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청노조 1218곳·조합원 17만9511명 교섭 요구

교섭요구 공고한 원청은 149곳…전체의 32.7%

‘N% 성과급’·공장 이전 등 교섭 범위 놓고 혼선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 법률) 시행 첫날인 10일 서울 세종로에서 열린 민주노총 투쟁 선포대회에서 집회를 마친 민주노총 조합원 등이 행진하고 있다. [연합]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 법률) 시행 첫날인 10일 서울 세종로에서 열린 민주노총 투쟁 선포대회에서 집회를 마친 민주노총 조합원 등이 행진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원청의 사용자 책임을 확대한 개정 노동조합법, 이른바 ‘노란봉투법’이 시행된 지 6개월이 됐지만 현장의 혼선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하청노조가 원청 456곳에 단체교섭을 요구했지만 실제 교섭에 들어간 곳은 102곳에 그쳤다. 최근에는 ‘영업이익 N% 성과급’과 공장 신설·이전 등 경영 결정이 교섭·쟁의 대상에 포함되는지를 두고 노사 간 갈등도 확산하고 있다.

12일 김소희 국민의힘 의원실이 고용노동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14일 기준 노란봉투법에 따라 하청노조로부터 교섭 요구를 받은 원청 사업장은 456곳으로 집계됐다. 교섭을 요구한 하청노조는 1218곳, 소속 조합원은 17만9511명에 달했다.

그러나 하청노조의 교섭 요구 사실을 공고한 원청은 149곳으로 전체의 32.7%에 머물렀다.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거쳐 실제 노사 교섭에 들어간 원청은 102곳으로, 교섭 요구를 받은 전체 사업장의 22.4%에 불과했다. 원청 사업장 4곳 가운데 1곳도 실제 교섭 테이블에 앉지 않은 셈이다.

개정 노조법은 근로계약을 직접 체결하지 않은 기업이라도 하청노동자의 근로조건을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다면 사용자로 인정하도록 범위를 넓혔다. 하청노조가 임금이나 근로시간 등 근로조건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원청을 상대로 교섭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문제는 원청의 사용자성을 둘러싼 노사 간 판단이 엇갈리고 있다는 점이다. 원청이 사용자성을 인정하지 않고 교섭 요구 사실을 공고하지 않으면 하청노조는 노동위원회에 시정을 신청할 수 있다. 노동위가 사용자성을 인정하더라도 재심과 행정소송이 이어질 수 있어 교섭 문제가 장기간 법적 분쟁으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

실제 한화오션은 사내 급식과 통근버스 운행, 시설관리 등을 담당하는 협력업체 웰리브 노동자들의 사용자에 해당한다는 중앙노동위원회 판단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냈다. 중흥건설과 중흥토건도 원청 사용자성을 둘러싼 법적 절차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사용자 범위를 넓힌 법 개정 취지가 현장에서는 사용자성 판단을 둘러싼 분쟁 증가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갈등의 무게중심은 ‘누가 사용자냐’에서 ‘무엇을 교섭해야 하느냐’로 옮겨가고 있다. 대표적인 쟁점이 기업의 매출액이나 영업이익, 당기순이익 등에 연동해 일정 비율을 성과급으로 지급하라는 이른바 ‘N% 성과급’ 요구다.

노동계는 성과급이 노동자의 임금·보상과 직결되는 만큼 단체교섭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경영계는 기업이 벌어들인 이익의 배분 기준은 주주와 이사회의 권한이자 경영상 판단에 해당한다며, 이를 의무 교섭이나 쟁의 대상으로 인정하면 경영권이 침해될 수 있다고 맞서고 있다.

논란이 커지자 노동부는 최근 ‘경영성과급 등 노동쟁의 대상 시행지침’을 내놨다. 지침은 매출액이나 영업이익 등 경영성과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으로 배분하라는 요구는 원칙적으로 의무적 단체교섭이나 노동쟁의의 대상이 되기 어렵다고 규정했다. 기업 이익의 배분 방식 자체는 경영 판단의 영역이라는 취지다.

공장 신설·이전, 사업 매각·인수, 인공지능(AI)·자동화 설비 도입 등도 경영 결정 자체는 원칙적으로 의무 교섭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다만 해당 결정으로 해고·구조조정이나 전보, 고용승계, 직무·근로시간 변경 등 구체적인 근로조건 변화가 객관적으로 예상된다면 그에 따른 노동조건은 교섭·쟁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선을 그었다.

정부가 판단 기준을 제시했지만 불확실성이 완전히 해소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인력운영계획이 어느 단계까지 구체화돼야 근로조건 변화가 객관적으로 예상되는지, 성과급 요구 가운데 임금 협상과 이익 배분을 어디서 구분할지 등을 두고 노사 간 해석 차이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특히 노동부 지침은 법적 구속력이 없는 행정상 가이드라인이어서 개별 사건에 대한 노동위원회와 법원의 판정이 축적되기 전까지는 혼선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노란봉투법이 하청노동자의 교섭권을 확대했다는 평가와 별개로 원청 사용자성, 경영 결정과 근로조건의 경계 등을 둘러싼 노사 갈등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fact0514@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