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준 국정교과서 반대 공식화 폐기결정땐 국민에 진정성 계기
국론 분열의 중심에 섰던 국정 역사교과서가 오히려 정국을 안정시킬 ‘방편’이 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김병준 국무총리 지명자가 확고한 반대 입장을 표명하면서 국정교과서가 ‘최순실 게이트’ 국면을 전환할 열쇠가 될지 주목된다.
김병준 국무총리 지명자는 지난 3일 서울 삼청동 금융연수원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에 대한 기존의 입장을 공식화했다.
김 지명자는 “제 생각에 변함이 없다. 교과서 국정화라는 게 합당하고 지속될 수 있는지에 의문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김 지명자는 그동안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는 소신을 강하게 밝혀 왔다. 지난해 10월 한 언론사에 기고한 ‘국정화, 지금이라도 회군하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교과서를 국정으로 획일화하여 강제하기보다는 현실이라는 또 다른 교과서를 잘 쓰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지명자는 이날 책임총리로서의 권한을 행사하겠다는 입장을 재차 확인하며 “총리의 헌법적 권한은 경제ㆍ사회 정책 전반에 걸쳐 지휘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해석하고 있다. 국무총리가 되면 헌법이 규정한 권한을 100% 행사하겠다”고 밝혔다. 자신의 의지대로 주요 정책 중 하나인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제동을 걸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역사교과서 현장검토본 공개(11월 28일)는 불과 2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이에 대해 학계에선 김 지명자가 정국 안정을 위한 ‘빠르고 손쉬운’ 방편으로 국정교과서 폐기 카드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한상권 덕성여대 교수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중단은 김 지명자가 정국 수습 의지를 보여줄 가장 간단하고 빠른 선택이다. 경제정책은 시간도 많이 걸리고 복잡한 반면 교과서 문제는 금세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며 “현 정부가 여론의 반대에도 행정력 하나로 밀어붙였던 국정교과서부터 정리하면 국민에게 진정성도 보여주고 자신의 존재가치도 드러낼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태우 전국역사교사모임 회장은 “그동안 요지부동이었던 정부의 교과서 정책이 바뀔 수 있다는 기대를 하게 된다”며 “다시 교육이 정상화되고 회복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상해 본다”고 했다.
가장 곤혹스러운 건 교육부다. 여론의 압박에도 꿋꿋하게 견디며 국정화 마무리 단계에 도달했지만, 정부 정책과 반대 노선에 선 김 지명자의 등장으로 사면초가에 몰렸기 때문이다.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이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서 국정교과서가 ‘최순실 교과서’로 불린다는 야당 의원들의 지적에 “역사교과서 국정화는 특별한 대통령을 위한 일이 아니다. 저희가 만들 교과서는 역사에 오점을 남길 교과서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교육부는 김 지명자의 기자회견 이후 상황별 대응 전략 논의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교과서 폐기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도 구상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교육부 관계자는 “아직 계획이 바뀐 건 없다. 총리 지명자 개인의 소신인데, 각 부처의 보고를 받고 논의를 하면서 입장이 새롭게 정리되지 않을까 한다”고 조심스러워 했다.
조범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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