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슈섹션] ‘거짓’과 ‘부인’으로 점철된 박근혜 대통령의 세 차례 대국민담화에 국민들은 분노를 넘어 허탈감을 감추지 못했다. “나도 피해자”라는 혼잣말은 반복됐고 국민들의 일치된 요구는 깡그리 무시됐다. 세 차례 담화를 지켜본 국민들은 목과 어깨에 ‘담’이 왔다는 풍자로 박 대통령을 비판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 29일 3차 대국민담화를 끝으로 최순실의 국정농단 사건을 일단락했다. 지난달 25일 1차 담화를 발표한지 36일 만이다. 국민들은 한달 넘게 비바람을 맞으며 ‘퇴진’을 외쳤지만 박 대통령은 자진 사퇴(하야)는 없고 직을 유지하겠다는 뜻을 재확인했다.
박 대통령이 현 시국을 정면 돌파할 카드로 시도된 세 차례 담화는 모두 ‘거짓 해명’과 ‘혐의 부인’으로 역풍을 맞았다. 원칙과 신뢰를 정치 철학으로 삼아온 박 대통령으로서는 스스로 존재의 가치를 무너뜨린 셈이다.
1차 담화에서는 최순실을 직접 언급하며 제기된 혐의를 일부 시인하며 “2014년 청와대 보좌체계가 완비된 이후 그만두었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반나절도 안돼 최순실이 최근까지 국정에 깊숙히 개입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대국민 거짓말’ 논란이 제기됐다. 특히 ‘녹화 방송’이라는 보도는 국민들을 ‘멘붕’에 빠뜨렸다.
지난 4일 발표한 2차 담화에서 박 대통령은 “이번 사건의 진상과 책임을 규명하는데 최대한 협조하겠다”면서 “검찰 조사에 성실히 임할 각오이고, 특별검사에 의한 수사도 수용하겠다”고 선언했다.
이후 검찰이 박 대통령을 피의자로 지목하자 돌연 변호사를 내세워 ‘수사 거부’ 방침을 밝혔다. 청와대는 검찰의 수사 결과를 ‘사상누각’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거짓말도 거짓말이지만, 헌법을 파괴한 대통령이 법치국가의 근간을 송두리째 흔들었다.
2차 담화에서는 박 대통령의 떨리는 목소리와 눈물을 글썽이는 장면도 비판을 받았다. “내가 이러려고 대통령을 했나, 자괴감이 들 정도로 괴롭다”는 발언은 박 대통령을 풍자하는 패러디로 돌아왔고, 전무후무한 국정농단 사태를 감정에 호소해 용서받고자하는 속내는 100만 촛불을 결집시켰다.
청와대가 ‘박 대통령의 마지막 담화’라고 엄포한 3차 담화는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라는 평가를 받았다. 박 대통령은 국정농단 사태를 여전히 “국가를 위한 일”, “사적인 이익은 추구하지 않았다” 등으로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대신 최순실 등 주변 인물로 화살을 돌렸다.
박 대통령이 “대통령직 임기 단축을 포함한 진퇴 문제를 국회의 결정에 맡기겠다”고 선언하자 “폭탄을 던졌다”는 촌평이 나왔다. 자신의 거취를 정치권을 떠넘기는 한편 ‘자진 사퇴는 없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하며 대통령직을 최대한 유지하겠다는 뜻이다. ‘책임 회피’, ‘꼼수 정치’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일각에서 박 대통령이 담화를 읽으면서 알 수 없는 미소를 띠었다고 비판했다. 국민들은 촛불로 박 대통령이 가야할 길을 밝혀줬지만 박 대통령은 ‘벌구(입만 벌리면 구라)’ 담화로 뒤통수만 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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