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사업재편 증권거래세 면제, 사후관리 및 추징 규정 부재

계획 미이행·부정행위 발생해도 면제 세액 환수 불가

조세연, 특례 일몰 연장과 함께 ‘먹튀 방지책’ 마련 권고

정부 연장 추진 속 세액 추징 등 사후검증 장치 마련 과제

챗GPT로 제작
챗GPT로 제작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기업의 사업재편과 금융지주회사 전환을 지원하기 위해 증권거래세를 면제하고 있지만, 세제 혜택을 받은 뒤 구조조정 과정에서 요건 위반이나 부정행위가 발생해도 면제 세액을 환수할 별도의 사후관리 규정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해당 특례의 일몰 연장을 추진하는 가운데, 세제 혜택이 구조조정 이행으로 이어지는지 점검하고 위반 시 이미 면제한 세금을 추징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의 ‘구조조정 지원 및 금융시장 효율화·안정화를 위한 증권거래세 면제’ 심층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조세특례제한법 제117조상 금융지주회사 전환 지원 제도인 제16호와 사업재편 지원 제도인 제24호에는 별도의 사후관리 규정이 없다.

제16호는 금융기관 주주나 금융지주회사가 지주회사 설립·전환 등을 위해 주식을 이전하거나 교환할 때 증권거래세를 면제한다. 제24호는 ‘기업 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에 따라 승인된 사업재편계획을 이행하기 위해 기업 간 주식을 교환하는 경우 거래세를 면제하는 제도다.

문제는 기업이 거래세를 면제받은 뒤 구조조정 과정에서 부정행위 등이 발생해도 이미 제공한 세제 혜택을 취소하거나 면제 세액을 환수할 명시적인 장치가 없다는 점이다. 같은 구조조정을 지원하는 일부 소득세·법인세 특례에는 일정 요건을 위반하면 기존 혜택을 취소하는 사후관리 규정이 마련돼 있다.

조세연은 제16호와 제24호에 대해 “구조조정 과정에서 기업이 세제 혜택을 받고 실제 구조조정 과정에서 부정행위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중장기적으로 사후관리 규정을 도입해 이미 면제한 증권거래세를 환수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다만 연구진은 사후관리 공백과 별개로 두 제도의 타당성과 효과성은 인정된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제16호의 신청 건수는 18건, 면제액은 1500만원이었다. 제24호는 602건에 2억1300만원이었다.

활용 규모는 크지 않았지만 전문가들은 중소형 금융기관의 지주회사 전환과 기업의 선제적 사업재편을 유도하는 효과가 있다고 봤다. 전문가 8명 중 제16호와 제24호의 효과성이 있다고 답한 사람은 각각 7명이었다. 제도 유지에는 제16호의 경우 조건부 찬성을 포함해 8명 전원이, 제24호는 7명이 찬성했다.

기업재무안정 사모투자집합기구(PEF)의 투자 회수를 지원하는 제23호는 지난해 37건에 7억800만원의 거래세가 면제됐다. 연구진은 이용 실적은 미미하지만 PEF가 재무구조 개선기업을 인수하도록 유도하는 기능이 있다며 제도 연장을 권고했다.

우정사업본부와 연기금의 차익거래를 지원하는 제5호의 지난해 신청 건수는 2만5387건, 면제액은 93억6600만원이었다. 계량분석 결과 면제 제도 재도입 이후 현물과 파생상품 간 평균 가격괴리는 5.58bp(1bp=0.01%포인트) 줄었다. 만기별 분석에서는 가격괴리 감소 폭이 최대 9.62bp로 나타났다.

아울러 제5호의 경우 거래 완료와 함께 정책 목적이 종결되고, 제23호는 재무구조 개선을 마친 뒤 지분을 매각할 때 면제가 이뤄지는 만큼 별도 사후관리 규정의 필요성이 크지 않다고 판단했다.

정부는 올해 세제개편안에서 제5호·제23호·제24호의 적용기한을 2029년 말까지, 제16호는 2028년 말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연구진도 올해 말 일몰을 맞는 4개 제도의 연장이 필요하다고 결론 내렸다. 다만 제16호와 제24호에 대해서는 특례 연장과 별도로 구조조정 이행 여부를 점검하고 면제 세액을 환수할 수 있는 사후관리 장치를 중장기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fact0514@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