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문영규 기자]최근 중국의 남ㆍ동중국해 영유권 강화 움직임에 맞서 일본과 필리핀, 베트남을 잇는 신(新) ‘애치슨라인’이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왔다. 1950년 냉전초기 공산주의 세력 저지선이 21세기 중국의 아시아 패권주의를 막기 위해 부활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26일(현지시간) 일본 교도통신에 따르면 사이키 아키타카(齊木昭隆)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은 청융화(程永華) 주일 중국대사를 외무성으로 호출해 지난 24일 동중국해 상공에서 중국 전투기가 항공자위대 초계기에 30m까지 접근한 것과 관련해 엄중히 항의했다.

이에 청 대사는 도리어 “중국과 러시아가 군사훈련 중인 상공에서 자위대가 위험한 정찰행동을 했다”고 주장했다. 양국 관계는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영유권 문제와 중국의 방공식별구역 선포 등으로 급속히 얼어붙고 있다.

베트남과 중국도 일촉즉발의 상황을 맞고 있다. 베트남 현지 언론은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원유 시추를 막던 베트남 수자원 감시선들이 중국 선박들의 물대포 공격을 받아 3명이 다쳤다고 전했다.

최근 베트남에선 남중국해 파라셀 군도 해역 원유시추와 영유권 분쟁으로 인해 반중 시위가 격화됐다. 시위 때문에 중국인 9000여명이 베트남을 떠나기도 했다.

필리핀도 스카버러 섬(중국명 황옌다오), 마비니 산호초(중국명 츠과자오) 등 남중국해 일부 도서를 놓고 중국과 첨예하게 대립 중이다. 필리핀은 중국이 마비니 산호초에 대해 영유권을 주장하면서 2002년 분쟁도서 무인도를 점거하지 않기로 한 분쟁 당사국 합의를 위반했다고 비난했다.

지난 21일 필리핀을 방문한 응웬 떤 중 베트남 총리는 베니그노 아키노 필리핀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중국과의 영유권 분쟁에 있어 양국이 공동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중 총리는 “베트남과 필리핀 양국은 중국의 영유권 침해를 단호히 반대한다”며 중국이 불법 행위를 중단하고 국제법을 준수할 수 있도록 국제사회가 영향력을 행사해 달라고 요청했다.

아키노 대통령도 국방ㆍ안보 부문의 신뢰 구축과 방위 역량 강화, 안보 위협에 대한 공동대응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고 밝혔다.

그러자 중국이 발끈했다. 이튿날인 22일 훙레이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베트남 정부가 중국에 대해 근거없는 비난을 하고 있다”며 파라셀 군도의 영유권을 재차 강조했다.

여기에 러시아의 가스 수출 등 경제협력과 함께 동중국해에서의 합동군사훈련으로 양국 관계를 돈독히하며 지지세력을 넓혔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과 러시아의 관계를 뒤바뀐 스탈린과 마오쩌둥의 밀월관계에 비유하기도 했다.

신애치슨라인 형성에는 각국을 통합하는 미국의 역할이 중요하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지난달 한국, 일본,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 동아시아 4개국 순방에 나섰다. 그러나 각국 동맹관계 강화에는 큰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중국과 일본 사이에 놓인 한국의 외교적 위치도 고민스런 부분으로 남는다.

한편, 애치슨라인은 1950년 댄 애치슨 미국 국무장관이 언급한 것으로 공산주의 세력 확산 방지, 스탈린과 마오쩌둥의 영토 획득 야심을 저지하기 위한 미국의 방위선을 의미한다. 당시 애치슨 장관은 알류샨열도-일본-오키나와-필리핀을 연하는 선으로 확정하고 한국과 타이완을 제외시킴으로써 한국전쟁 발발의 도화선이 됐다는 지적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