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에 산다는 이유로 불편을 겪는 일은 많지만, 아이가 아파 전문 진료가 필요한 순간에 지역에 소아 전문의가 없어 제때 치료받지 못할 수 있다는 현실이 크게 와닿았습니다.”
올 2월 지역순회 간담회에서 나온 한 부모의 말은 우리 의료체계가 지역 구석까지 고르게 닿기 위해 아직 채워야 할 부분이 남아있음을 보여주는 소중한 목소리였다.
우리나라 의료체계는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접근성과 질을 갖추고 있다. 그럼에도 지역·필수의료 공백이 확대되는 것은 저출생·고령화와 수도권으로의 인구 쏠림이라는 우리 사회의 구조적 변화 속도를 의료 인력 공급과 서비스 제공 체계가 미처 따라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 의료체계의 근본적인 결함이라기보다 인구 고령화 시대와 지역의 균형적 성장에 걸맞은 지역·필수의료 체계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겪는 과도기적 과제에 가깝다.
이러한 과도기에 몇 가지 짚어볼 점이 있다. 우선, 인구 감소로 지역의 의료수요 기반이 악화하는 상황에서 진료량에 기반한 건강보험 행위별 수가 체계로는 지역 의료기관의 안정적 운영을 뒷받침하기에 한계가 있다.
지역별 특수성도 좀 더 고려해야 한다. 지역별로 다른 인구 규모와 구조, 의료 이용 행태와 인프라, 교통 여건 등을 고려할 때 더욱 다양한 사업이 필요한 상황이다.
마지막으로, 그간 국립대병원, 지방의료원 등 공공병원에 대한 투자가 상대적으로 충분하지 못했던 점도 짚어볼 대목이다. 이에 따라 공공병원이 지역·필수의료의 중추로서 역할을 온전히 수행하기에는 아직 보완이 필요하다.
정부는 이러한 과도기적 과제를 가능한 조기에 풀어내기 위해 지난 7월 22일 ‘지역·필수·공공의료 강화 추진전략’을 발표했다. 특히, 지역·필수의료 분야에 집중적으로 투자되는 안정적인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지역필수의료 특별회계를 내년부터 도입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이번에 국회에 제출된 2027년도 정부 예산안에서 특별회계는 총 1조2614억원 규모로 편성됐다. 투자 원칙은 분명하다. 수도권에서 멀수록 두텁게, 공공의료기관에 우선적으로, 그리고 지방정부의 자율성을 살려 지원한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여겨볼 부분은 지역의료 공백 해소 지원사업에 3605억원을 신규로 투입한다는 점이다. 그동안 중앙정부가 획일적으로 설계해 온 지원사업의 틀을 벗어나, 이제는 시도가 자기 지역의 의료현황을 직접 진단하며 맞춤형 사업을 스스로 기획하고 시행한다. 중앙정부는 시도별 예산과 사업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성과를 평가해 우수사례를 확산하는 역할로 전환한다.
지역 완결적 의료체계의 중추 구실을 하는 국립대병원에 대한 투자도 대폭 확대한다. 총 2551억원을 투입해 우수 의료인력 채용과 장기 재직을 지원하며, 중환자·수술 시설·장비 등 인프라를 고도화한다. 아울러 지방의료원은 지역의 거점공공병원으로서 포괄2차 종합병원 수준의 역량을 갖추도록 지원을 넓혀간다. 지역의사제 운영과 고위험 산모·신생아 진료 등 필수의료 강화 등 안정적인 지역·필수의료체계 구축을 위해서도 적극 투자할 예정이다.
정부는 기존의 건강보험 수가 강화에 지역필수의료 특별회계를 더 해 어디에 살든 국민 누구나 필요한 순간 필요한 의료혜택을 받을 수 있는 ‘모두의 의료보장’을 구현하겠다.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는 일은 국가의 가장 기본적인 책무이다. 그 책임을 흔들림 없이 다해 나가겠다.
이형훈 보건복지부 제2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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