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관예우 문제로 온 나라가 시끌벅적하다. 전직 검사이자 대법관 출신 국무총리 후보자가 지난해 7월 변호사 개업 후 5개월 동안에만 신고된 수입이 16억원인 것으로 드러나면서 전관예우 부조리에 사회의 이목이 쏠렸다. 논란 속에 정작 후보자 자신은 사퇴의사를 밝히고 물러났지만 논란은 여전히 뜨겁다.
전관예우는 전직 판ㆍ검사가 변호사로 개업해 수임한 사건에 대해 현직이 예우차원에서 수사나 재판에서 유리한 처분이나 판결을 내려주는 특혜를 뜻한다. 이 과정에서 고위직 판ㆍ검사로 갓 퇴직한 변호사가 실제 변론노력에 관계없이 이름만 올려주는 소위 ‘도장값’만으로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을 받기도 한다.
월급 받으며 성실히 살아가는 시민들에게 허탈함과 무력감을 던져주기에 충분하다. 이는 단순히 거액의 수임료나 성공보수금으로 부당하게 부를 축적하는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법 앞의 만인평등, 공정한 재판이라는 헌법이념에 정면으로 배치될 뿐만 아니라 결국 사법정의를 파괴한다는 점에 더 큰 문제가 있다.
전관예우는 우리 사법제도의 후진성을 드러내는 대표적 문제다. 그간 대책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이미 1998년 변호사법에서 퇴임 직전의 관할구역에서는 일정기간 개업을 금지시켰다. 법원, 검찰은 변호사와의 만남을 금지시키는 업무지시도 내리고 감독도 해보았다. 모두 실효성 있는 해결책이 되지 못했다. 정년까지 근무하는 여건을 만드는 것도 방안이지만, 퇴직하면 엄청난 부를 쌓을 수 있고 승진 못하면 퇴직해야 하는 체제에서는 효과가 제한적이다.
사실 전관예우는 수사ㆍ기소ㆍ재판권을 판ㆍ검사에게 독점시킨 우리나라의 독특한 사법구조에서 비롯된 것이다. 검사의 수사권, 기소권, 영장청구권 독점에서 비롯된 입건재량, 경찰영장 기각이나 불구속의 재량과 불기소ㆍ축소기소의 재량에서 전관을 예우할 수 있는 힘이 나온다. 판사는 유무죄 결정 및 양형의 전권에 더해 유죄 받을 자에 대한 선고유예, 집행유예 권한에서 그 힘이 나오는 것이다.
다른 나라를 보자. 영미법계 국가에서는 무작위로 선출된 배심원들이 유무죄를 결정한다. 대륙법계 유럽각국은 법관과 일반시민이 함께 유무죄와 양형을 정하되 시민의 수가 우세한 참심제로 재판한다. 기소권도 마찬가지다. 영국은 물론 프랑스, 독일 등 유럽각국은 범죄의 피해자에게 별도의 기소권을 인정한다. 미국은 시민으로 구성된 대배심이 기소권을 행사하고, 일본도 시민으로 구성된 검찰심사회에서 기소독점을 견제한다. 수사권의 분권과 상호견제도 세계보편의 방식이다.
이처럼 국민이 직접 사법에 참여하는 곳에서는 전관을 예우할 재량이 발붙일 토대가 없다. 변호사는 판ㆍ검사와의 친분이 아니라 오로지 전문적 변론을 통해서만 승소할 수 있을 뿐이다. 재판과 기소에의 국민참여는 민주주의 이념을 실현하는 길이자 전관예우 등으로 얼룩진 법조병폐를 치유할 수 있는 근본해법이 될 수 있다.
이동희 경찰대 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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