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발성장세 예고 리퍼브 시장 직접 가보니…
-한샘 올랜드 아울렛 연매출 550억원 규모
-2013년 시작한 떠리몰은 회원수가 18만명
-리퍼홀릭 10년전 대비 최대 20배 사업성장
[헤럴드경제=김성우 기자] ‘가위바위~ 보!’
한적했던 시골 동네 파주시 금촌동은 700명이 넘는 사람들의 가위바위보 소리로 시끌벅적해졌다. 파주에 위치한 한샘 올랜드 아울렛에서 100만원 상당의 가구를 12만5000원에 판매하는 이벤트가 열렸기 때문이다. 이 아울렛은 스크래치가 나거나 반품된 가구를 정가대비 43~47% 할인된 가격에 판매하는 ‘리퍼브(Refurb) 전문매장’이다. 난방용품, 온수매트 등의 제품도 반값에 선보인다. 저렴한 가격 덕분에 평소 방문하는 고객은 500여명에 달한다.
리퍼브 시장은 해마다 큼지막한 성장폭을 기록하며 지속 성장하고 있다. 리퍼브 상품 전체를 취급하는 온라인몰이 전국에 3개 운영되고 있고, 다양한 전문몰들도 수를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여기에 동네단위의 리퍼브 매장을 합치면 전체 시장 규모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여겨진다. 소비자 인식도 변했다. 다음에서는 리퍼브의 줄임말인 ‘리퍼’를 검색한 사용자가 올해들어 200% 이상 증가했다.
8년전부터 리퍼브몰을 운영하고 있는 서동원 한샘 올렌드 아울렛 대표는 “최근들어 리퍼브 인기가 더욱 커졌다”고 했다. 현재 올랜드 아울렛은 연 매출이 550억원 규모에 달한다. 한샘 대리점들이 일반적으로 올리는 매출은 10억원에서 100억원 수준, 올랜드 아울렛은 이들과 비교했을 때 많게는 55배 이상 매출이 많은 셈이다.
올랜드 아울렛은 물품을 주로 한샘을 통해 매입한다. 생산이나 운송 중에 살짝 스크래치가 생긴 물건이 매입 대상이다. 최근에는 인천 아시안게임 당시 한샘이 납품했던 물건들을 매입했고 평창 동계올림픽에 납품되는 물건들도 향후 사들인다는 계약을 맺었다.
현재 올랜드 아울렛이 취급하고 있는 물건은 5톤 화물자동차 1000대 분량으로 물류창고 규모가 1만3223㎡(약 4000평)에 달한다.
대형 할인마트도 각자 리퍼브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들 대형마트는 자체 유통과정에서 포장지가 찌그러진 제품 등을 저렴하게 판매한다.
가장 앞장서 있는 것은 홈플러스다. 부 매장에 리퍼브관을 따로 만들어서 운영하고 있다. 최근 소비자들의 인식이 전환되면서 매장은 상품을 보러 오는 사람들로 매일 북적인다.
비싼 제품들을 저렴한 가격에 소비자에게 내놓는다는 취지로 세워진 아울렛 매장들도 리퍼브 제품을 꾸준히 매입해서 판매하고 있다. 롯데프리미엄아울렛 파주점은 1층에 PC와 태블릿 제품을 선보인 ‘전시몰’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현대시티아울렛 동대문점에서는 필립스와 테팔 등 생활가전 제품을 30~50% 저렴한 가격에 판매한다.
최근 리퍼브 제품을 구입한 김재성(37ㆍ경기도 남양주시) 씨는 “흠집이 있는 제품을 최근에 저렴하게 구매했다”며 “기능 자체로 문제가 있는 게 아니니까, 싸게 상품을 구입하니 마음에 든다”고 했다.
온라인 리퍼브 홈페이지들도 최근 호황을 맞고 있다. 지난 2013년 시작한 떠리몰은 온라인 홈페이지 오픈 3년여만에 회원수가 18만명을 넘어섰다. 하루 방문객수도 1만5000여명 수준. 매출은 해마다 2.5배에서 3배씩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신상돈 떠리몰 대표는 “매년 7000억원 규모로 버려지는 식품이 아까워 사업을 시작했다”고 했다. 이런 작은 생각에서 시작한 사업은 현재 생활잡화와 화장품, 가전제품까지 이어지며 종합 쇼핑몰로 성장했다. 떠리몰은 이제 ‘팔지 않는 제품이 없을 정도’로 성장했다.
생활잡화를 주로 취급하는 리퍼브 쇼핑몰 리퍼홀릭도 마찬가지다. 최근 불경기 여파를 타고 매출이 급격히 늘었다. 이전에는 1억원 정도 월매출이 발생했는데, 현재는 매달 5억원 수준이다.
김동철 리퍼홀릭 대표는 “사업을 시작한지 10년이 다 돼가는데, 그 당시와 비교하면 최대 20배 규모로 사업이 성장했다”며 “최근 경기가 둔화되면서 고급상품을 저렴하게 판매하는 리퍼브 시장이 더욱 커진 것 같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리퍼브 업체 대표들은 향후 시장활성화를 위한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신상돈 대표는 “고객의 리퍼브에 대한 사랑은 높아졌는데, 문제는 리퍼브 상품에 대한 공급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생산ㆍ유통업체들이 신경써서 리퍼브로 판매될 수 있는 제품들이 버려지지 않고, 시중에서 새로운 주인을 만날 수 있었으면 한다”고 했다.
김동철 대표도 “외국에서는 셀비지(Selvage)라는 이름으로 리퍼브 제품이 활발하게 유통되고 있다”며 “한국도 상황이 많이 나아졌지만, 앞으로 더욱 활발해질 필요가 있다”고 했다.
휴대전화 업계도 리퍼제품 시장이 급속도로 커지고 있다. 상품 파손시 새제품으로 물건을 교환해주는 ‘아이폰 리퍼’는 아이폰 유저들 사이에서 이미 익숙해졌다. 삼성, LG휴대전화 리퍼 제품도 온라인 쇼핑몰을 중심으로 저렴한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한편 전문가들은 태동하는 리퍼브 산업 자체에 대해 체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박완규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리퍼브상품에 대해서는 일률적인 접근보다 경제학적으로 비용을 합리적으로 고려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며 “리퍼브상품이 환경훼손을 막고, 경제를 살리는데도 도움이 되려면 운송하는 데 드는 운송료나 배기가스 등 경제ㆍ환경 측면에서 면밀한 검토가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식품 리퍼브의 경우에는 판매자나 국가 차원에서 소비자가 신뢰하고 먹을 수 있도록 올바른 품질검증도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