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흉흉한 세월의 아픔도 시간이 지나면 잊혀지고, 사람들 마음의 상처는 아물겠지요. 외롭고 슬픈 우리 대통령님 도와주세요” 김재원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퇴진하면서 출입기자들에게 보낸 메시지다.
정윤회 전 박근혜 대통령 보좌관은 박 대통령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약한 여자인데 이렇게까지 해도 되나? 약한 여자를 보면 지켜주고 싶다”고 했다.
요즘 박근혜 대통령을 보좌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흥미로운 사실이 발견된다. 박 대통령이 의외로(?) ‘감성 리더’였다는 사실이다. 논리나 권력으로 사람들을 이끌지 않고, 감성으로 이끄는 사람이 감성 리더다. 힘이나 권위로 주변을 ‘리드’하지 않고 감성적 요소로 움직였다는 사실이다. 일반적으로 감성 리더는 공감능력, 이해력, 소통 능력이 뛰어나다. 그것이 주변으로 하여금 리더의 생각에 공감하게 하고 따르게 하는 원천이다. 박 대통령에 대해 우리는 ‘불통’이라고 생각하지만 의외로 사람들을 ‘감성적’으로 움직이게 하는 힘이 있었다는 이야기다. 사실 오래전부터 박 대통령에겐 ‘불쌍하다’는 이미지가 있었다. 그게 박 대통령을 국회의원 시절 ‘선거의 여왕’으로 불리게 한 원천이었다는 게 많은 사람들의 판단이다.
사실 이런 정서는 여전히 남아 있다. 70대인 우리 이모께서는 여전히 박 대통령을 불쌍하다고 한다. 부모를 비명에 보내고 결혼도 하지 않고 홀로 사는 그가 안됐다는 것이다. 지금 상황도 세상 물정 모르는 박 대통령이 사기꾼 집안에 속았다고 생각한다. 대통령 개인사를 끄집어내며, 주변에 누군가 있었으면 이 정도는 아니었을 것이라고 여긴다. 여기엔 정치인으로서의 자질과 능력 따위에 대한 고려는 설 자리가 없다.
요즘 박 대통령의 소위 ‘호위무사’로 불리는 사람들은 박 대통령에 대해 ‘여성’이란 점을 강조해 논란이 일었다.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세월호 사고 당시 박 대통령이 7시간 동안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의혹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여성 대통령에게 시술 여부 묻는 것 결례라 생각했다”고 했다. 박 대통령의 변호를 맡고 있는 유영하 변호사는 박 대통령에 대한 각종 의혹에 대한 답변으로 “대통령이기 이전에 여성으로서 사생활을 고려해 달라”고도 했다.
맞다. 사실 박 대통령은 건국 이래 첫 번째 생물학적 여성 대통령이다. 그래서 박 대통령에 대한 담론엔 이상하게 ‘여성’이 끼어든다. 각종 ‘미용시술’ 의혹부터가 그렇다. 얼마 전 한 대중가수가 박 대통령을 ‘미스박’이라고 불러 욕을 먹었던 것도 마찬가지다.
대통령으로서 자질과 능력에 대한 고려가 ‘여성’ 대통령으로서 단점으로 논의되는 것이다.
그런데 박 대통령이 자신의 성 정체성에 맞는 정책을 낸 적이 있었나? 여성 대통령으로서 여성의 인권이나 사회적 지위에 대해 진지한 아젠다를 내놓았던 적이 있었는지 의문이다. 감성리더십의 최대 장점이라는 소통능력을 주변 ‘호위무사’가 아니라 국민에게 보였는지 의문이다. 국민들은 그저 대통령으로서 박 대통령의 잘못을 따지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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