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이경이 이번에 김기덕 감독의 신작 '일대일'로 관객들과 만난다. '일대일'은 살인 용의자 7인과 그림자 7인의 숨막히는 대결을 그린 영화로 한 여고생이 잔인하게 살해당한 뒤에 벌어지는 이야기로 상하관계에 따른 인간 군상의 모순이 담겼다.
낮에는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밤에는 그림자 리더(마동석)을 도와 살인용의자 7인을 쫓는다. 다른 그림자들이 어려운 사연 속에서 세상에 불만을 갖고 그림자 리더를 돕는데 반해 그림자1은 단순히 재미로 모임을 시작해 재미를 느낀다. 시간이 흐를 수록 죄책감을 느끼는 사람들 속에서 그는 그림자 리더를 우상처럼 여긴다. '일대일' 영화 속 이이경의 모습이다. 이같은 모습이 불편하지 않은 이유는 이이경의 탁월한 캐릭터 표현 덕분이다
영화 '백야'로 데뷔해 드라마 '학교 2013', '나인:아홉 번의 시간여행', '칼과 꽃', '별에서 온 그대'에 출연하며 필모그래피를 쌓은 이이경은 영화 '일대일'로 자신의 스펙트럼을 또 한 번 넓혔다. 최근 본지는 논현동에서 이이경을 만나 영화에 대한 여러가지 이야기를 나눴다.
"'일대일'에 출연하게 된 계기는 영화 쪽에서 먼저 연락을 주셨어요. 처음에 오디션인 줄 알았는데 마동석 형님을 포함해 다른 배우들이 다 계시더라고요. 그 때가 리딩이었어요. 리딩하고 바로 함께 하자고 하셔서 영화에 합류하게 됐습니다."
국내 뿐만 아니라 유수의 영화제에서도 인정받는 김기덕 감독과의 작업 소감에 대해서도 털어놨다.
"회차가 얼마 되지 않아 현장이 빨리 돌아간다는 것 외에는 별 어려움이 없었어요. 다행히 그래야 하는 이유도 알고 있었고요. 그 와중에 감독님께서도 배려 해주시고 배우를 믿고 맡겨주셔서 감사했어요. 앞으로는 경험하지 못할 촬영현장이었죠. 평생 만나보지 못할 수도 있는, 천재 수식어가 붙는 감독님이잖아요. 제 입장에서는 매 순간 영광이었습니다. 실제로 만나보니 유쾌하셔서 반전 매력을 느꼈고 또 그안에서 핵심이 되는 것을 콕콕 찔러주셔서 '마음까지 느슨한 분은 아니구나'란걸 온몸으론 느꼈어요."
이이경은 꽤 꼼꼼하고 깊은 곳까지 캐릭터를 분석하는 연기자다. 그의 이러한 성향이 캐릭터들을 더 빠르게 흡수시키며 동화되는데 단단히 일조해왔다. 그가 바라본 그림자1의 모습은 어떠했고, 그가 그림자1의 캐릭터를 부각시키고 싶었던 점은 무엇이었는지 물었다.
"그림자들의 나이, 성별이 다양하잖아요. 저는 그림자1의 조금 단순하면서도 순수한 면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세상에 대한 불만이 많은 친구인데 이 모든게 반항심으로 표출되죠. 그림자 리더는 가족 오민주가 살해되고 온라인 상으로 사람들을 모았을것 같아요. 그 때 그림자1은 딱히 목적의식이 있다기보다는 단순히 '재미있겠는데?'라는 생각으로 시작한거죠. 그러면서 그림자7을 형에서 우상으로 느끼는거예요."
"또 저는 캐릭터를 접근할 때 그 인물의 세세한 것까지 생각해보는 스타일이예요. 예를 들면 '이 친구가 담배를 필까?', '피면 어떤 담배를 필까?', '글씨는 잘썼을까?' 등 이렇게 접근하다보면 풍성해지는 기분이 들어요. 어긋날 때도 있지만요.(웃음)"
그림자 리더 역을 맡은 마동석은 이번 영화를 선두에 서서 이끌어간다. 이이경 역시 그의 곁에서 영화가 끝까지 무사히 마칠 수 있도록 조력자 역할을 해낸다. 마동석과의 호흡에 대해 묻자 그는 웃으며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개인적으로 마동석 형님을 좋아했어요. 마동석 형님도 제가 옆에서 치근덕거려고 다 받아주시더라고요. 형님 옆에 가서 팔둑도 마지고 옆에 누워계시면 따라 눕고 그랬더니 더 잘 챙겨주셨어요."
