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티 반군의 전투원들이 10일(현지시간) 예멘 수도 사나에서 전투원들을 모집하기 위한 집회를 열었다. [AFP]
후티 반군의 전투원들이 10일(현지시간) 예멘 수도 사나에서 전투원들을 모집하기 위한 집회를 열었다. [AFP]

[헤럴드경제=도현정 기자] 연일 사우디아라비아와 무력 충돌을 이어가는 예멘의 친(親)이란 반군 후티가 홍해 남부의 핵심 해상 회랑을 빠르게 장악하며 이란 전쟁의 판도를 뒤흔들고 있다.

미국과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에서 어느 한 곳도 명확한 우세를 점하거나, 협상 국면을 이어가지 못하면서 장기 대치에 빠져든 상황. 후티는 아라비아해와 홍해, 수에즈 운하를 잇는 바브엘만데브 해협에서 빠르게 전세를 장악하며, 전쟁의 균형을 깨고 있다.

로이터 통신 등 외신은 10일(현지시간) 후티 반군이 지난달 이란 전쟁 참전을 선언한 지 불과 한 달 만에 홍해 거점 항구도시 모카를 함락하고, 전략 요충지인 하니시 제도까지 전격 장악했다고 보도했다.

예멘 정부군과 사우디아라비아 동맹군이 후티의 해협 장악을 막기 위해 급히 병력을 보내 방어선을 쳤지만, 후티의 공세를 막아내기가 쉽지 않다고 전해진다. 후티가 아예 사우디 본토를 거세게 공격하고 있어, 사우디로서는 본토 방어에 급급한 상황이다. 사우디 남서부 공군기지 일대에서는 하루 네 차례나 비상경보가 울릴 만큼 후티의 타격이 이어지고 있다.

안보 전문가들은 후티의 이번 공세를 이란의 치밀한 ‘비대칭 연합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안보 분석기관 이글 인텔리전스 등은 현 상황을 중동의 양대 물류 동맥이 동시에 위협받는 ‘이중 초크포인트’(Dual-Chokepoint·해상 병목 구간) 위기라 봤다. 호르무즈 해협이 막힌데 이어, 호르무즈의 우회로 역할을 했던 홍해까지 통항에 차질을 빚으며,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이 위협받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사우디는 안보 뿐 아니라 경제 측면에서도 치명타를 입고 있다. 사우디는 호르무즈가 위협받자 재빨리 원유 수출 물량을 동서 송유관(페트로라인)으로 보내, 홍해쪽으로 수출하는 우회로 비중을 늘렸다. 그러나 후티가 홍해 남쪽 출구인 바브엘만데브 해협마저 틀어쥐면, 아라비아반도 동서 양쪽 수출로가 모두 막히게 된다.

예멘 안보 전문 연구소 아바드 스터디는 “후티 반군은 해협을 완전히 점령하지 않더라도 모카항 장악과 드론·미사일 등 비대칭 전력만으로 통항로를 사실상 마비시킬 역량을 입증했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해군력이 호르무즈 해협에 집중된 틈을 타, 이란과 대리 세력이 호르무즈·홍해 등 중동의 양대 에너지 회랑을 동시에 장악했다는 것이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부 장관도 최근 후티 반군의 홍해 장악 시도에 대해 “이번 사태 배후에는 분명히 이란의 손길이 있다”고 지적했다.

사우디는 최근 중재국 파키스탄을 통해 이란에 공격 중지 경고를 보낸 바 있다. 이에 이란은 “후티는 독자적으로 행동한다”며 선을 그었다. 후티 역시 “국제 상선의 항행은 안전하다”고 주장하면서 이를 후티와 사우디간의 문제일 뿐이라 주장했다. 그러나 이는 직접적인 개입 책임을 피하려는 외교적 수사에 불과하다는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중동산 에너지를 실어나르는 두 번째 핵심 수송로마저 봉쇄될 수 있다는 공포가 번지면서, 이날 브렌트유 가격은 단숨에 3.5% 급등해 배럴당 100달러 선을 돌파했다. 아프리카 희망봉을 돌아오는 대안이 있기는 하지만, 이는 운항 일수를 열흘 이상 늘린다. 운임과 보험료가 증가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 가뜩이나 최근 우려가 큰 글로벌 인플레이션을 다시 자극할 수 있다.

후티의 바브엘만데브 진격은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도 예상치 못한 대형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미국의 해상 봉쇄와 전방위 경제 제재로 수세에 몰렸던 이란 정권에는 역내 긴장을 끌어올려 미국에 양보를 압박할 수 있는 강력한 카드가 될 수 있다.

“후티, 홍해 도시 모카 장악…바브엘만데브 해협 향해 진격 중”

“후티, 홍해 도시 모카 장악…바브엘만데브 해협 향해 진격 중”

홍해 입구의 바브엘만데브 해협 통제권을 확보하기 위해 사우디아라비아 주도 연합군과 치열한 전투를 벌여온 예멘의 친이란 반군 후티가 홍해 연안 도시 모카를 장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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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te01@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