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료원 사회정신건강연구소 ‘정신건강 10대뉴스’ 첫 선정

-“거짓말이 신뢰사회 무너뜨리고 국민에게 좌절감과 분노 안겨”

-알파고 쇼크, 아동학대, 지진공포, 강남역 살인사건 등도 끼어

[헤럴드경제=김태열 기자] 2016 병신년(丙申年) 한해는 유난히 사고도 많고 탈도 많고 의혹도 많은 한해였다. 그렇다면 어떤 뉴스가 국민들의 정신건강에 좋든, 나쁘든 심각한 영향을 줬을까.

이같은 10가지 뉴스에는 단연 ‘최순실 국정농단’이 앞에 섰다. 인공지능에 인간이 지배를 당할 수 있다는 공포를 줬던 세기의 바둑대결 후의 알파고 쇼크, 여혐ㆍ남혐 대결구도로 치달았던 강남역 살인사건, 강력한 트라우마로 한반도도 안전하지 않다는 게 입증된 지진 공포 등도 10대 뉴스에 끼었다. 모두가 평등하게 경쟁한다는 취지로 가면을 쓰고 벌이는 노래 대결 프로그램인 ‘복면가왕’도 당당히 자리했다.

28일 삼성의료원 사회정신건강연구소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10여명의 의견을 토대로 올해 국민 정신건강에 의미 있는 변화가 나타났거나 큰 파문을 일으킨 사건 10개를 선정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 정신건강과 관련한 10대 뉴스 선정은 처음이다.

사회정신건강연구소에 따르면,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들이 이구동성으로 언급한 사건은 바로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이다. 사건과 관계된 인물들의 거짓말이 사회신뢰를 무너뜨리고 국민에게 좌절감과 분노를 안겼다는 게 공통 의견이었다. 국민들의 정신건강에 해악을 끼쳤다는 것이다.

김석주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거짓말은 우리 몸속을 훤히 들여다보는 자기공명영상(MRI)과 같은 기술로도 밝혀내기가 쉽지 않다”며 “이 때문에 거짓말은 타인을 향한 의심을 키워 사회신뢰를 무너뜨리고 상처를 남긴다”고 했다. 홍진표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사회정신건강연구소 소장) 역시 “정치 지도자, 특히 대통령에 대한 기본적인 믿음이 깨지는 인지 부조화가 일어나면 사람들은 불안감과 좌절감을 느끼게 된다”고 했다.

그렇다고 거짓말이 없는 사회를 꿈꾸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므로 사회신뢰를 무너뜨리지 않기 위해서는 사회 구성원 공동의 노력이 동반돼야 한다고 의사들은 지적했다.

김 교수는 “가장 순수할 것 같은 어린아이도 거짓말을 한다고 알려졌는데 거짓말에 대한 의심보다는 거짓말로 인해 타인이 고통을 받는다는 점에 공감할 줄 아는 인식이 필요하다”고 했다. 홍 교수는 “촛불집회처럼 주위 사람들과 사회의 중요한 가치에 대해 진지한 대화를 하는 것도 불안감과 좌절감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된다”며 “우리 사회의 중요한 가치에 대한 공론화를 통해 심각한 사회 정신건강 위협을 극복하고 더욱 성숙해질 수 있다”고 했다.

흥미로운 점은 올 한해 국민들의 정신건강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 10대 뉴스에는 과거와 달라진 국민의 심리상태를 들여다볼 수 있는 사건들도 소개됐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혼자 밥과 술을 먹는다는 표현인 ‘혼밥ㆍ혼술’이다.

이효철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혼밥ㆍ혼술은 관계의 홍수 속에서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스스로 만든 작은 쉼터 같은 것”이라며 “그동안 맹목적으로 관계 맺음을 강조하던 우리 사회가 한단계 성숙해졌다는 것을 볼 수 있는 변화”라고 했다. 이 교수는 “앞으로 혼자서도 건강한 사람이 많아지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혼자 밥을 먹으며 고독을 감내해야만 하는 비자발적 혼밥ㆍ혼술에 대한 고려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10대 뉴스에는 이 밖에도 이변으로 여겨졌던 트럼프 당선, 화려한 은막 뒤 공황장애나 우울증을 앓는 연예인 정신건강, 올 한해 내내 최고조의 경각심을 던져준 아동학대, 노인 정신건강과 운전 문제도 거론됐다.

kty@heraldcorp.com

▶2016 대한민국 사회정신건강 10대 뉴스 (무순)

아동학대

알파고 쇼크

강남역 살인사건

복면가왕의 인기

연예인의 정신건강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

지진공포

트럼프 당선

혼밥ㆍ혼술

노인 정신건강과 운전

*자료=삼성의료원 사회정신건강연구소


ysk@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