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증권 71만원으로 대폭낮춰 HMC투자증권도 63만원으로
“임상 실패는 신약개발의 성장통일 수 있다. 하지만 이를 전달하는 방법이 부적절했다”
한미약품이 ‘호재 뒤 악재 공시’로 투자자를 혼란에 빠뜨린 것과 관련된 증권가의 대체적인 평이다.
글로벌 신약개발 역량을 가진 기업이라는 펀더멘털(기초여건)에는 변화가 없지만,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까진 갈 길이 요원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늑장공시 논란으로 이틀째 주가가 급락하고 있는 한미약품 사태와 관련, 4일 증권가에서는 공시 시점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한미약품은 지난달 29일 장 마감 후 ‘제넨텍과 9억1000만달러 규모의 항암제 기술이전 계약 체결’을 공시한 후 다음날 오전 9시29분께 ‘베링거인겔하임과의 페암신약 HM61713(올무티닙)의 기술수출 계약해지’를 공시했다.
한미약품 측은 “의도가 없었다”고 해명했지만, 호재에 뒤따른 악재 공시와 장 시작ㆍ직후라는 공시 시점은 투자자의 혼란을 키웠다.
특히 30일 개장 직후 악재 공시가 나오기 전까지 약 30분간 한미약품을 집중 매수한 투자자는 큰 손해를 보게 됐다.
정보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신약개발 중 임상 중단은 피할 수 없는 이벤트 중 하나라고 해도 공시 시점은 투자자들이 납득하기 어렵다”며 목표주가를 84만원에서 79만원으로 하향했다.
서근희 대신증권 연구원은 “한미약품은 국내 제약업계 역사상 가장 독보적인 행보를 보여준 데 반해 계약 반환과 관련된 공시 발표 타이밍은 아쉬움이 남는다”고 지적했다.
현대증권은 “당분간 신약 개발주보다는 실적 중심의 투자를 권고한다”며 목표주가를 122만원에서 71만원으로 내렸다.
HMC투자증권도 한미약품의 신약 개발 임상단계별 성공확률을 하향 조정한다며 목표주가를 90만원에서 63만원으로 대폭낮췄다.
증권가에서는 무엇보다도 이 같은 사례가 이전에도 한 차례 발생했었다는 점은 석연치 않은 대목으로 꼽힌다.
한미약품은 지난해 7월29일 전날 공시한 8500억원대 사상 최대 규모의 기술수출 계약에 힘입어 오전에만 10% 넘게 뛰었다.
하지만, 그날 오후 2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1% 줄어들었다고 발표하면서 주가는 20% 폭락했다.
기술수출 계약에 대한 공시에 앞서 관련 소문이 떠돌았을 때 개인은 매수세를 보였지만, 기관은 오히려 매도세를 보였다. 공시 이후 기관은 연초 이후 최대 규모의 차익실현 매물을 쏟아내면서 그 피해는 고스란히 개미(개인)투자자에게 돌아갔다.
한미약품은 이보다 앞서 내부자 거래를 한 사례도 있었다. 이번 ‘늑장 공시’에 대한 시장의 의심이 더욱 커지는 이유다.
지난해 3월 다국적 제약회사인 ‘일라이릴리’에 7800억 원 규모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한 소식을 공시하자 한미약품 주가는 큰 폭으로 오르기 시작했다.
당시 한미약품의 주가는 특별한 호재성 공시 없이 상한가를 기록하며 이미 7거래일간 70% 오른 상태였다.
검찰 조사결과, 한미약품 기술수출 계약 작업에 관여했던 노모 씨는 증권사에서 제약업종 분석을 담당한 양모 씨와 정보를 주고받아 부당이득을 챙겼다. 양 씨는 해당 정보를 지인 등에게 전달했고 이로 인한 부당이득 규모는 261억원으로 불어났다.
업계 전문가들은 올해 연말로 예상되는 비만ㆍ당뇨치료제의 임상 진입과 그에 따른 대규모 마일스톤(단계별 기술 수입료) 인식을 한미약품의 주가 상승 모멘텀으로 보고 있다.
정보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신약개발 역량을 가진 기업이라는 펀더멘털에는 변화가 없다”며 “올해 연말로 예상되는 비만치료제 혹은 당뇨치료제의 임상 진입과 그에 따른 대규모 마일스톤(단계별 기술료) 인식이 주가 상승에 중요한 모멘텀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이는 신뢰 회복이 전제됐을 때 가능하다는 설명도 나온다.
김태희 현대증권 연구원은 “문제는 투자심리”라며 “이번 사태와 임상 중단으로 나머지 기술수출에 대한 시장의 우려도 커질 것으로 예상돼 추가적인 주가 하락도 나타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y2k@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