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성숙 총리 “임신 9주 이하 대상”
내년 1분기 도입…초기 2년 병원처방
정부가 낙태죄 관련 법 개정에 앞서 임신중지 의약품을 내년 1분기에 정식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지난 2019년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7년 넘게 입법 공백이 이어지는 가운데 법제처가 현행 법 체계에서도 임신중지약의 품목허가가 가능하다는 유권 해석을 내놓으면서다. 현재 임신중지약은 임신 9주 이내에 사용하는 것으로 식약처에 수입품목 허가가 신청되어 있다. 약물 도입 초기 2년간 의료기관 내 의사의 직접 처방을 원칙으로 관리하고, 안전성 검토를 거쳐 점진적 확대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다. ▶관련기사 8면
원민경 성평등가족부 장관은 16일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식품의약품안전처와 보건복지부 등 관계부처와 함께 임신중지약을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도입 방안은 이날 열린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보고됐다.
원 장관은 “이번 임신중지 약물 도입은 지난 7월 이재명 대통령의 임신중지 약물 허용 가능성 검토 지시에 다른 후속 조치로 그동안 음성적으로 유통돼 왔던 임신중지 약물을 국가의료체계를 통해 도입·관리함으로써 여성 건강권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가 의료체계 하에서 보다 안전하게 임신중지가 이루어지고 이에 따라 임신중지를 할 수밖에 없는 사회경제적 상황에 처한 여성들의 부담도 경감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약물적 임신중지에 사용되는 미페프리스톤과 미소프로스톨 복합제는 상품명 ‘미프진(Mifegyne)’으로 국내에 알려져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미페프리스톤·미소프로스톨 병용 요법을 “필수 의약품(WHO Model List of Essential Medicines)”으로 지정하고 있다. 임신중지약은 1988년 프랑스에서 처음 허가된 이후 세계 약 100개국에서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헌재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에도 후속 입법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도입이 장기간 미뤄져 왔다.
정부가 법 개정 전 도입에 나설 수 있게 된 데에는 법제처의 유권 해석이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법제처는 지난달 현행 모자보건법은 임신중지 방법을 수술로 규정하고 있으나 약물 품목 허가 자체를 금지하는 조항은 없다고 판단했다. 안전성과 유효성 등 허가 요건을 충족하면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임신중지 의약품을 허가할 수 있으며 이는 현행 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한산부인과학회 ‘안전한 임신중절위원회’는 약물을 이용한 임신중지가 비교적 안전한 방법으로 평가되고 있다는 입장이다. 위원회 간사인 김희선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약물 자체의 안전성은 이미 입증돼 있다”며 “해외 데이터를 보면 약물과 수술 사이에 안전성 측면에서 큰 차이가 없고 복용 후 감염 등 부작용도 높은 빈도로 보고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국내에서는 임신중지약을 정식으로 사용한 전례가 없는 만큼 도입 초기 일선 의료 현장의 대응 체계와 지역별 의료격차를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7월 14일 국무회의에서 임신중지약의 국내 도입을 적극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현실적으로 필요한 여성들이 해외 직구로 복용하다 보니 사고가 난다”며 “정부가 조금 어려움이 있더라도 적정하게 투약할 수 있게 해 줘야지, 지금처럼 방치하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말했다. 도입에 앞서 모자보건법 개정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이 대통령은 “약물을 안전하다고 허용하면 되는 것 아니냐”라며 “임신 여성의 건강 상태에 따라 기준이 다를 수도 있어서 법으로 정하는 게 절대 진리는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김아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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