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2030년까지 보편형 19만호 청사진

92% ‘건설형’ 17.5만호, 역세권 입지 핵심

전문가 “재원·택지·공사비·사업속도 맞아야”

매입형 1.8만호도 가격·대상지 선정 과제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전반으로 전월세난이 확산되자 정부가 2030년까지 중산층을 위한 보편형 공공임대주택 19만가구를 공급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도심·역세권 입지에 고품질 임대주택을 조성하겠다는 목표로, 새롭게 도입되는 보편형 공공임대 실현 가능성에 시장의 관심이 쏠린다. 정부가 보편형 공공임대의 90% 넘는 물량을 직접 지어 공급하겠다고 밝힌 만큼 도심 부지 확보 여부가 관건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22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전일 발표한 ‘두텁고 촘촘한 주거복지 실현을 위한 주거안정플랜’은 크게 4대 정책 방향을 담고 있다. ▷2030년까지 공적주택 118만8000가구 공급 ▷국민 주거권 보장을 위한 공적주택 혁신 ▷생애주기에 맞춘 수요자 중심의 주거문제 해결 ▷보편적 주거복지 이행을 위한 기반 마련 등이다.

눈에 띄는 것은 공공주택 신(新)유형인 보편형 임대 19만가구 공급방안이다. 정부가 지난 8·13 주택 신속공급 방안을 통해 신설 계획을 밝힌 보편형 공공임대는 중산층 등 다양한 계층이 우수 입지, 품질 좋고 부담가능한 주택에서 장기간 거주할 수 있는 유형이다. 중형 공급 확대, 고급 마감재 적용 등을 통해 민간 주택 수준의 공공임대주택을 청년층에게 50% 우선 공급한다.

구체적으로는 올해 착공하는 고양창릉 B-1블록(1594가구)과 내년 착공 예정인 남양주진접2 A-2블록(342가구), 남양주왕숙2 A-5블록(351가구) 등 사업지 3곳을 필두로 건설형 17만5000가구, 매입형 1만8000가구 공급 계획이 잡혀있다.

▶보편형 공공임대 건설형 17.5만가구 공급 목표…도심 부지 확보 관건=관건은 공급효과 및 실현가능성이다. 정부가 보편형 공공임대 정책을 내놓은 건 실거주 의무 강화와 전세대출 규제, 공급 부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서울발 전월세난이 가속화된 데다, 현행 공공임대 정책의 수혜계층이 저소득·취약계층으로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이어진 데 따른 것이다. 기존 통합공공임대주택이 취약계층 위주로 배분되면서 발생했던 소득계층 간 불균형을 해소하고, 중산층과 청년층의 주거 사다리를 복원하겠다는 취지다.

시장에서는 보편형 공공임대주택이 주거복지 수혜대상을 넓혔다는 점이 긍정적이라는 평가와 동시에 선호 입지 부지 확보 가능성, 재정 부담, 지자체 협의 등 구체적 실행 요소 검토가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장 역세권·도심 등 수도권 핵심 입지가 아닌 외곽 택지 중심의 공급이 주가 되면 수요와 미스매치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보편형 공공임대 전체 물량의 약 92%(17만5000가구)를 건설형으로 확보하겠다는 계획이지만, 수도권 내 신규 택지 외에는 도심 부지 여력이 충분치 않아 결국 공급이 외곽에 쏠릴 수밖에 없다는 진단이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중산층이 원하는 입지는 역세권 도심지에 집중돼 있는데 택지지구 건설 물량으로는 수요를 맞추기에 한계가 있다”며 “결국 (추진 가능) 물량은 기존 3기 신도시 물량을 다듬는 수준이라 신규 사업지 발굴이 어려울 것”이라고 짚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보편형 공공임대 19만가구 공급안이 실현 되려면 재원·택지·공사비·사업속도 네 박자가 맞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보편형 임대를 역세권과 도심에 공급하려면 토지 확보 비용이 높고 주민·지자체와 이해관계 조정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실제 과거 문재인 정부에서도 소득 기준을 완화한 통합공공임대주택을 도입하며 수도권의 질 좋은 중형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확대하겠다고 밝혔지만, 도심 내 부지 확보 난항과 사업성 및 재정 한계에 부딪혀 건설형 임대주택 공급 실적이 미비했던 전례가 있다. 문재인 정부 말기인 2022년 상반기에 건설형 공공임대 신규 승인은 5건(1139가구)에 불과했는데, 수도권 물량은 경기 이천 620가구 뿐이었다.

양지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 또한 “신규 부지 확보에 앞서 기존에 인허가 물량이 착공을 못하고 있는 사업지들도 있다”며 “새로운 물량을 추진하는 것보다 기존 물량이 왜 착공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부터 살펴보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매입형, 가격·대상지 선정도 고려해야…임대료 등 세부기준 확정 필요”=1만8000가구 규모 매입형 보편형 공공임대 또한 매입가격 논의, 매입 대상지 선정 과정에서 난항을 겪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양 위원은 “매입을 한다면 어디에서 어떻게 물량을 확보할지가 구체화돼야 하는데 그런 내용이 부재하다”며 “기존 상가나 지식산업센터 등 공실은 매입을 해도 중형 임대주택으로 활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했다. 송 대표도 “정부는 최대한 저렴하게 매입하려고 할 텐데 매입가격 기준이 매도 주체와 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정부가 당장 내년 예산안에 보편형 공공임대분 6조2000억원을 반영하며 3만6000가구를 공급하겠다는 목표인 만큼, 임대료, 입주기준 등 세부사항이 구체화돼야 한다는 제언이다. 정부가 주거안정플랜에 제시한 기준은 ‘현행 공공임대 입주기준 대비 상향된 수준’, ‘주변 시세보다 저렴한 수준’ 등 방향에 그치는 만큼 보다 명확한 소득·자산 요건과 단지별·평형별 세부 임대료 산정 체계 등이 조속히 확정돼야 한다는 의견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더 넓은 면적(중형평형 확대), 고급화된 내장, 역세권/도심 등 선호입지를 내세우지만 이런 사안들은 임대료와 직결되는 사안”이라며 “주택의 품질에 부합하는 임대료를 책정할지, 낮게 책정된 임대료를 공공이 커버할지 등이 구체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혜원 기자


hwshi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