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상수 기자]대선 정국에 돌입하면서 야권 대선 후보 간의 차별화된 공약 경쟁이 가시화되고 있다. 섀도 캐비닛(예비내각), 결선투표제, 3년 임기 대통령 등 후보 별로 연이어 특색있는 전략이 오르내린다. 과거사나 사적 영역이 아닌 국정 수습 방안을 내건 경쟁이란 점에서 긍정적이란 평가다.
문재인 전 대표는 최근 ‘섀도 캐비닛’을 거론했다. 섀도 캐비닛은 정권을 대비, 이미 준비하는 내각을 의미한다. 문 전 대표가 이를 언급한 건 조기대선에 따른 대응책이다. 그는 “과거 대선이라면 인수위가 있었지만 조기대선엔 이를 사전에 준비해야 한다”며 그 이유를 밝혔다. 인사권에서도 당과 협의하겠다는 의사도 밝혔다. 대통령의 인사권을 대폭 정당으로 이양하겠다는 취지다.
섀도 캐비닛을 실시하면 대선 과정에서부터 주요 정책 분야의 장관 후보 등까지 알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조기대선에 따라 인수위가 없는 차기 정부가 초기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이기도 하다. 반발하는 측에선 이를 뒷받침할 제도적 기반 없이 도입하면 부작용이 클 수 있다고 우려한다. 또, 대통령이 확정되기 전 예비내각을 구성하려면 인력 범위가 한정돼 있어 진영을 넘나드는 탕평 인사가 불가능하다는 점도 지적한다.
안철수 전 대표는 최근 연이어 ‘대선 결선투표제’ 도입을 전면에 내세웠다. 안 전 대표는 최근 기자들과 만나 “결선투표제를 하면 정책선거를 할 수 있다”며 “50% 이상의 지지를 받는 대통령이 나오기 때문에 개혁할 힘도 생긴다”고 강조했다.
결선투표제는 1차 투표에서 과반수 등 충분한 득표 수가 나오지 않으면 가장 득표율이 높은 후보 2인이 2차투표를 벌이는 방식이다. 프랑스가 대표적이다. 2차 투표에 돌입하면 1차 투표에서 탈락한 2위 이하 후보가 연대할 가능성이 크고, 이에 따라 정당 간 연대가 활발하게 된다. 사표(死票)를 최소화한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정치공학적으로 보면, 이는 1위 후보에 불리한 제도다. 결선투표에 따라 1차 투표의 2위 후보가 최종 당선될 가능성도 크다. 거대정당이나 1위 후보는 결선투표제가 불리하게 작용하고, 군소정당이나 후발 주자에는 당선 확률을 높일 수 있는 제도다. 이 때문에 이를 반대하는 입장에선 자칫 결선투표제로 1위 후보가 탈락하게 될 때 1위대표제에 익숙한 민심의 거센 반발이 일 우려도 제기한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최근 발언 중에는 ‘임기단축’이 눈길을 끈다. 차기 대통령의 임기를 3년으로 하자는 주장이다. 박 시장은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인 2019년을 기점으로 개헌하고 이를 위해 차기 대통령의 임기를 3년으로 단축하자”고 제안했다. ‘개헌형 3년 대통령’이다.
대선 주자가 스스로 임기단축을 주장하는 것 자체가 파격적이다.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의 의미를 살리고, 복잡하게 얽혀 있는 개헌 논의를 예측 가능하게 할 수 있다. 또, 자칫 시간에 쫓겨 국회 중심의 개헌을 추진하기보단 국민참여형 개헌을 추진하자는 의미도 더했다.
다만, 3년 대통령 임기란 건 말 그대로 공약 사항이다. 대선 전 개헌을 주장하는 세력의 주된 논리는 공약 등으로 개헌을 약속하면 이를 ‘선거용 공수표’로 악용한 전례를 밟을 수 있다는 우려다. 대선 때마다 개헌이 빠지지 않고 공약으로 등장했으나 정작 당선 이후엔 아무도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의미에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