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현 대표 21일 사퇴 공언 속 중립파 의원 20~30명향방 주목 비박계 의도적 후보 안낼수도
새누리당 친박(親박근혜)계와 비박(非박근혜)계가 명운을 건 전쟁을 시작했다. 탈환해야 할 고지는 ‘원내대표’다. 이정현 대표가 21일 사퇴를 공언한 마당에, 향후 비상대책위원회 수립 및 대야(對野) 협상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면 반드시 이 자리를 자기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당 대표 궐위 시에는 원내대표가 권한대행을 맡는다. 결국, 양 계파 모임 어디에도 참여하지 않는 20~30명의 회색지대(중립성향 의원)가 어느 쪽의 손을 들어주느냐가 관건이다. 비박계가 야권의 ‘친박과 대화 불가론’을 지렛대 삼아 원내대표 자리를 거저 내주고, 친박의 고립을 꾀할 수도 있다는 역발상도 나온다.
비박계 주도 비상시국위원회 간사인 황영철 의원은 1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회의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정진석 원내대표가 왜 사의를 표명했는지, 이후 원내 운영을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의견을 듣고 또 제시하기 위한 의원총회 소집을 정식으로 요청한다”고 촉구했다. 전날 정 원내대표의 사퇴 선언 이후 촉발된 당권경쟁의 첫 ‘전장’으로 의원총회를 지목한 것이다.
친박계 지도부는 당시 “오는 16일 새 원내대표 선출을 위한 경선을 열겠다”고 공고한 바 있다. 친박계의 의도대로 당 기류가 흘러가기 전에 의총에서 ‘정 원내대표의 사퇴 만류’를 시도하겠다는 것이 비박계의 의도다. “탄핵소추안 표결을 봤을 때는 상당 부분 다른 결과가 나올 여지도 있지만, 원내에서만큼은 현실적으로 친박계 추천 인사가 당선될 가능성이 크지 않을까 염려된다(황영철, 전날 tbs 라디오)”는 고민도 바탕에 깔렸다. 황 의원은 이어 “정 원내대표가 사퇴한다면 이정현 대표도 21일이 아닌 지금 ‘동시 퇴진’해야 한다”며 “비상시국위원회를 오늘 해체하고 더 크고 새로운 모임을 만들겠다”고 정면 대결을 예고했다.
결국 승부처는 20~30명으로 추정되는 중립성향 의원의 향방이다. 현재 친박계와 비박계의 세(勢)는 각각 50~60명, 40~50명 수준으로 고착화된 상태다. 친박계 한 핵심 의원은 이날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눈에 띄는 계파별 단체 활동에 참석하고 싶지 않다는 중립성향 의원이 많다”며 “이들이 어떤 계기로든 결단을 내릴 시점이 올 것”이라고 했다. 이르면 내일 중 열릴 의원총회나, 16일 원내대표 경선에서 중립성향 의원들이 누구의 손을 들어주느냐에 따라 새누리당의 운명이 달라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비박계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초점을 맞춘 비상시국위원회를 해체하고 외연 확대를 시도하는 것도 이런 이유다.
다만, 비박계가 의도적으로 원내대표 후보를 내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미 정 원내대표의 사퇴로 국정수습을 위한 여야정협의체가 꼼짝 없이 멈춰선 터다. 야권은 “친박계 지도부와는 대화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소위 ‘최순실의 남자’로 지목된 친박핵심 의원이 원내대표로 당선되면 여야 협상이 중단되고, 여론의 비난이 고스란히 친박계에 쏠릴 수 있다.
실제 친박계 이장우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SBS 라디오에 출연해 “(원내대표 후보로) 정우택, 홍문종 의원 등이 거론된다”며 이런 전망에 힘을 실었다. 모두 친박계 핵심 중진이다. 수적 우위를 앞세운 친박계의 ‘호위대(새 원내지도부)’ 구성이 점쳐지는 지점이다.
이슬기ㆍ유은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