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률 50%. 지금은 꿈같은 수치이지만 텔레비전이 전 국민적인 사랑을 받았던 과거에는 종종 인기 드라마가 넘볼 수 있는 기록이었다. 그 중 1994년 MBC에서 방영된 ‘서울의 달’은 당시 50%에 달하는 엄청난 시청률로 드라마 역사에 한 획을 그은 바 있다. 한석규, 최민식, 채시라, 김원희, 이훈 등 인기 배우들의 출연도 한몫을 했지만, 서울 달동네에서 신분상승과 사랑을 꿈꾸던 서민들의 삶을 그려낸 따뜻한 이야기에 시청자들은 열광했다.

20여 년이 흐른 이번 겨울, 81부작에 달했던 드라마가 2시간짜리 뮤지컬로 재탄생했다. 서울시뮤지컬단이 오는 25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선보이는 드라마 동명의 공연인데, 서민들이 가장 공감할 수 있는 서울살이가 담긴 작품을 만들기 위해 옛 드라마를 택했다. 김덕남 단장은 “연말 공연을 통해 삭막해져 가는 현 시대에서 따뜻한 추억을 상기시키고, 누구에게나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감동을 전달하고자 한다”는 제작 의도를 밝혔다.

홍식役을 열연한 이필모는 “정제된 캐릭터가 아닌 날 것 그대로의 모습”이라고 했다.
홍식役을 열연한 이필모는 “정제된 캐릭터가 아닌 날 것 그대로의 모습”이라고 했다.

작품은 신분상승을 꿈꾸는 ‘홍식’과 친구 따라 서울에 온 ‘춘섭’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재구성해 방대한 분량을 압축했다. 재개발에 시달리는 달동네를 배경으로 거대 자본 앞에 휘둘리는 두 남자의 삶을 통해 꿈과 야망에 대한 메시지를 전한다.

1990년대를 배경으로 하는 원작과 달리, 뮤지컬은 2016년 현재로 시점을 옮겨와 화려한 시절 이면의 어두운 사연을 조명한다. 무대 위 등장인물은 하나같이 “서울은 끌려 다니는 도시, 어느 곳에서도 쉴 곳 없어/ 오직 살기 위해 마지막까지 혼자 버텨야 하는 곳”이라며 각자도생(各自圖生)과 승자독식(勝者獨食)을 외친다.

노우성 연출은 “1994년에는 꿈이 의미가 있었다. 드라마에서 홍식이 남자는 야망을 가져야 한다며 말하고 다니던 ‘Boys, be ambitious’란 표현은 당시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행어가 될 정도였지만, 지금은 꿈과 야망이란 단어가 공허한 말이 됐다. 20년 전 이야기를 2016년 다시 꺼내온다는 게 조금 촌스러울 수도 있지만 꿈과 야망의 가치를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특히 ‘가화만사성’ ‘피노키오’ ‘솔약국집 아들들’ 등 TV 드라마를 통해 인기를 얻은 배우 이필모가 성공을 꿈꾸는 야망남 홍식 역에 도전해 주목을 받았다. 홍식은 원작에서 한석규가 맡아 국민적 사랑과 응원을 받았고, 그 해 남자 MBC 최우수연기상까지 안긴 인상적인 캐릭터다.

브라운관 진출 전후 연극과 뮤지컬 무대에 꾸준히 올랐던 이필모는 “오랜만에 무대에서 관객 분들 만날 생각을 하니 긴장이 되지만 기쁘기도 하다”면서 떨리는 마음을 드러냈다. 그는 “제가 보여드릴 홍식은 다른 라이선스 뮤지컬처럼 정제된 캐릭터가 아닌 날 것 그대로의 모습”이라며 “매회 공연이 전부 다를 정도로 살아 있는 연기를 보여드릴 것”이라는 포부를 드러냈다.

또 다른 주요인물 춘섭 역은 서울시뮤지컬단 간판 배우 박성훈이 맡았다. 홍식 역에 허도영, 춘섭 역에 이승재 단원이 각각 더블 캐스팅돼 번갈아 무대에 오른다. 중학생 이상 관람가. 관람료 4~10만원.

뉴스컬처=양승희 기자/yang@newsculture.t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