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해준 기자] 1950년대 후반~1960년대 전반에 태어나 1980년대 민주화 시련기와 1990년대 말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를 거쳐온 50대의 가장 큰 경제적 고민은 ‘노후대비’다. 물론 자녀의 교육과 결혼ㆍ취업 등도 해결해야 할 큰 과제이며, 건강을 챙기는 것도 중요한 일이지만, 기대수명의 증가로 30~40년이 남은 인생 2막을 어떻게 펼쳐갈지가 가장 핵심적인 과제다.
하지만 현실은 그리 밝지만은 않다. 은퇴를 앞둔 50대의 절반 이상이 노후대비가 충분치 못한 가운데 조기퇴직에 내몰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법적으로 정년이 60세로 늘어났지만 이를 채우고 은퇴하는 사람은 소수에 불과하다. 일정 나이가 되면 회사로부터 퇴직에 대한 유무형의 압박을 받게 되고 임금피크제가 적용되면 조직으로부터도 ‘퇴물 인식’을 받게 돼 정년을 채우기 힘들다.
조기 퇴직에 내몰리고 있지만, 공적 연금시스템을 비롯한 사회안전망이 취약하고 사적 연금도 역사가 짧아 노후대비가 부족하다. 많은 은퇴자들이 노후를 국민연금에 의존하고 있지만 연금 수령액이 생활비에 턱없이 부족한데다, 주택담보대출 등 금융권으로부터의 빚이 많아 은퇴 이후가 막막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요인들이 50대들의 경제적 행복도를 크게 떨어뜨리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올해초에 발표한 경제행복지수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4분기 50대가 지목한 경제적 행복의 장애물은 단연 ‘노후준비 부족’이었다. 50대의 절반에 육박하는 47.8%가 이를 꼽았다. 20대는 일자리 부족(29.9%), 30대는 주택문제(35.5%), 40대는 자녀교육(34.8%)을 경제적 행복의 최대 장애물로 꼽은 것에 비해볼 때, 노후준비 부족에 대한 50대의 고민은 압도적인 셈이다.
그렇다 보니 나이가 들수록 경제행복지수가 하락하는 경향을 보였다. 현대경제연구원 조사를 보면 경제행복지수는 20대를 피크로 낮아지는 추세다. 작년 4분기의 연령대별 경제행복지수를 보면 20대는 46.5%에 달한 반면 30대는 42.7%, 40대는 37.8%, 50대는 34.7%, 60대 이상은 29.3%에 불과했다. 20대를 피크로 행복도가 10년 단위로 대략 5%포인트 정도 낮아지는 추세를 보였다.
이러한 추세는 세대별 행복도가 ‘유(U)자형’을 보이는 선진국과 크게 다른 것이다. 선진국의 경우 10대 말~20대 초반에 행복도가 1차 정점에 달했다가 학업을 마치고 사회생활에 뛰어들면서 하향곡선을 그리기 시작한다. 그러던 것이 40대 후반~50대 초반에 최저치로 떨어진 다음 다시 상승세로 돌아서 꾸준히 높아진다. 특히 주목되는 점은 60대에 이르면 10대 후반~20대 초반의 행복도를 뛰어넘는 행복도를 보인다는 점이다. 말하자면 60대를 넘어서면 이전에 느껴보지지 못했던 큰 행복감을 맛보게 되는 셈이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는 ‘미끄럼형’이다. 이를 놓고 본다면 한국인에겐 일생에서 가장 불행한 시간이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형국이라 할 수 있다. 행복도가 본격 미끄럼을 타기 시작하는 것이 50대이며, 그 핵심적인 이유가 바로 노후준비 부족이라는 얘기다.
결국 한국인의 행복도를 높이려면 50대가 직면한 노후불안 해소가 시급한 셈이다. 그러기 위해선 연금시스템의 확충과 실효적인 정년연장, 고령자 일자리 및 사회참여 확대, 주택연금 활성화 등 다각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50대 이상이 행복한 삶을 영위할 경우 청~장년층도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가질 수 있고, 그것이 궁극적으로 사회 전체의 행복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