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대미 흑자 줄이려 “미국산 가스ㆍ원유 수입 늘려달라” 은근한 압박
업계 “운송비 등 경제성 떨어져서 힘들어…관세 혜택 등 유인책 열어줘야”
[헤럴드경제=배두헌 기자] 최근 정부가 트럼프 행정부의 통상압력에 대처하는 방안으로 미국산 셰일가스-셰일오일 수입 등을 거론하고 있는 가운데 관련 업계가 난색을 표하고 있다.
정부가 관세혜택 등 별다른 유인책도 내놓지 않으면서 경제성이 떨어지는 사업을 하라는 압박만 계속해 업계가 벙어리 냉가슴을 앓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최근 대미 무역 흑자 줄이기에 나섰다. 대미 흑자가 트럼프 행정부의 통상압력으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달 초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이에 대한 방안으로 “셰일가스를 사와 경상수지 흑자를 줄이겠다”고 밝혔다.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앞서 지난달 SK E&S, SK가스, GS 에너지, E1 등 에너지업계 사장들을 만나 “2017년부터 본격화하는 미국의 셰일가스 수입을 계기로 양국의 가스분야 협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액화천연가스(LNG) 업계는 3~5년 전 계약을 맺은 물량이 올해부터 들어오는 것과 별개로 추가 도입은 망설이고 있다. 가스공사를 거치지 않고 직도입한 물량은 자체 발전소 운영에만 쓸 수 있을 뿐 다른 회사에 팔 수 없다는 규제 등 때문이다.
액화석유가스(LPG) 수입사인 SK가스와 E1 역시 “검토는 하고 있지만 당장은 운송비 등 경제성이 안 맞아 미국산 LPG를 직도입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미국산 가스 가격이 중동산의 80~85% 정도는 돼야 타산이 맞는데 현재는 95% 수준이라 지속적 도입이 어렵다는 것이다.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싱가포르 시장에서는 미국산 물량을 조금씩 사 줘야 중동산 가격 견제가 되는 건 맞지만 직도입은 시기상조”라며 “정부에서는 국내 기업이 미국과 수입 계약을 체결했다는 상징적인 모양새를 기대하고 있는 것 같다”고 귀띔했다.
셰일오일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GS칼텍스는 지난해 총 200만배럴의 미국산 오일을 들여왔지만 현재로선 추가 도입 계획이 없다. 높은 운송비를 감안했을 때 장기계약은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이미 업계에서는 “GS칼텍스가 정부의 은근한 등 떠밀기에 (경제성이 떨어지는 미국산 원유 수입이라는) 희생을 한 것 아니냐”는 소문까지 돌았다.
정유업계의 한 관계자는 “물론 정부가 정유회사들에게까지 직접적 압박을 주고 있는 건 아니지만, 셰일오일이건 셰일가스건 관세혜택 등을 주지 않고서는 업계가 수입할 수 있는 타산이 안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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