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기업들 보호무역 정책 적극 대응해 기회요인 발굴해야” “4차산업혁명 지금부터 준비하고 연습하면 3∼5년 뒤 큰 성과” “지주사 설립은 경영권 방어용…경영승계는 때 되면 자연스럽게”
“트럼프정부가 들어서서 보호무역을 통해 미국이 제조업 회복하려고 한다면 우리에게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아무리 미국이라도 지금처럼 글로벌화된 상황에서 보호무역으로 경제를 활성화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서플라이체인(SC)이 무너진 미국의 상황을 잘 활용하면 나쁠 것도 없다. 미국 내 직접 진출 등 발빠른 대응이 필요하다.“
이상섭 기자 babtong@heraldcorp.com 성기학-한국섬유산업연합회 이상섭 기자 babtong@heraldcorp.com
성기학(69) 영원무역 회장(한국섬유산업연합회장)이 트럼프 당선인 관련 이런 견해를 밝혔다.
특히, 무산이 유력한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에 대해서도 “별로 손해볼 게 없다”고 했다. 상황변화에 따라 한·중·일 FTA나 RCEP(역내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 한·중미 FTA 등 다른 대안을 활용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TPP가 체결될 경우 이미 동·서남아시아로 진출한 국내 섬유·패션 기업들이 수출상 혜택을 볼 것으로 예상됐었다. 영원무역은 중국, 베트남, 방글라데시, 엘살바도르 등에 대규모 의류 생산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를 북미로 수출하는 3각 무역을 하는 업체다. 미국법인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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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회장은 최근 기자와 만나 “트럼프 당선을 예상하지는 못했다. TPP 폐기가 예상된다면 다른 기회를 찾아야 한다. 바로 시장을 더 멀리 보고, 새로운 패러다임에 적응해 나가야 한다. 트럼프정부의 정책을 지켜보면서 미국 시장으로 직접 들어가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 수입액이 보호무역 조치로 몇 달만에 줄어들 수는 없다. 그 기간에 준비하면 되는 것”이라며 “미국 가서 공장 차릴 수도 있지 않겠나. 미국으로서도 서플라이체인 회복시키는 일이므로 반기게 된다”고도 했다. 실제 삼성전자가 발빠르게 미국 내에 가전공장을 설립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성 회장은 1년의 절반을 미국, 동남아 등 해외에서 보낸다. 해외법인 경영과 비즈니스 파트너와 만남이 많은 때문이다. 해외 이동은 거의 심야시간을 이용, 기내에서 잠을 보충하는 ‘강행군’으로 업계에서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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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법인세 감세방침에 대해서는 특히 부러워하는 모습을 보였다. 사람이 아닌 법인에 세금을 매기는 탓에 갖은 방법의 전가와 회피가 발생하는 문제를 안고 있는 게 법인세다. 우리 정치권 일각에서는 법인세 인상을 주장하는 것과 정반대다. 성 회장은 “트럼프 당선인이 전 미국인을 위한 대통령이 되겠다고 했다. 그것은 정책화 과정에서 많이 순화, 조정될 것이라는 의미”라며 “감세정책은 미국 기업들에 큰 기회요인이 될 수 있다. 그만큼 투자를 늘려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봤다.
또 “사업하는 사람들 입장에서 보면 나름대로 방향을 종잡을 수 있다. 조금 두고 보면 더 분명해진다”면서 트럼프체제가 예상 외의 방향으로 빠르게 안정될 것으로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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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회장은 대학 졸업 후 서울통상(당시 가발·스웨터 수출 대기업)을 2년 다니다 1974년 영원무역을 설립했다. 만 42년을 섬유·의류 제조 및 수출, 아웃도어사업에 종사해온 것이다. ‘노스페이스‘ 유통도 그 중 하나다. 총매출 2조원 규모의 회사로 키우기까지 시련과 고난이 적지 않았다. 그 덕에 세상에 대한 통찰력, 긍정적 시각도 갖게 됐다. 특히, 1991년 방글라데시의 초대형 사이클론(태풍)이 일으킨 집중호우 및 해일로 새로 지은 공장이 완전히 침수됐다. 기계설비는 말할 것도 없고 원단, 완제품도 모두 진흙탕에 젖어 못쓰게 됐다. 당시로는 큰 액수인 600만달러의 금전손실은 물론 납기를 맞추지 못해 입은 피해도 컸다.
“지난 40년간 자유무역이 증진돼 더 글로벌화된 세계가 만들어져 왔다. 그러나 소화에 시간이 걸리듯 앞으로 10~15년은 브렉시트, 트럼프 당선 등이 보여주듯 그런 발전이 후퇴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항상 발전만 있는 게 아니다. 42년 사업을 하면서 겪고 봐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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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에 대해서는 기술 부족이 아니라 몰입(commitment) 및 교육훈련의 부족 문제를 지적했다. 맨손으로 시작해 무엇을 일궈내는데 익숙한 개발시대 주역다운 자신감이 묻어났다. 성 회장은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준비와 연습이 안 돼 있다. 관련 산업도 아직 그렇다. 일단 전 산업이 합심해 교육을 받고 노력을 기울여야될 문제”라며 “향후 3∼5년 열심히 준비하면 큰 성과를 낼 수 있다”고 밝혔다.
기업가정신의 쇠퇴와 청년 일자리 문제에 대해서는 역설적인 견해를 피력했다.
“청년들이 공무원 한다고 난리라는데 기업가정신은 떠든다고 되는 게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기업 한번 해봐라. 높은 고정비용, 원청회사와의 어려움, 노사문제, 금융비용 부담에다 세계시장의 리스크 등 견디기 어려운 점이 너무 많다. 제조업 혹은 기업을 창업하기 보다는 공무원이나 대기업에 취업하는 게 낫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그런 게 누적돼서 생긴 현상이다. 제조업을 기피하니 청년 일자리가 늘어날 수가 있겠나.”
지주회사 전환과 경영승계에 대해선 “자연히 해결돼야 하는 문제”라고 했다.
영원무역홀딩스는 2009년 영원무역을 인적분할해 남겨진 회사다. 성 회장은 딸만 셋 뒀다. 딸들이 이미 회사 경영에 참가하고 있다. 지주사 전환 전 성 회장의 영원무역 보유지분은 9.15%에서 전환 후 영원무역홀딩스(구 영원무역) 지분은 16.94%로 늘어났다.
그는 “당시 국내는 흑기사니 백기사니 하면서 적대적 M&A 문제로 시끄러웠다. 경영승계 목적이라기 보단 안정적 지분을 갖고 경영하기 위해 지주사를 만들었다”며 “이후 지배구조는 더 명확해졌다. 경영승계는 회사를 운영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 하다가 좋은 방법이 찾아지는 것이지 그게 목적은 아니지 않은가”라고 반문했다.
조문술 기자/freiheit@heraldcorp.com
사진=이상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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