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통합개발 추진 발표 이후 매물 실종 -‘35층 vs 50층’ 곳곳 현수막…입주민 혼란 -강남구 “정식 추진위 위한 공공성 확보 단계” -매매ㆍ전세가격 11월 하락 전환…거래량 뚝
[헤럴드경제=정찬수 기자] “사업 추진 요청서를 강남구청에 제출합시다.” “지금하면 안 됩니다.”
압구정 아파트지구에서 규모가 가장 큰 구현대아파트의 쪼개진 민심은 현수막에서 감지된다. 최고 35층을 고수한 서울시의 지구단위계획 지정으로 혼란이 거듭되고 있다. 한 주민은 “도대체 누가 현수막을 거는 지 모르겠다”며 “그저 빨리 추진되기만 바랄 뿐”이라고 했다.
서울시는 지난해 10월 압구정 아파트지구를 지구단위계획으로 묶은 청사진을 제시했다. 개별 단지별로 추진되던 단지를 6개의 사업단위로 묶은 맞춤형 계획이다. 압구정역 역세권과 중심상업시설을 포함해 상권과 연계성도 높였다.
입주민과 강남구가 이의를 제기한 대목은 최고 35층 제한 규정이다. 초고층 재건축에 대한 열망이 꺾인 동시에 ‘대표 부촌(富村)’의 길목이 막혔다는 실망감이다. 뒤숭숭한 분위기는 지역 전체로 퍼졌다. 한 공인 관계자는 “지구단위계획에 포함된 신현대와 미성, 한양 등도 층수 제한에 대한 고민은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강남구는 지난해 “재건축 추진 속도가 1~2년 지연될 수 있다”며 “한강변 35층 아파트 층수 제한 등의 규제를 공고하려는 의도로 주민 의견을 봉쇄한 것”이라고 반발했다. 이어 11월에는 코엑스에서 압구정아파트지구 주민 1000여명을 초대해 용역사와 함께 공공 주민설명회를 열고 시에 소통창구를 열어달라고 요구했다.
부정적인 전망은 시세에 악영향을 미쳤다. 12일 부동산114 자료를 보면 지난해 압구정동의 매매가격 상승세는 12월(2650만원ㆍ이하 3.3㎡당) 하락 전환했다. 전셋값은 이보다 더 민감했다. 11월에 1798만원으로, 12월엔 이보다 더 낮은 1797만원을 기록했다. 최근에 거래된 단지는 구현대5차로 전용 82㎡(8층)이 18억9900만원이었다. 지난해 11월에는 구현대4차 전용 117㎡(3층)이 25억원, 신현대 111㎡(12층) 17억원에 거래됐다.
중개업자들은 최근 들어 물건이 종적을 감췄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의 압구정동 매매 건수는 서울시의 지구단위계획 발표 전후인 9월과 10월 각각 45건, 41건이다. 그런데 11월 21건, 12월 12건에 그쳤다. 1월 거래는 현재까지 단 1건이다.
이 지역 S공인 관계자는 “서울시 발표 이후 정비사업이 늦어질 것을 우려한 집주인들이 물건을 거두면서 시세가 하락했다”며 “계절적 비수기라 해도 올해는 더 혹독하다”라고 말했다. 또다른 공인 관계자는 “1~2년이 문제가 아니라 10년은 더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공식적인 재건축추진위원회가 꾸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이른바 ‘추진위원회’, ‘준비위원회’ 등이 주도권 싸움을 하면서 앞날은 더 불투명해졌다.
업계는 올해 말까지 유예된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적용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초과이익 환수제를 피할 수 없다면 지분율이 높고 역세권의 중층 단지들에 반사이익”이라며 “그래도 지구단위계획으로 정비사업이 광범위하게 진행되면 전체적인 흐름이 긍정적으로 흐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권대중 대한부동산학회장은 “과거와 달리 생활ㆍ교육 인프라가 부촌의 기준이 된 만큼 장기적으로는 시세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andy@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