다 18대 의원으로 일했고, 정무위 활동을 했다. ‘공부 잘했을’ 법한 금융통으로 신선한 얼굴로 정치권에 입성했고, 친화력도 뛰어나다. 정계 입문 과정도 비슷하다. 둘다 대선 직전 영입됐다. 조윤선은 2002년 대선을 앞두고 당시 이회창 한나라당 대선후보 캠프에 영입돼 선대위 공동대변인을 맡았다. 고승덕은 2007년 11월 한나라당의 ‘BBK 소방수’로 발탁됐다. 그리곤 둘다 2008년 국회의원 배지를 달았고, ‘정치 유망주’로 금세 부상했다. 흥미로운 것은 둘다 정무위에서 활약했음에도 문화와 교육 등 다른쪽에 시선을 꾸준히 뒀다는 것이다.
6년이 지난 현재 둘의 인생은 달라졌다. 조윤선은 여가부 장관으로 일하고 있고, 고승덕은 딸의 “아버지는 교육감 자격이 없다”는 폭로로 거머쥔 듯 했던 교육감 자리에서 좌초했다.
물론 둘다 나름대로 ‘자기 노력’의 길을 걸어왔다. 한나라당 최장수 대변인을 거친 조윤선은 박근혜 후보 대변인과 인수위원회 대변인 역할을 하며 ‘대통령 측근’ 입지를 넓혔다. 19대 총선 공천을 앞둔 2012년 1월 ‘돈봉투’ 의혹을 폭로하며 (보는 시각에 따라 다르겠지만)자기 소신을 내세운 고승덕은 청소년 멘토로 활동하며 재기를 노려왔다.
기자는 지난달 31일 양성평등교육진흥원에서 주관한 ‘폭력예방 전문강사 양성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오피니언 리더층에 폭력예방 교육을 함으로써 폭력사회 근절을 좀더 효과적으로 실천하자는 취지의 교육이었다. 거기에서 조 장관을 만났다. 그 역시 강의를 들었다. 좀 놀랐다. 빠듯한 일정을 빼 주말에 수강하는 것도 인상적이었지만 강의 시간 7시간 내내 꼿꼿하게 앉아 공부하는 모습에선 일종의 열정이 느껴졌다. “아마, 이렇게 오래 강의 듣는 것은 몇 십년만에 처음일 거예요”라고 그는 농담했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딸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폭로 글을 올리면서 온라인에서 ‘고승덕’ 키워드가 1위에 오른 것은.
조윤선과 고승덕. 누가 잘 살았고, 못 살았고를 말하고 싶은 게 아니다. 여가부 장관에 올랐을때 ‘전문성이 없는 대통령의 낙점’이라는 비아냥을 받았던 조 장관의 현재 삶과 교육감에서 떨어진 고 후보 인생의 옳고 그름을 논하는 게 아니다.
다만 자기 노력, 운명, 수신(修身) 등의 변수가 겹쳤겠지만, 초선 이후 6년이 지난 현재 다르게 전개되는 그들 인생을 볼때 여러가지 생각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