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보영 기자] 20대 남성이 실온에 보관한 밥을 재가열해 섭취한 후 전신 발작 증세를 보이다 다발성 장기 부전으로 이어진 사례가 보고됐다.
이 남성은 긴급 간 이식까지 고려해야할 정도로 상태가 악화됐으나 집중 치료 끝에 간 이식 없이 회복했다. 원인은 심각한 ‘세룰라이드’ 중독으로 밝혀졌다.
네덜란드 에라스무스 MC 로테르담 대학병원 연구진은 지난 5일 국제학술지 ‘BMJ 증례보고(BMJ Case Reports)’에 이 같은 사례를 발표했다.
논문에 따르면 특별한 병력이 없던 20대 남성은 전날 조리한 쌀밥 요리를 주방에 그대로 방치했다가 다음 날 다시 데워 먹었다. 당시 주방 온도는 30도를 넘었다.
식사 후 몸 상태가 나빠진 남성은 일찍 잠자리에 들었으나 다음 날 오전 침대에서 의식을 잃은 채 발견됐다. 병원 이송 당시에는 전신 발작과 심각한 저혈당 증세가 나타났다.
병원 검사에서는 고암모니아혈증을 동반한 급성 간부전과 급성 신부전, 젖산산증이 확인됐다. 의료진이 긴급 간 이식 필요성까지 평가할 정도로 상태가 급격히 악화됐다.
이후 남성은 포도당, 암모니아, 글루타민 제거제 투여, 정맥 혈액투석(CVVHD) 등 집중치료 끝에 점차 호전됐다. 남성은 입원 4일째 간 이식 대기 명단에서 제외됐고 신경학적 기능도 회복해 입원 14일 만에 퇴원했다.
남성은 재활 프로그램을 받은 뒤 직장에 복귀했으며, 손에 경미한 떨림이 남았지만 그 외에는 특별한 증상이 없는 것으로 보고됐다.
독성학적 분석 결과 남성이 먹은 음식에서는 식중독을 일으키는 바실러스 세레우스(Bacillus cereus)가 생성하는 독소인 세룰라이드가 고농도로 검출됐다.
세룰라이드는 100℃가 넘는 고온에서 조리하거나 끓여도 파괴되지 않는 내열성 독소다. 섭취 시 구토, 메스꺼움, 복통 등을 유발하며, 심각할 경우 간 손상이나 중증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다.
연구진은 남성이 식사 후 구토하지 않은 것이 독소의 전신 흡수를 늘렸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같은 음식을 먹었던 형은 구토와 설사 후 이틀 만에 회복한 것으로 전해졌다.
연구진은 “환자는 복부 경련과 권태감을 느꼈지만 구토는 하지 않은 채 누워서 잠이 들었다”며 “섭취 후 구토를 한 환자의 형보다 독소의 전신 흡수를 더 많이 허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증상이 식사 후 몇 시간 이내에 나타났으며, 액체크로마토그래피-탠덤 질량분석법(LC-MS/MS) 분석 결과 체내에 남아 있던 음식물에서 매우 높은 농도의 세룰라이드가 검출됐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이번 사례가 부적절하게 보관한 쌀 등 전분 식품과 관련된 세룰라이드 중독의 위험성을 보여준다며, 조리한 음식은 안전하게 취급하고 냉장 보관하는 등 식품 안전 수칙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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