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미국에서 민주당의 가장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로 꼽히는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에 대한 재평가가 쏟아져나오고 있다. 최근 힐러리가 대권을 향한 행보에 본격적으로 나서기 시작하면서, 과거 그가 국무장관으로서 쌓은 공과에 대해서도 냉정하게 평가가 이뤄지는 분위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일(현지시간) ‘클린턴의 유산: 날개 꺾인 매’라는 제목의 분석기사에서 “힐러리가 대통령에 출마하게 된다면 외교 수장으로서의 경험에 크게 의지하게 될 것”이라면서 국무장관 시절에 대한 평가들을 모아 보도했다.

힐러리는 지난 2009년 1월부터 2013년 2월까지 국무장관으로 재임하면서 버락 오바마 행정부 1기 시절 미국의 대외정책을 진두지휘했다.

WSJ은 그가 “때로는 백악관에서의 역할보다 ‘매파’(강경) 성향을 드러낸 반면, 주요 순간에서는 자신이 원하는 대로 정책을 이끌어가는 능력이 부족했다”고 평가했다.

실제 오바마 1기 주요 대외정책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힐러리는 강경 입장을 고수했음에도 불구, 자신의 주장을 밀어붙이는 데 실패했다고 그의 전 동료들은 전했다.

벤 로즈 백악관 국가안보 부보좌관은 “논쟁이 있을 때마다 그는 보통 군사작전에 찬성했다”면서 “군사 행동을 펼치는 데 있어 (오바마 대통령보다)편안하게 생각했다”고 밝혔다.

일례로 그는 시리아 반군을 무장시켜 아사드 정권과 싸우는 데 도움을 줘야한다는 입장이었으나, 중동 문제에 깊게 개입하는 것을 우려한 오바마 대통령의 시각에 부딪혀 좌절됐다. 이집트와 관련해서도 호스니 무바라크 전 대통령의 퇴진안을 놓고 오바마 대통령의 젊은 보좌관들과 번번이 충돌한 것으로 전해졌다.

뿐만 아니라 시리아 내전 등 중동지역에서 발생한 각종 문제에서 평화를 이끌어내는 결정적 역할이 부족했다는 평이다. 통상 국제 문제에서 당사국 간 협약이나 합의가 때로는 상황을 반전시킬 ‘돌파구’가 되는데, 힐러리가 이 같은 업적을 세우진 못했다는 것이다.

앤드류 배서비치 보스턴대 국제관계학 교수는 “국무장관 시절 성과에 관한 한 그녀가 받아야 할 성적은 ‘I(Incompleteㆍ미완성) 학점’”이라면서 “특별한 성과나 이니셔티브, 혹은 그녀의 공적으로 볼 만한 아이디어를 꼬집어내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특히 최근 나이지리아 여중생 납치 때문에 국제적 관심을 받은 이슬람 무장단체 보코하람과 관련, 그가 ‘테러단체’로 지정하지 않은 것 때문에 사태가 커진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반면 힐러리 지지자들은 그가 미국 경제의 회복에 큰 역할을 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힐러리 밑에서 국무차관을 지냈던 로버트 호매츠 전 골드만삭스 부회장은 “(미국의)최고경영자(CEO)나 기업 지도자가 곤란을 겪고 있을 때 국무부에 찾아오길 원했다”면서 “우리는 모든 기구를 사용했다”고 말해 미국 기업의 해외 경영에 지원을 아끼지 않았음을 시사했다.

한편 힐러리는 최근 잇달아 대외활동에 나서면서 대권 행보에 시동을 걸고 있다.

힐러리는 지난달 29일 오바마 대통령과 비공개 오찬 회동을 가진 데 이어 오는 10일에는 회고록 ‘어려운 선택들’(Hard Choices)을 발간한다. 또 다음달 16일부터 전국 순회 출판회를 다니며 대권 출마 등 자신의 입장에 대해 피력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강승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