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정태일 기자]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자국 자동차 기업들을 거세게 압박하며 보호무역주의 본색을 드러내고 있다. 포드는 멕시코 공장 건립 계획을 끝내 철회했고, GM은 멕시코 생산 물량이 관세폭탄을 맞을 위기에 놓였다.

이런 상황에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멕시코 공장을 가동시키는 기아차도 트럼프식 옥죄기 사정권에 들어갈 수 있어 당장 올해 판매전략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포드는 3일(현지시간) 멕시코 산루이스포토시주(州)에 16억달러를 들여 짓기로 한 공장 설립 계획을 취소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포드의 베스트모델인 포커스 차세대 모델은 현재 가동 중인 멕시코 에르모시요 공장에서 생산될 예정이다.

멕시코 공장 추가 설립을 취소한 대신 포드는 본국의 미시건에 자율주행과 전기차를 위해 7억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미시건에 있는 포드의 플랫록 공장에서는 머스탱, 링컨의 모델이 생산되고 있다. 포드 측은 이번 투자를 통해 약 3500개의 일자리를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포드의 이 같은 결정에 대해 자동차 업계에서는 포드가 사실상 트럼프 당선인에 백기를 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만 해도 마크 필즈 포드 CEO는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당선인의 압박에도 일부 소형차 생산시설의 멕시코 이전을 강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필즈 CEO는 이번에 “트럼프 당선인과 그의 친성장 정책 아래 우리는 미국 제조업 시장 환경을 더욱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며 입장을 바꿨다.

이제 업계의 시선을 또 다른 미국 자동차 기업 GM에 쏠려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트위터’를 통해 “GM은 멕시코에서 만들어진 크루즈를 미국의 판매점에 보낼 때 세금을 내지 않는다. 미국에서 (차를) 만들거나 아니면 높은 세금(big boredr tax)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GM은 지난해 6월부터 소형 승용차 크루즈를 멕시코에서 만들어 미국에서 판매해 왔다. GM은 당시 수요 증가 때문에 이같이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트럼프 당선인의 관세부과 방침이 현실화 될 경우 GM도 큰 타격을 입게 돼 포드와 같이 자국 정부의 요구를 수용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올해 본격적으로 멕시코 공장을 가동하게 되는 기아차에도 적잖은 영향이 예상된다. 기아차는 올해 멕시코 공장 생산물량을 지난해보다 15만대 더 늘려 총 25만대의 생산 계획을 잡고 있다.

주력 모델은 K3로 생산물량의 80% 이상을 북미로 수출한다는 전략을 갖고 있으나 포드와 GM에 잇따라 가해진 압박에 기아차 역시 전략 수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현재까지 기아차는 북미 수출 계획에 특별한 조정 방침을 세우지 않은 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열린 법인장회의에서도 미국 신정부 출범으로 인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 시의 영향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고 각 시나리오별 판매 전략에 대해 논의하는 수준이었다.

특히 기아차 멕시코 공장 생산물량 판매전략이 틀어지면 올해 세운 전체 판매목표 달성도 틀어지게 돼 기아차로서도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기아차는 올해 전체 판매목표치를 지난해보다 5만대 증가한 317만대로 세웠다. 어려워진 경영환경 속에서도 판매목표치를 늘린 것은 멕시코 공장이 올해 풀가동(30만대) 수준에 가깝게 돌아갈 수 있다는 분석이 깔렸기 때문이다.

이에 GM처럼 기아차 역시 관세폭탄 압박을 받을 경우 전체 판매전략을 전면 재수정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killpass@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