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은지 기자]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 트럼프 행보에 수출주가 떨고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후보 시절 주창하던 보호무역주의, 반(反) 이민정책을 적극 실행에 옮기면서 ‘무역전쟁’이 ‘환율전쟁’으로 비화하고 있다.
▶원ㆍ달러환율 급락… 자동차ㆍ철강 ‘비상등’=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원ㆍ달러환율이 1120원대까지 하락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약달러에 따른 수출주에 비상이 걸렸다. 지난 3일 원ㆍ달러환율은 1147.60원에 마감, 지난해 말 1207.70원보다 60원 넘게 빠지면서 -5%(-4.97%) 가까이 내려앉았다. 6일에도 하락세가 이어지며 1100원대가 위협받고 있다.
원화 강세(환율 하락)는 수출에는 부정적, 수입에는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와 수출이 주 수입원인 국내 기업에게는 직격탄이 될 수밖에 없다. 수출 제품의 달러화 표시 가격이 오르기 때문에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특히, 자동차와 철강주(株)에 포화가 집중됐다.
올 들어 현대차그룹의 현대모비스는 -8.14%까지 빠졌고, 그 외 기아차(-7.89%), 현대차(-5.82%)도 큰 폭으로 빠졌다. 트럼프가 멕시코 현지 공장에 2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말해 상대적으로 미국 현지 생산 비중이 낮은 국내 자동차 기업이 최대 타깃이 된 결과였다.
철강 대장주 POSCO도 4분기 ‘어닝 서프라이즈’로 1월 주가가 다시 상승할 것이란 기대가 있었지만, 2월 들어 -2.02% 빠지며 오름세가 주춤하고 있다.
김영준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환율에 민감한 자동차나 소재 업종 등은 환율이 하락하면 실적에 압박을 느낄 수 있다”며 “최근 자동차 관련주의 주가가 급락한 데는 실적 부진에 대한 실망감과 환율 하락, 보호무역주의 등의 우려감이 동시에 작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弱달러 당분간 지속… 환율조작국 지정 여부 ‘촉각’= 원ㆍ달러환율은 이달 초까지만 해도 상승세를 이어가며 1200원대에서 거래됐지만, 트럼프는 이에 제동을 걸었다. 트럼프 경제정책의 핵심인 미국 제조업과 수출산업 육성을 위해서는 달러 약세가 반드시 선행돼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2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연방기금 금리를 0.5~0.75% 범위에서 동결하면서 약달러 기조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하건형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당분간 달러화 약세 기조는 불가피해 원ㆍ달러 환율이 1120원대까지 저점을 낮출 수 있다”며 “트럼프 정부는 달러화 강세를 경계하는 발언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더해 오는 4월 미국의 ‘환율조작국’ 지정 여부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국 재무부는 4월 말 환율보고서를 발간하는데 3가지 요건에 해당하면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한다. 한국이 그 요건 중 2가지(대미 무역흑자 200억 달러 이상, 국내총생산 대비 경상흑자 비중 3% 이상)에 해당한다.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되면 미국 정부 조달시장 진출금지 등의 불이익을 받게 되고, 무역보복 조치를 당할 가능성도 매우 높아진다. 다만 ‘수출에 유리한 자국통화 절하 방향의 외환개입 지속’이란 조건에서 제외되는 등 가능성은 낮게 점쳐지고 있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환율조작국 지정은 한국 수출에 큰 마이너스 요인이기 때문에 원화가치가 급격히 약세를 띨 것”이라며 “트럼프 입장에서는 애초 의도(달러 약세)와 반대의 결과를 낳을 수 있는 환율조작국 지정을 실제로 할지가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