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진실로 믿을만한 이유 있었고, 공익을 가지고 게시물 적시”
[헤럴드경제=고도예 기자] 지난 18대 대선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안중근 의사의 유묵을 훔쳐 소장하고 있다는 취지의 글을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올린 혐의로 기소된 시인 안도현(54ㆍ사진) 씨가 무죄를 확정받았다. 안 씨가 글에서 주장한 내용이 진위를 알 수 없을 뿐 거짓이라 볼 수 없고, 공익을 위해 글을 게시한 점이 인정된다는 취지다.
대법원 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공직선거법위반 혐의(허위사실공표·후보자 비방)로 재판에 넘겨진 안 씨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15일 확정했다.
재판부는 이날 원심과 마찬가지로 안 씨가 게시한 글의 내용은 진위불명일 뿐 허위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통상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를 받는 피고인은 재판에서 자신의 주장이 사실이라는 근거자료를 제시한다. 검사는 이 자료에 신빙성이 없다는 점을 밝혀내 피고인의 혐의를 입증해야 한다.
재판부는 “수사결과 안 시인의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자료들이 나오는 등 (검사가) 소명자료의 신빙성을 탄핵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게시물에 일부 사실과 다른 내용이 포함돼있지만 전체 내용에 비춰 일부 과장된 표현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안 시인이 박근혜 후보를 비방한 점은 인정했다. 그러나 이같은 게시물을 올린 동기는 공익적 목적에서 비롯됐다고 봤다. 재판부는 “안 시인이 게시물이 전제하는 사실을 진실로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었고, 유권자들에게 박 후보자의 공직담당 적격성을 가늠하는 데 유용한 자료를 제공해 적절한 투표권을 행사하도록 하려는 공익을 가지고 게시물을 적시했다”고 부연했다.
안 시인은 지난 2012년 12월 ‘‘사라진 안 의사의 유묵 한 점은 1976년 3월 17일 홍익대 이사장 이도영이 박정희 대통령에게 기증했다. 현재 유묵은 청와대에서 도난당한 것으로 돼있다. 안중근 의사 숭모회에서 발간한 도록에 도난된 보물 소장자가 박근혜로 나와있다’는 취지의 글을 자신의 트위터에 17차례 올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박 후보를 낙선시킬 목적으로 비방했고 표현의 자유의 한계를 일탈해 위법하다”며 벌금 100만원의 선고를 유예했다.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1심에서 배심원들은 전원 무죄 평결을 내렸지만, 재판부는 후보자 비방 혐의가 유죄로 보인다며 선고유예 판결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항소심 재판부는 안 씨에게 박 후보를 비방해 선거에서 당선되지 못하도록 할 목적은 있었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도 안 씨가 이를 진실로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었고, 유권자의 적절한 투표권 행사를 위해 글을 올린 공익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안 씨가 쓴 글의 내용이 현재로서는 ‘진위불명’일 뿐 허위성이 입증됐다고 볼 수는 없다”며 안 씨의 모든 혐의를 무죄로 판결했다.
안 씨가 도난당했다고 주장한 안중근 의사 유묵(보물 제569-4호)은 안 의사가 1910년 순국할 때까지 뤼순감옥에서 쓴 200여점 묵서 중 한 점으로 1972년 국가지정문화재로 등재됐다. 이 유묵에는 ‘치악의악식자부족여의(궂은 옷과 궂은 밥을 부끄러워하는 사람과는 더불어 논의할 수 없다·恥惡衣惡食者不足輿議)’라는 문구가 쓰여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