이이경은 바쁘게 돌아간 촬영 현장 속에서도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고 감사해 했다. 짧은 촬영 기간 속에서 많은 것을 만들어내야했던만큼 고된 점도 있었지만 그로인해 무언가를 얻어 가져갈 수 있었던 '일대일' 촬영현장은 이이경에게 선물과 같지 않았을까.
"순발력만은 확실하게 배운 촬영현장이었어요. 대본 수정이 많고 찍으면서 만들어가야하는 경우가 잦았기 때문에 그것에 빨리 적응하고 해내야 됐어요. 저는 그런 환경들이 현장에서 자유자재로 노는 것처럼 느껴졋어요. 앞으로 어떤 상황, 어떤 캐릭터가 와도 잘 해낼 수 있을 것 같아요."
이이경은 작품을 고를 때 자신만의 선정 기준을 '의미'라고 밝혔다. 배우들에게 '의미'라는 것은 환경과 추구하는 바에 따라 달라질 수 있고 대중 역시 해석하는 바가 다르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건 이이경의 연기는 누군가에게 치유를 주는 힘이 있다는 것이고, 이이경 역시 허투루 연기하지 않을 수 있는 작품을 원하고 있었다.
"의미있는 작품을 많이 하고 싶어요. '연평해전'이란 영화도 군대 영화고 머리도 깎아야 하고, 노개런티였어요. 유가족분들도 만나보고 영화팀에서 방대한 양의 자료를 주셔서 진해에 내려가 살다시피 했었죠. 아쉽게도 빛을 못봤지만 저에게 의미있는 작품이었어요. 이송희일 감독님의 '백야'도 실화를 바탕으로 해서 '왜 성소수자들은 음지로 있지'로 출발을 했죠. 영화 찍고 당사자 분이 저한테 '고맙다. 덕분에 숨을 쉬면서 살 수 있을 것 같다'라는 메시지를 주셨어요. 그 때 참 느낌이 남달랐습니다."
군 복무 중 로버트 코헥의 '액팅원'을 읽다 이해가 안가 배워보고자 했던 연기가 어느새 이이경을 설명해주는 직업이 됐다.
"어려서 드라마 보면서 많이 따라하고 그랬어요. 그러면서도 '내가 무슨 연기야'하고 넘겼었는데 군대에서 '아이리스'라는 드라마를 보고 보는 것도 재미있는데 직접 하면 엄청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또 연기 서적을 읽는데 단어는 다 알겠는데 이해를 못하겠더라고요. 그래서 휴가 때 학원을 끊어놓고 연기를 배웠어요. 전역하면서도 학원 쭉 다니다가 연기가 정말 궁금해지기 시작했어요. 알면 알 수록 배우고 싶어서 서울예대로 다시 입학을 했습니다."
"연기를 하고 있지만 아직도 잘 모르겠어요.(웃음) 더 다양한 경험과 배역을 해서 스스로 깨닫고 영역을 넓혀야할 것 같아요. 나중에 제가 그걸 알게됐을때 제 자신에 대한 만족감이 빛을 보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이경은 영화 '일대일'의 관람하는 관전포인트를 전했다. '일대일'을 기대하고 있는 관객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일대일'의 부제는 '나는 누구인가'입니다. 전달하고자하는 바가 그곳에 숨어있죠. 다양한 캐릭터, 가해자가 등장하면서 피해자가 가해자가 될 수 있고, 가해자가 피해자가 될 수도 있죠. 우리 모두 똑같다는 전제하에 각각 어떤 모습과 역할을 하면서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지를 생각하면서 보면 더 보이는 것이 많을 것 같습니다. 영화를 보고 집으로 돌아가면서 생각할 수 있는, 울림있는 영화가 됐으면 좋겠어요." 유지윤 이슈팀기자 /jiyoon2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