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주가 9만원서 85만원까지 상승 명-지주사 전환이후 공격적 M&A

암-리베이트 파문·미성년자 주식증여 암-늑장공시 이틀새 2조3783억 날려

불과 1년만에 900% 가까이 급등하며 지난해 주가 상승 역사를 새로 썼던 한미약품의 성공 신화가 흔들리고 있다.

연구개발(R&D)를 바탕으로 탄탄한 기술 수출의 영광을 만들었지만, 연구 외적으로 ‘잡음’이 끊이지 않았던 한미약품 오너 경영의 헛점 역시 재부각되고 있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날 한미약품은 7.28% 하락한 47만1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올초(72만3000원)에 비해 34.85% 급락한 수준이다. 전날기준 한미약품의 시가총액은 4조914억원으로, 연초(7조5445억원)대비 3조4531억원이 허공으로 사라졌다.

이 중 68%에 해당하는 2조3783억원은 ‘늑장공시 논란’이 촉발된 지난달 29일 이후 2거래일 만에 증발했다.

▶강력한 오너십으로 일군 묵직한 ‘R&D’ 역사=“한국의 제넨텍, 원조에게 인정받다”

지난달 29일 오후 한미약품이 다국적제약사 로슈의 자회사 제넨텍에 1조원대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다는 소식에 시장이 흥분하며 쏟아낸 말이다.

지난해 매출 20조원(173억 달러)을 기록한 1위 바이오 기업 제넨텍은 미국 바이오테크 산업의 전설로 통하는 기업으로, 한미약품의 롤모델로 불렸다.

그런 롤모델마저 파트너로 인정하면서 한미약품의 영광은 정점에 오른 듯 보였다. 이 순간으로 가는데 15년이 넘는 세월이 필요했다.

올해까지 쏟아부은 연구개발(R&D) 비용만 1조원에 달한다. 2010년 이후 매출액 대비 R&D 비율이 13%를 넘어섰고, 2014년에는 20%(1525억원)에 육박했다. 국내 상장 제약사들이 매출액에서 R&D에 투자하는 비율(평균 8.3%)의 2배를 뛰어넘는 수치다.

한미약품이 이관순 사장을 필두로 30명의 연구진이 R&D 비용의 60~70%를 랩스커버리에 사용한 것이 주효했던 것으로 평가된다.

랩스커버리는 지난 2004년 임성기 한미사이언스 회장이 전세계적으로 3억5000명이 넘는 당뇨 환자들이 매일 인슐린 주사를 맞는 고통에 주목해 개발된 것으로, 바이오 의약품 약효 지속 시간을 연장해주는 한미약품의 독자 기술이다.

비록 2010년에는 창립 이후 처음으로 적자(영업손실 130억원)을 냈지만, 당시 임성기 회장은 신약 개발에 대한 공격적인 투자 의지를 꺾지 않았다.

글로벌 신약을 제조한다는 목표 아래, 적자가 나는 시기에도 매출액의 10% 이상을 R&D에 투자한다는 원칙을 지켰다. 신약 개발에서는 속도전이 중요하다는 판단에 연구소장 전결로 지출할 수 있는 금액의 한도를 대폭 늘리는 등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지난 6월에는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가 의약품관리 분야 세계 1위인 JVM과 M&A를 성사시키자, 강력한 오너십을 바탕으로 제약 지주사로서 기업 가치를 최대한 끌어올리고 있다는 평가도 나왔다.

▶R&D 이면에 끊이지 않은 오너 경영 ‘잡음’=“의료계의 정서를 고려하지 않은 부적절한 일로 생각하며 깊은 책임을 느낀다”

2010년 10월 당시 임선민 한미약품 대표이사가 공식적인 사과를 했다.

한미약품이 리베이트를 받은 의사와 약사를 처벌하는 쌍벌제를 정부에 건의한 대표 제약사라고 알려지자, 일부 개업의사들이 ‘쌍벌제 5적(敵)’으로 ‘유한안동대’(유한양행ㆍ한미약품ㆍ안국약품ㆍ동아제약ㆍ대웅제약)를 지목하고 해당 제약사의 의약품에 대한 불매운동을 벌인 이후였다.

그러나 한미약품은 지난 2009년 7월부터 2012년 5월까지 리베이트 쌍벌제 이후에도 리베이트 제공 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특정 품목의 판매업무정지 행정처분을 받는다. 공격적 영업력의 핵심이 ‘리베이트’로 가능했다는 냉소적 평가마저 나왔다. 리베이트 파문이 지나자 주식 증여가 화두로 떠올랐다.

임성기 회장은 2012년 8월 네 살짜리 손자를 포함해 가족들에게 무더기로 주식을 증여해 도마 위에 올랐다.

손주들은 2008년생 만 4세 3명을 비롯해 만 5세, 6세, 8세, 9세 등으로 나이가 어리지만 시가로 24억원에 이르는 주식을 보유하게 돼 화제를 일으켰다.

당시 업계에서는 임 회장이 현재 한미사이언스의 주가 수준이 낮다고 판단, 증여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주식증여에 나선 것으로 분석했다.

최근에는 주가가 10배나 뛰었음에도 시세차익에 대한 세금은 없다는 특성 때문에 법의 허점을 이용한 증여가 아니냐는 의혹도 불거졌다.

한미약품의 주가가 급등세를 보이던 지난해에도 잡음은 계속 이어졌다.

한미약품은 지난해 4월부터 부산지방국세청의 세무조사를 받아 추징금 357억4000만원을 부과받았다.

같은 해 3월에는 기술수출 계약 체결 소식을 이용한 불법적인 내부자 거래가 진행된 것이 검찰 수사에 의해 밝혀졌고, 7월 29일에는 한미약품의 주가가 전날 기술수출 계약 소식에 급등세를 보이다 오후들어 어닝쇼크로 주가가 곤두박질쳤다.

최근 늑장 공시 논란과 임상실험 부작용으로 인한 시장의 혼란에 대해 업계는 신중한 반응이다.

한 관계자는 “최근 임상 실험 부작용으로 인해 한미약품에게 온갖 포화를 날리는 것은, 지금껏 우리나라 시장이 제약이나 바이오 쪽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황에서 나온 결과”라고 본다면서도 “최근 늑장 공시와 대량 공매도 의혹은 실제로 한미약품의 기술 수출과는 상관없는 외부적인 경영상 문제인데, 이런 것들을 관리하지 못하는 것도 결국은 한미약품의 오너 경영에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지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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