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상수 기자]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정당별 회동 카드를 꺼내자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은 거부, 국민의당은 수용으로 정했다. 선(先)총리 문제, 탄핵 가결 시기 등에 이어 국민의당은 재차 독자 행보를 택했다. 탄핵 가결 이후 정국이 빠르게 대선 모드에 돌입하면서 ‘시한부 야권공조’도 임계점에 달했다는 분석이다.
황 권한대행이 15일 야권과의 회동 대신 정당별 회동을 제안하면서 야권의 선택은 갈렸다. 민주당은 “과도국정 권한대행 체제에서 각 당을 따로 면담하듯 만날 사안이 아니다”며 “국정 주도권을 놓치지 않고자 개별 회동을 하겠다고 역제안한 것이라면 과도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협력과 소통이 필요하다면 굳이 쪼개서 대표를 만날 게 아니라 야3당 대표의 제안대로 수용할 것을 거듭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정의당 역시 논평을 통해 “각 당 대표와 개별적으로 만난다는 건 야당공조를 무력화하고 자기 정치를 하겠다는 비겁한 꼼수”라고 한층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어 “본질을 왜곡하는 황 권한대행의 꼼수를 받아들일 수 없다. 개별적 만남을 거부한다”고 분명히 했다.
국민의당은 수용으로 정했다. 국민의당은 ‘역대 최악의 국정 공백이 역대 최악의 민생공백으로 이어져선 안 된다’는 제목의 논평으로 “국민의당은 황 권한대행의 제안이 부적절하다는 점을 지적한다”면서도 “방치된 경제ㆍ민생 현안이 너무 많다. 이를 방치할 수 없기 때문에 황 권한대행과의 회동은 불가피하다”고 수용 의사를 밝혔다. 국민의당 측은 “단순히 의례적인 예방이 아니라 권한범위, 국정현안, 민생현안 등을 실질적으로 논의하는 자리가 돼야 한다”고 밝혔다.
민주당ㆍ정의당과 달리 국민의당이 다른 결정을 내리면서 향후 국정정상화 방안도 한층 복잡한 정국이 예고된다. 황 권한대행으로선 야권과의 소통을 시작했다는 명분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여권이 정상화될 때까지 기다릴 여유도 없다. 정당별 회동 제안에 야권이 엇갈린 결정을 내리면서 황 권한대행으로선 한층 선택 폭이 늘었다. 야권의 의견이 일치될 때까지 회동을 미룰 수도 있고, 각 당의 반응대로 먼저 국민의당을 만날 수도 있다.
탄핵정국에서 야3당 중 국민의당이 독자 행보를 보인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탄핵 전 국민의당은 민주당, 정의당 등과 달리 ‘선총리 후탄핵’을 주장했다. 야3당의 오랜 협의 끝에 국민의당은 이 같은 방침을 접었다. 이후 탄핵 시기를 두고도 민주당과 정의당은 지난 2일 탄핵 처리를, 국민의당은 9일 처리를 주장했다. 막판까지 이를 두고 야권 내 진통이 거듭됐다. 결국, 국회는 9일 탄핵소추안을 가결시켰다.
이번에도 국민의당만 다른 목소리를 냈지만, 앞선 경우와는 또 온도 차가 다르다. 탄핵 전에는 촛불민심에 따라 야권공조에 한층 방점이 찍혔다면, 탄핵 후 정국은 차기 대선과 맞물려 각 정당의 주도권 경쟁에 한층 무게가 실린다. 야권은 황 권한대행의 제안 이후 물밑 조율을 진행했으나 좀처럼 이견이 좁혀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야권 각 정당의 이해관계도 다르다. 민주당은 제1야당으로서 야권 선명성을 이끌어야 할 위치에 있다. 정의당은 진보정당의 위상을 야권공조란 체제하에서 유지할 때 더 영향력을 키울 수 있다. 국민의당은 대선을 앞두고 입지를 강화해야 할 위치에 있다.
각 상황마다 국민의당이 현실적인 방안을 강조하는 것도 특징이다. 총리 임명 문제나 탄핵 시기 등에서 국민의당은 달리 결정한 이유로 ‘현실 가능성’을 들었다. 황 권한대행의 제안 역시 국민의당은 제안 자체는 비판하면서도 “민생을 위해 방치할 수 없다”는 이유를 들었다. 제3지대를 표방하는 국민의당으로서 민주당ㆍ정의당 등과 다른 목소리를 내겠다는 전략이 깔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