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배문숙ㆍ원승일 기자] “저성장의 늪에 빠졌다.” 올해 4분기 우리나라 경제 현실에 대한 전문가들의 진단을 함축한말이다. 나라 안팎의 악재가 속출하면서 장기침체가 본격화하고 있지만 우리 경제를 지탱하는 수출은 뒷걸음질 치기 바쁘고, 다소 회복되고 있긴 하지만 또 다른 한축인 내수 역시 본궤도에 오르지 못하고 있다. 갈길은 먼데 앞길이 보이지 않는 형국이라는 게 이들의 한결같은 주장이다. 어렵사리 추가경정예산(추경)이 편성돼 재정지출을 통한 수요진작책으로 경기 회복을 도모하고 있지만 꺼져 버린 불씨를 되살리기엔 역부족이다. 더 큰 문제는 경제 활력 도모를 위한 추가 카드가 없다는 점이다. 결국 구조개혁을 통해 경제 체질을 개선하는 것만이 길이란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주문이다.
이필상 서울대 겸임교수는 “지금은 구조적으로 저성장 기조에 빠져 있기 때문에 경기부양정책으로 경제성장률을 높이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산업 구조를 개혁하면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하는 근본적인 접근 이외에는 큰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어 “가장 중요한 것이 기업들이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주는 것”이라며 “정부가 규제완화 등에 역점을 둔 구조개혁을 추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지금의 경제 상황이 단기적인 문제라면 통화 완화나 일시적인 재정지출 확대를 통해 해결할 수 있겠지만 이는 일시적인 효과일 뿐 구조적인 경기침체의 요인을 해소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구조개혁, 구조조정 등을 통해 우리 경제의 체질을 개선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배상근 한국경제연구원 부원장은 부진한 수요를 공급 측면에서 대체하려면 신 사업 발굴을 통한 미래의 먹거리를 창출하는 것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이 부원장은 또 “지금은 기존 제품의 수요 등은 한계에 도달해 수요진작 정책과 함께 공급자적인 시각에서 새로운 산업이나 제품, 시장을 열수 있는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며 “스마트폰을 활용해 수요, 소비 등이 이뤄질 수 있는 새로운 섹터를 마련하는 등 신 산업의 변화를 통해 공급적인 측면에서 새로운 시장을 여는 것이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성장이 저하될 때 성장률을 올리는 방법은 생산요소를 많이 만들거나 기술을 향상시키는 방법이 있다”며 “지금은 자본이 넘쳐나기 때문에 노동투입의 효율성을 늘려야 하고, 결국 인적 자본에 투자해 신 기술을 개발하는데 주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는 IMF 등 90년대 말 위기가 반복되지 않도록 환율하락에 따른 수출 감소에 대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오 교수는 특히 “장기침체가 본격화된 상황에서 97년의 위기가 다시 오지 않도록 역량을 집중해야한다”며 “일단 수출이 더 나빠지기 전에 원엔 환율이 떨어지는 것을 막고, 미국 금리 인상에 따른 자본 유출에는 거시건전성 규제로 대응하는 등 외화유동성을 충분히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실장은 코리아세일페스타 등 소비진작책을 통해 경기 회복의 모멘텀을 마련해야 한다점을 강조했다. 그는 “장기 침체시에는 세일페스타 등 지갑을 열게하는 정책과 함께 감세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며 “올해 편성된 추경도 빨리 집행해 경기에 활력을 불어넣어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