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대학원 지도교수님을 뵈러 미국 워싱턴을 방문했을 때 일이다. 당시 은사님은 학교에서 잠시 휴직하고, 미국과학재단 총재직을 맡아 미국 과학 교육과 연구 계획 수립 등을 총괄하는 업무를 맡고 계셨다. 널찍한 사무실도 훌륭했지만, 가장 인상적인 경험은 점심식사였다. 학생 때 종종 근사한 식당에서 식사를 사 주셨던 기억에 내심 기대를 하고 사무실을 나왔는데, 도착한 곳은 구내 카페테리아 샌드위치 매장이었다. “각자 자기 샌드위치 값을 내라”고 하시면서, 당신이 공직에 있기 때문에 다른 사람을 사줄 수도 없고 대접을 받을 수도 없다고 하셨다. 당시 귀국길 내내 그 말이 계속 맴돌았다

오는 28일부터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다. 2012년 김영란 당시 국민권익위원장(전 대법관)이 추진했다. 공무원, 사립학교 교직원, 언론인 등이 직무 관련성이 있는 사람으로부터 3만원 이상의 식사 대접을 받으면 과태료를 낸다. 각각 5만원과 10만원을 초과하는 선물과 경조사비를 받아도 처벌받는다.

또 대가성이 없더라도 직무 관련성이 있는 사람으로부터 연간 합계 300만원 이상 금품 등을 받으면 형사 처벌받을 수 있다. 법안 대상자들이 1회 1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수수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배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배우자와 같은 가족이 직무와 관련해 금픔을 받는 경우에도 처벌되며, 그 대상은 가족이 아닌 공직자 본인이다. ‘김영란법’에 적시된 부정청탁과 사회상규의 개념이 모호하다는 주장 등이 있었지만, 헌법재판소가 지난 7월 합헌 결정을 내리면서 논란은 일단락됐다.

‘김영란법’은 우리 사회를 더 신뢰할 수 있는 사회로 만들기 위한 올바른 방향이다. 또 그 목적이 청탁을 거절하기 위한 취지라는 점에서 법 시행에 적극 찬성한다. 이 법이 시행된다는 사실 만으로도 부당한 청탁을 하려는 시도가 크게 줄어들 것이고, 시민들이 사회 지도층을 바라보는 시각이 더 긍정적인 쪽으로 바뀔 것이라 기대한다. 이를 통해 불신이라는 형태의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경제가 위축될 것이라는 일부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 부패로 쌓여진 경제라면 이 참에 없애야 할 것이고, 3만원 이상 식사를 하고 싶으면 본인이 밥값 내고 먹으면 될 일이다. 구체적인 시행에 대해서는 일부 합리적인 우려도 있으나, 이는 시행 과정에서 지켜보고 필요하다면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아직 국제적인 기준으로 보면 부족하다. 싱가포르의 ‘부패방지법’은 공직자가 재산의 형성 과정과 출처를 증명하지 못하면 몰수의 대상이 된다. 네덜란드에서는 내무 장관이 판공비를 사적 용도로 사용해 사임했을 때의 금액이 16년동안 400만원 정도였다.

하지만 선진국도 처음부터 사회 지도층이 청렴한 문화를 가진 것은 아니었다. 미국은 1970년대 ‘워터게이트 사건’ 이후 ‘정부윤리법’이 제정됐다. 영국도 산업혁명이후 19세기 초반까지 극심했던 부정선거 문제를 빅토리아 여왕 시대에 여러 차례의 법안 제정과 엄격한 적용으로 바로잡아 번영기를 누릴 수 있었다.

이번에 시행되는 ‘김영란법’을 적극 환영하며, 이를 통해 우리 사회가 한 단계 더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기를 희망한다. 위대한 투자가로 불리는 워렌 버핏은 본인의 성공 비결 중 하나가 본인이 운영하는 투자회사 직원들이 ‘법의 테두리보다 훨씬 더 안쪽의 경계선에서 행동하길 바랬다’는 점을 이야기했다. ‘생각보다 공무원들이 그리고 교사들이 공정하고 청렴해’라는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사람들의 입에서 나올 때 우리 사회는 더 행복한 공동체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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