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지난해 민중총궐기에 이어 열린 행진을 ‘2차 민중총궐기’로 규정하고 금지한 경찰 처분은 위법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다만 1심에서 ‘각하’ 판결을 받은 주최측이 항소하지 않아 본안 판단 없이 소송을 끝낸 1심 판결의 효력은 그대로 유지됐다.

서울고법 행정5부(조해현 부장판사)는 19일 ‘백남기 농민 쾌유 기원, 국가폭력 규탄 범국민범대위원회’(범대위)가 서울지방경찰청을 상대로 낸 옥외집회 금지 통고처분 취소 소송에서 경찰의 항소를 기각했다.

이에 따라 1심이 선고한 각하 판결의 효력은 항소심에서도 그대로 유지됐다. 각하는 소송 자체가 부적법하거나 소송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경우 법원이 양측 주장을 심리하지 않고 재판을 끝내는 것을 뜻한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양측이 다투는 금지 처분이 이미 효력을 잃었고 법적 다툼으로 구할 이익도 없다는 점을 고려했다.

실제 범대위는 집회를 금지한 경찰 처분에 반발해 서울행정법원에 집행정지를 신청했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여 지난해 12월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예정대로 행진을 했다. 이후 범대위는 소송을 취하하려 했지만 경찰은 이에 동의하지 않았다.

법원은 당시 1차 민중총궐기를 주도한 대부분의 단체가 경찰이 문제 삼은 행진에도 참가하지만, 이같은 이유만으로 불법·폭력집회로 규정할 수는 없다고 보고 집행정지를 결정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1심과 달리 “집행정지 결정에 의해 예정된 집회가 진행됐다 하더라도 이는 임시적인 권리구제 제도에 불과하고 처분이 적법한지는 본안에서 판단해야 한다”며 경찰 처분에 관해 판단했다.

재판부는 “1차 민중총궐기와 이 사건에서 문제가 된 집회는 주최자를 구성하는 단체가 다르고, 주최 측이 평화적으로 집회를 진행하겠다는 의사를 여러 차례 밝혔다”고 지적했다.

이어 “범대위의 집회가 공공의 안녕과 질서에 직접적인 위협을 끼칠 것이 명백하다는 전제에서 내린 경찰의 집회금지 처분은 위법”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재판부는 ‘불이익 변경 금지의 원칙’에 따라 1심 판결의 효력을 유지했다.

민사·행정소송에서 항소심 재판부는 당사자 중 한 쪽만 원심에 불복해 항소한 경우항소인에게 1심보다 더 불리한 판결을 내릴 수 없다. 불이익한 처분을 받을 것을 염려해 항소를 망설이거나 권리를 포기하지 않도록 보장하려는 취지다.

재판부는 “피고(서울지방경찰청)만 항소한 이 사건에서 피고에게 불이익하게 1심 판결을 취소하고 원고 승소로 판결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