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래 대구범어 유디치과 대표원장
치과에 내원한 환자들에게 “마지막으로 치과에 오신 게 언제인가요?”라고 물으면 “이가 아파서 온 적은 있지만 검진을 위해 방문한 적은 거의 없다”고 답하는 경우가 많다. 치과는 치아가 아플 때 찾아가는 곳이라는 인식이 여전히 강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치과 진료에서 중요한 것은 통증을 없애는 것만이 아니다. 오히려 통증이 생기기 전에 구강 내 문제를 발견하고 관리하는 것이 건강한 치아를 오래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충치나 잇몸질환은 초기에는 별다른 자각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아 ‘아프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구강 상태가 건강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대표적인 질환이 충치다. 충치는 치아 표면에 세균과 음식물 등이 결합해 형성된 치태에서 발생한다. 초기에는 치아 표면의 색이나 형태에 작은 변화만 나타나고 특별한 통증이 없을 수 있다. 그러나 충치가 치아 내부로 점차 진행되면 찬 음식이나 단 음식에 시린 증상이 나타나거나 음식물이 자주 끼는 등의 증상이 생길 수 있다. 더 진행되면 치아 내부의 신경까지 영향을 받아 심한 통증을 경험하게 된다.
잇몸질환도 마찬가지다. 초기에는 잇몸이 붓거나 양치할 때 피가 나는 정도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많은 사람들이 이를 일시적인 증상으로 생각하고 지나치지만, 이러한 증상은 잇몸에 염증이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 적절한 관리 없이 염증이 지속되면 치아를 지지하는 잇몸뼈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고, 결국 치아가 흔들리거나 발치가 필요한 상황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특히 잇몸질환이 무서운 이유 중 하나는 증상이 심해질 때까지 환자가 문제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는 점이다. 잇몸뼈가 상당 부분 손상된 뒤에야 치아가 흔들리거나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도 있다. 따라서 잇몸에서 피가 나는 것을 단순히 ‘양치를 세게 해서 그런 것’이라고 생각하기보다는 반복적으로 출혈이 발생한다면 자신의 잇몸 상태를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정기적인 치과 검진에서는 무엇을 확인할까. 단순히 충치가 있는지만 살펴보는 것은 아니다. 치아의 상태는 물론 잇몸의 염증 여부, 치석의 정도, 치아 사이의 문제, 기존 보철물의 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확인한다. 필요한 경우 방사선 검사를 통해 육안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치아 내부나 치아 주변 조직의 상태를 살펴볼 수도 있다.
정기검진의 장점은 문제가 커지기 전에 발견할 가능성을 높인다는 데 있다. 같은 충치라도 발견 시점에 따라 필요한 치료의 범위가 달라질 수 있다. 작은 충치는 비교적 간단한 치료로 관리할 수 있지만, 충치가 깊어져 신경까지 영향을 미치면 보다 복잡한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잇몸질환 역시 초기 단계에서 관리한다면 진행을 늦추고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다만 정기검진의 주기는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연령과 구강 위생 상태, 충치나 잇몸질환의 위험도, 기존 치료 여부 등에 따라 적절한 검진 주기가 달라질 수 있다. 평소 충치가 자주 생기거나 잇몸질환이 있는 사람, 치아를 많이 치료한 사람이라면 더욱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 어린이와 청소년 역시 성장 과정에서 치아와 구강 환경이 변하기 때문에 정기적인 검진을 통해 구강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집에서의 관리도 중요하다. 정기적으로 치과를 방문한다고 해서 평소의 구강관리가 필요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하루 두세 차례 올바른 방법으로 양치하고, 치아 사이의 치태를 제거하기 위해 치실이나 치간칫솔을 사용하는 습관을 갖는 것이 기본이다. 당분이 많은 음식이나 음료를 지나치게 자주 섭취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또한 ‘이가 아프지 않으니 괜찮겠지’라는 생각과 함께 ‘나이가 들면 치아를 잃는 것은 당연하다’는 생각도 바꿀 필요가 있다. 나이가 들면서 치아와 잇몸에 변화가 생기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모든 사람이 노화로 인해 치아를 잃는 것은 아니다. 평소의 관리와 정기적인 검진을 통해 치아와 잇몸의 건강을 오랫동안 유지하는 것이 가능하다.
치과 치료에서 가장 좋은 결과는 질환이 심해진 뒤 치료하는 것보다 문제가 생기기 전에 예방하고, 작은 문제를 초기에 관리하는 데서 얻을 수 있다. 치과 방문을 ‘통증을 해결하는 곳’으로만 생각하지 말고, 현재의 구강 상태를 점검하고 앞으로의 치아 건강을 관리하는 곳으로 생각해 보는 것은 어떨까.
치아는 우리 몸에서 한 번 손상되면 스스로 원래 상태로 돌아오기 어려운 조직이다. 그렇기 때문에 통증이 없을 때 한 번 더 살펴보는 습관이 중요하다. 오늘 당장 특별한 불편함이 없더라도 마지막 치과 검진이 언제였는지 떠올려보자. 건강한 치아를 오래 유지하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결국 ‘아프기 전에 관리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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