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탄핵소추위원단이 박근혜 대통령 탄핵사유를 뒷받침할 증거를 헌법재판소에 잇따라 제출하며 박 대통령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소추위는 전날 헌재에서 열린 박 대통령 탄핵심판 첫 변론기일에서 지난 1일 박 대통령의 신년 간담회 전문을 증거로 추가 제출했다. 소추위 측 대리인 황정근 변호사는 “추천을 받아 인사를 했다거나 (최순실 씨 지인의 회사인) KD코퍼레이션을 (현대차에) 간접적으로 소개했다는 부분이 탄핵사유의 증거가 될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위원단을 이끌고 있는 권성동(가운데)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위원단을 이끌고 있는 권성동(가운데)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앞선 준비절차기일에서 검찰 공소장과 국회 국정조사 회의록, 신문기사 등을 증거로 제출했던 소추위는 이날까지 58가지의 서증을 재판부에 제출했다. 소추위는 이틀 전 박 대통령의 신년 간담회 내용도 놓치지 않고 탄핵의 증거로 삼았다. 박 대통령으로선 해명을 위해 자청한 신년 간담회가 오히려 소추위 측에 공격의 빌미를 제공한 셈이 됐다.

황 변호사는 “증거를 전자소송으로 제출하기 때문에 준비되는 대로 수시로 제출하고 있다”고 밝혀 앞으로도 그 개수가 늘어날 수 있음을 시사했다.

박한철 헌법재판소장도 전날 10분간 진행된 변론기일에서 소추위가 제출한 증거를 비중있게 거론했다. 박 소장은 청구인석을 바라보며 “무엇보다 탄핵소추의결서에 나온 사실을 구체적으로 증명해야 한다”며 “58호까지 제출된 서증이 의결서에 나온 탄핵사유 중 어떤 것을 증명하기 위한 것인지 서증별 입증취지를 제출해달라”고 요구했다. 황 변호사는 곧바로 “증거설명서를 제출하겠다”고 답했다.

반면 박 대통령 측은 증거제출에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모습이다.

대통령 측 대리인단은 첫 준비기일에서 대통령 말씀자료와 기업 활동에 지장을 주는 행정규제를 해제한 내용 등이 담긴 3개의 증거를 제출했다. 재판부가 세월호 참사 당일 박 대통령의 행적에 대한 답변서를 요구했지만 이마저도 아직 제출하지 않은 상태다. 이 변호사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철저히 준비 중”이라면서도 정작 당사자인 박 대통령과는 지난 달 29일 이후로 만난 적이 없다고 했다. 때문에 증거제출이 늦어지고 있는 배경엔 이처럼 박 대통령과의 만남에 어려움을 겪거나 정보접근에 제한을 받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김현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