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쓸 시간이 어딨겠어요? 시위나가야죠”

-최순실 여파에 동네상권은 시름앓이…

-김영란법ㆍ트럼프 발 여파도 작용한 듯

[헤럴드경제=김성우 기자] #. 서울의 대학가에서 술집을 운영하는 박모(28) 씨는 최근 정국이 빨리 끝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대학 앞이라 학생들의 돈으로 먹고 사는데, 학생들이 주말마다 집회를 나가는 바람에 수입이 반토막났다. 이번주부터는 인근에 위치한 대학이 시험기간을 맞는다. 이에 박씨의 가게는 오후6시부터 10시 피크시간에도 한가한 경우가 많다. 박씨는 “많은 빚을 내서 젊은 나이에 시작한 사업인데, 최근 정국 떄문에 장사가 안되니 한숨만 늘어간다”며 “시험이 끝나면 방학인데 어떻게 해야할지 막막하다”고 혀끝을 찼다.

‘연말 특수’를 모두 삼켜버릴 정도로 최순실 정국이 ‘막강하게’, ‘오랜시간’ 지속되고 있다. 유통ㆍ외식업계는 이맘때가 한창 바쁠 시즌이지만 올해는 그렇지 않다. 소비자들의 전반적인 반응이 시큰둥하다. 특히 ‘주말 매출로 먹고산다’는 평가를 받는 동네상권은 매출하락이 더욱 심각하다. 사람들이 돈을 쓰기보다는 주말시위에 나가거나 집에서 휴식을 취하기 때문이다. 촛불집회 인파가 몰리며 주말에도 매출이 상승하고 있는 광화문ㆍ시청앞 상권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고양시에 사는 유정미(22ㆍ여) 씨는 “주말에 송년회 얘기를 꺼내면 친구들이 촛불 집회에 참여해야 하는데 무슨 소리냐며 면박을 준다”며 “사실 취업도 힘든데다가 시국도 어수선해 송년 파티는 사치라는 얘기도 많이 들린다”고 했다.

한 구직자 전문 사이트가 20세 이상 성인남녀 3004명을 대상으로 ’올해 송년회 계획‘을 조사한 결과, “송년회를 계획중”이라고 밝힌 응답자는 53.6%에 지나지 않았다. 작년도 59.8%보다는 6.2%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아직 송년회 계획을 잡지 못했다(미정)’는 응답자는 25.6% 였다. 또 ‘송년회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응답자도 20.8%로 5명 중 1명에 달했다.

서울 신설동의 한 전문학교와 교육기업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윤모(54)씨는 “연말인데 분위기가 전혀 나질 않는다”고 했다. 본래 11월과 12월이면 송년회 자리를 묻는 전화가 하루에도 10통 이상씩 쇄도했다. 또 12월 중순이 되면 윤씨의 계산대 달력은 예약 스케줄로 가득찼지만, 올해는 하루 1~2통의 예약문의전화가 걸려올 분이다. 이에 윤씨는 “손님이 줄어든 정도가 아니라, 아예없다”며 “식당아주머니 월급 드리기도 빠듯하다”고 했다.

지방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200명의 손님을 수용할 수 있는 ’ㅂ식당‘은 지난 두 달간 1억여원의 적자를 봤다. 기존에 본 적자를 연말이면 어느정도 만회해야 하지만, 사람들이 요새 통 손님이 없어 걱정이다. 사장은 “다들 어디를 갔는지 통 매출이 오르지 않는다”며 “12월 예약도 아직 40%밖에 차지 않아 걱정”이라고 밝혔다.

국회에서 탄핵안이 가결된 만큼 혼란스러웠던 정국도 이제 풀릴 기미를 보이고 있지만, 요식업계가 마냥 웃기엔 이르다는 평가다. 정국이 안정되더라도 위축된 소비심리가 정상을 되찾는 데는 많은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지난 9월부터 시행된 김영란법, 김장철에 터진 배추ㆍ무 값 파동이나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대통령 당선 등 너무 많은 악재가 터진 것도 문제로 분석된다. 전국을 강타한 추위도 요식업계에는 달갑지 않은 소식이다.

이에 한 관계자는 “최근의 소비심리 위축은 (최순실 사건 외에) 트럼프 후보의 당선 등 국내외 불확실한 상황이 모두 영향을 미쳤다”며 “소비심리가 개선되는 데는 더욱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