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銀, 주담대에 집중 큰 수익 기업여신 충당금 쌓아 털어내 외환위기 교훈 위험거래 줄여

“시중은행이 대우조선 여신한도를 축소해 국책은행만 부담이 커졌다. 시중은행이 기존에 약속한 여신한도를 복원할 필요가 있다”

이는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지난 8일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유동성 위기에 처한 대우조선해양을 두고 한 말이다. 기업 여신의 리스크를 바라보는 국책은행과 시중은행의 엇갈린 입장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한 마디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들은 중국의 등장과 4차산업혁명 등으로 산업 구조가 개편되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 시장에서 경쟁력을 상실한 기업들을 사실상 반강제적로 인수하고 있다. 세계 경기 둔화로 업황이 극도로 악화된 조선과 해운업 등이 대표 사례다. 하지만 이미 부실이 진행돼 경쟁력을 잃은 기업을, 업황도 어려운 상황에서 되살리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 사이 주주들의 수익성을 추구해야할 일반 시중은행들은 충당금 등을 쌓으며 기업여신 리스크를 국책은행으로 전가시켰다. 주택담보대출은 떼일 위험이 거의 없는데다 수익성까지 높다. ‘전당포 영업’이란 비난도 실리 앞에서는 소용 없다. 주담대에서 번 돈으로 부실화된 기업여신 충당금을 쌓고도 조단위 이익을 남길 정도로 막대하다.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추가 자금 지원과 만기연장, 출자전환 등은 국책은행들의 단골손님이 된 지 오래다. 결국 막대한 고용 효과, 국가 산업 경쟁력 확보 등을 내세운 거대 담론의 실천 주체는 국책은행이 나홀로 전담하는 구조가 됐다.

대표적인 사례가 STX조선해양이다. STX조선은 지난 2013년 4월 업황이 부진한 상황에서 무리하게 저가 수주에 나섰다 경영난이 악화돼 자율협약에 들어갔다. 채권단은 이후 4조원이 넘는 돈을 투입했다. 하지만 자금지원에도 불구 경영은 호전되지 않자 채권단은 2015년말 말 4000억 원을 추가 지원하며 ‘특화 중소형 조선사’로 만드는 구조조정안을 마련했다. 그러나 우리ㆍKEB하나ㆍ신한은행 등 시중은행들은 반대매수청구권을 행사하고 채권단에서 이탈했다. 조선업 회생 가능성을 낮게 봤기 때문이었다.

결국 STX조선해양은 국책은행과 농협이 전담하다 법정관리로 마무리됐다.

대우조선해양에서도 4조2000억원에 달하는 최근의 추가 자금 지원도 산은과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이 홀로 맡았다. 시중은행들은 대우조선 여신등급을 발빠르게 요주의로 조정하며 충당감을 쌓아 부담을 덜어냈다. 반면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들은 정부의 자본확충을 앞두고서야 여신등급을 조정할 수밖에 없었다.

산은 관계자는 “업황이 어렵다고 국책은행이 일반 시중은행처럼 충당금을 쌓고 빠질 수는 없는 것 아니냐”며“정책금융의 숙명아니겠느냐”고 되물었다.

금융권 관계자는 “국책은행이야 본래 역할이 그렇고 정부의 자본투입이 용이해 위험을 감당할 수 있다고 본다”면서 “반면 시중은행들은 기업들에 대출을 퍼줬다가 공적자금까지 받았던 외환위기의 기억이 짙어 위험관리에 민감하다”고 설명했다.

정순식 기자/


su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