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면, 공매도 세력은 주당 23% 투자차익

[헤럴드경제=박영훈기자]항암제 기술수출 계약이 해지됐다는 악재성 재료를 늑장 공시해 투자자들에게 큰 손실을 입힌 한미약품 사태와 관련해 한국거래소와 금융당국이 본격 조사에 착수했다.

하지만 ‘호재 뒤 기습 악재 공시’ 과정에서 평소의 21배가 넘는 공매도 물량이 쏟아지며 최대 23%의 수익을 챙긴 반면, 호재성 공시를 믿고 한미약품 주식을 산 개미(개인투자자)들은 이틀새 30%가 넘는 투자손실을 입게 됐다.

4일 유가증권시장에서 한미약품 주가는 장중 한때 전 거래일보다 14.37% 급락한 43만 5000원에 거래됐다. 한미약품 주가는 악재성 공시가 나온 지난달 30일에도 18.06% 폭락 마감했다.

정보라 한국투자증권은 연구원은 “신약개발 중 임상 중단은 피할 수 없는 이벤트 중 하나이고, 글로벌 신약개발을 위한 성장통이지만 투자자가 납득하기 어려운 공시 시점과 연구개발(R&D)에 대한 투자심리 약화로 당분간 한미약품의 주가는 약세를 보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앞서 한미약품은 지난달 29일 장 마감 후 ‘제넨텍과 9억1000만달러 규모의 항암제 기술이전 계약 체결’을 공시한 후 다음날인 30일 오전 9시29분께 ‘베링거인겔하임과의 페암신약 HM61713(올무티닙)의 기술수출 계약해지’를 공시했다.

지난달 29일 장 마감이후 나온 호재성 공시를 믿고 악재성 공시가 나온 30일 오전 9시29분 이전 한미약품 주식을 산 투자자의 경우 이틀새 30%가 넘는 투자손실을 입게된 셈이다.

반면 ‘호재 뒤 기습 악재 공시’를 알고 공매도를 한 세력들은 20%가 넘는 투자 차익을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호재 뒤 기습 악재로 한미약품의 주가가 급락한 지난달 30일 당시 한미약품의 주식 거래량은 무려 174만여 주로, 평소 거래량 10만여 주의 17배 이상에 달했다.

특히 공매도량은 10만4327주로, 지난 2010년 7월 상장 이후 사상최대치이며, 올해 평균 공매도량인 4850주의 21배가 넘는 양이다.

주가 급락으로 이득을 취한 세력이 있을 수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공매도는 주식을 빌려 팔고 나서 주가가 하락하면 낮은 가격에 사서 빌린 주식을 갚아 차익을 챙기는 투자기법이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공매도 세력은 이날 공매도를 통해 1주당 23.24%의 수익률을 올렸을 것으로 추산된다.

한미약품 주가는 이날 장중 최저가는 50만2000원, 장중 최고가는 65만4000원으로 주당 15만2000원의 차익을 냈다면 이같은 계산이 가능하다.

내부 정보를 이용해 공매도를 통해 차익을 챙겼다면, 이는 명백한 자본시장법 위반이다.

한편, 한국거래소는 4일 한미약품 임직원 등 이해당사자들의 주식계좌 전면 조사에 나섰다. 내부자 중 미공개정보를 이용해 부당한 이득을 취한 사람이 있는지를 집중 점검하기 위해서다.

한미약품 측은 “29일 오후 7시 6분께 베링거인겔하임으로 부터 계약해지 내용을 전달받은 이후 ‘24시간이내 공시’ 규정을 지켰으며, 이 과정에서 고의 지연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했지만, 호재에 뒤따른 악재 공시와 장 시작ㆍ직후라는 공시 시점은 투자자의 혼란을 키웠다.

이번 조사는 금융위 자본시장조사단을 주축으로 금감원 자본시장조사국과 거래소 시장 감시위원회의 공조 체제로 이뤄진다.

시장 감시위원회는 모니터링를 통해 거래 과정에 이상이 발견되면 본격적인 조사에 착수하게 되고, 조사 결과를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조사단에 넘길 계획이다.

이와함께 거래소는 한미약품의 공정공시 위반 및 불성실공시법인 지정 여부도 함께 들여다보고 있다.

거래소 공시부 관계자는 “미공개 정보 이용 혐의가 드러날 경우 공정공시 위반 조치도 함께 이뤄질 수 있다”며 “이미 공시한 상황에 대해 큰 변동 사안이 있을 경우 변경 공시나 정정 공시를 통해 즉각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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