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문영규 기자]‘한미약품, 시장과잉반응일까.’
한미약품 주가폭락 사태는 지연공시, 공매도 의혹에 앞서 주식시장의 이상현상인 시장과잉반응에도 주목해볼 수 있다. 공시된 악재에 따른 주가하락은 불가피하지만 과도한 하락은 시장의 반응이 지나치게 민감한 것이라는 해석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기관이든 외국인이든 개인투자자이든 매도 주체들의 악재에 대한 ‘주식 던지기’는 효율적 시장가설에서 벗어난 시장에 대한 과민한 반응으로 볼 수 있으며, 기업이나 시장에 대한 신뢰관계의 취약성을 드러내는 것이기도 하다.
한미약품은 주식시장의 여러 이상현상의 가운데 하나인 ‘시장과잉반응’의 피해자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미약품, 호재 뒤 악재 공시… 과잉반응 극대화=주식시장에서의 과잉반응현상이란 주가가 새로운 정보에 과잉반응해 발생하는 현상이다. 예상치 못했던 정보에 주가가 급등락을 보이는 것으로 대표적인 예는 북한리스크 등이다.
이번 한미약품 사태는 호재 뒤 악재가 공시되며 과잉반응을 불러일으켰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지난달 29일 한미약품은 장 마감 이후 미국 제넨테크와의 1조원 상당의 기술수출계약 체결내용을 공시하면서 다음날 개장 전까지 8조원 규모의 초대형 기술수출 계약에 따른 호평이 이어졌다. 한미약품은 주가상승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면서 장중 5.48% 급등했다.
그러나 다음날인 30일 9시 30분께에는 베링거인겔하임에 기술이전한 또 다른 표적 항암신약 ‘올무니팁’의 개발이 중단됐다는 공시가 나와 결국 18.06% 하락한채 장을 마감했다.
이날 오전 9시부터 10시까지의 거래량을 보면 시장의 과잉반응이 뚜렷이 드러난다.
30일 한미약품의 전체 거래량은 약 178만주였다. 개장 직후 ‘올무니팁’의 개발중단 소식이 나오기 전인 9시 30분까지 주가 상승이이어지는 동안 거래량은 30만622주에 달했다. 이어 공시 직후인 9시 30분 이후부터 10시까지 거래량은 52만7209주였다.
개장 이후 한 시간 동안 거래량은 82만7831주, 하루 거래의 절반에 가까운 46.60%가 이 한 시간동안 이뤄진 것이다.
▶주말효과와 한미약품=주식시장 이상현상 가운데엔 ‘주말효과’도 있다.
기업들은 악재가 있으면 금요일 폐장 이후 공시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투자주체들의 충동적인 매도와 같은 반응을 미리 방지하기 위해서다. 주말을 보낸 시장의 완충효과를 노리는 것으로 투자자들은 정보를 알아도 월요일에 매도할 수밖에 없어 증시는 월요일 급락하게 된다.
그러나 월요일 주가에 반영된 악재는 진정 이후 상승세를 타며 금요일 주가는 월요일보다는 높아지게 된다.
지연공시가 아님을 밝힌 한미약품은 지난달 30일 공시가 이뤄지면서 이날부터 악재가 반영되기 시작했다. 만약 월요일부터 악재가 반영됐다면 주가 흐름은 달라졌을 가능성도 있다.
▶주식시장 이상현상들 무엇이 있을까=주식시장에는 시장과잉반응, 주말효과 외에도 여러 이상현상들이 존재한다.
주말효과와 같은 계절적인 현상으로는 1월효과, ‘Sell In May’(5월엔 팔아라), 월중효과 등이 있으며, 기업특성적 현상으로는 주가수익비율(PER)효과, 소규모기업효과, 소외기업효과 등이 있다.
1월효과는 통계적으로 1월의 주가상승률이 다른 달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나는 현상이다. 정부 정책이 1월에 주로 발표되고 각종 경제지표들이 낙관적으로 제시되며 주식시장에 대한 전망도 밝게 예견돼 우호적인 투자심리가 나타나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월중효과란 월말보다 월초가 수익률이 좋은 현상이며, 소규모기업효과는 기업의 시장가치가 작을수록 투자수익률이 커지는 현상을 의미한다.
이밖에 PER효과는 저PER 주식이 고PER 주식에 비해 예측되는 수익률보다 비정상적 초과수익을 얻을 수 있는 것이며, 소외기업효과는 투자자들의 관심이 낮은 기업의 수익률이 관심이 높은 기업의 수익률보다 높게 나타나는 현상이다.
하지만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이같은 현상들을 맹신하는 것은 경계해야한다며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주목할 만한 ‘발생액 이상현상’=그럼에도 주식시장 이상현상을 잘 이용하면 수익을 낼 수 있는 투자전략이 될 수 있다.
신한금융투자는 이런 이상현상 가운데 ‘발생액 이상현상’(Accrual Anomaly)에 주목했다. 발생액 이상현상에 해당하는 종목들의 분기 평균 수익률이 우수했다는 분석이다.
발생액 이상현상이란 발생액이 작은(순이익이 영업활동 현금흐름과 비교해 작은) 종목군에서 유의미한 초과 성과가 나타나는 현상을 뜻한다. 당기순이익에서 영업활동 현금흐름을 빼고 이를 순자산으로 나눈 비율을 구하면 발생액 비율이 나온다.
신한금융투자는 매분기 말을 기준으로 코스피(KOSPI)200을 5분위로 나눠 각 그룹의 직후분기별 동일 가중 수익률을 계산했는데, 하위 20%의 분기 평균 수익률은 4.1%, 상위 20%는 0.8%였다. 하위 20%의 수익률이 상위 20%의 수익률보다 3.3%포인트 앞서는 것이다.
최민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하위 20%의)2007년 이후 절대 수익률은 293.6%로 상위 20% 그룹 수익률을 압도했다”며 “2012년 이후로 기간을 한정해도 분기 평균 수익률은 3.1%로 전체 평균 대비 2.2%포인트 높은 성과를 기록했다”고 분석했다.
올해 2분기 기준 하위 20%에 포함되는 종목으로는 (시가총액순)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포스코(POSCO), SK텔레콤, LG화학, SK이노베이션, LG디스플레이, 롯데케미칼, KT, LG전자 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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