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황혜진 기자]IBK기업은행과 KDB산업은행을 시작으로 금융권에 탈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움직임이 확산될 조짐이다. 직접적 이유는 전경련이 박근혜ㆍ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돼 부정적 여론이 커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부실위험 상승으로 예전같지 않은 대기업 대출 위상 등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IBK기업은행과 KDB산업은행은 다음주 중 전경련을 탈퇴할 계획이다. 국책은행에 이어 신한은행과 KB국민은행, SC제일은행 등 시중은행도 전경련 탈퇴를 저울질하고 있다. 은행들은 “전경련이 박근혜ㆍ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돼 여론이 안 좋을 뿐만 아니라 대기업들의 연쇄 이탈이 있다면 굳이 남아있을 이유가 없다”고 탈퇴 배경을 설명했다.

현재까지 전경련 탈퇴를 결정한 대기업은 지난 삼성,LG 등 3곳이다. 일부 대기업은 탈퇴의사를 번복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은행들이 너무 성급하게 전경련 줄 탈퇴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하지만 은행들의 전경련 탈퇴는 최근 바뀐 경영방향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도 있다. 은행들이 부실위험이 큰 기업대출, 특히 대기업 대출을 꺼리면서 대기업 대출의 중요도가 낮아졌기 때문이다. 경제불안 속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리스크 관리가 더 중요해진 것도 은행들이 대기업 대출을 꺼리는 이유로 작용했다. 대기업 대출은 금액 단위가 커 그만큼 리스크가 클 수밖에 없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 연체율은 급등했다. 지난해 말 0.92%였던 국내 은행의 대기업대출 연체율은 지난 10월 말 기준 2.57%까지 폭등한 상태다.

은행들은 지난해부터 대기업 대출을 줄이고 있다. 지난 10월 말 기준 신한ㆍKB국민ㆍ KEB하나ㆍ우리ㆍNH 농협 등 5개 은행의 대기업 대출은 83조 4284억원으로,지난해 말(91조 4174억원)대비 8조원 가까이 감소했다. 같은 기간 20조 6778억원(329조 653억원→349조 7431억원) 늘어난 중소기업 대출과 비교하면 대기업 대출 축소 경향은 더욱 뚜렷하다.

이 같은 기조는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 은행 관계자는 “내년에도 대기업 대출 규모는 줄어드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면서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도 좋지 않은 만큼 더욱 보수적으로 기업대출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기업들의 자금수요가 감소한 것도 대기업 대출의 메리트가 감소한 이유 중 하나다.

올해 상반기 기준 삼성ㆍ현대자동차ㆍSKㆍLGㆍ롯데 5대 대기업이 신한ㆍKBㆍ하나 등 3대 은행에서 빌린 신용공여액은 1년 전보다 1조원 가량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과 현대차의 수출 물량이 예년 같지 않아 외화결제 대금이 줄었고, 불경기에 투자가 유보되고 현금 보유가 늘며 부채를 갚는 쪽으로 경영 방침이 정해진 여파도 영향을 미쳤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예전엔 은행들이 금액 단위가 큰 대기업 대출에 매달렸다면 지금은 금액 단위는 적지만 그만큼 리스크가 적은 중소기업 대출에 집중하고 있는 상태”라면서 “수수료 수입 확대 등 대출 이외 부분의 이익 확대 전략도 대기업 대출 감소에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