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규제·공급 부족에 전월세난 심화
식사·건강관리·생활지원까지 한 번에
백운호수 푸르지오 숲속의 아침 ‘눈길’
[헤럴드경제=홍승희 기자] 최근 주택 전세 매물이 줄고 가격이 오르는 등 임대차 시장이 위축되자 기업형 임대주택과 시니어 주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가계대출 규제와 공급 부족 등의 여건 속에서 임대료 인상 없이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다는 점이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전세의 월세화 가속…7월 월세 비중 68.3%
10일 국토교통부 7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전국 전세 거래량은 전년 같은 달 대비해 22.3% 감소했다. 전세 물건을 구하지 못하거나 대출 한도가 줄어든 수요가 월세로 이동하면서 올해 1~7월 전체 임대차 거래에서 월세가 차지한 비중은 68.3%까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세의 월세화 현상이 가속화하면서 임차인의 매달 주거비 부담도 함께 커지고 있다. 시장은 이와 같은 현상의 원인으로 대출규제와 공급시차 등을 꼽는다.
금융위원회는 2026년 가계대출 증가 목표를 3%로 올린다고는 발표했지만 구체적인 기준은 아직까지 발표하지 않고 있으며 엄격한 총량관리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수도권·규제지역에서는 주택가격에 따라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차등 적용되고, 1주택자의 전세대출 이자상환분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에 반영된다. 매매자금뿐 아니라 전세자금 조달에서도 차주의 소득과 기존 부채가 이전보다 중요해진 셈이다.
공급 측면의 시차도 전세시장을 압박하고 있다. 정부도 2022년 이후 이어진 주택공급 위축을 공식적으로 언급했다. 당시 인허가 및 착공 감소가 2026년 입주 예정 물량 감소로 이어지는 가운데, 올해 8월 정부가 수도권 23만가구 이상 추가 공급 방안을 내놓은 것도 중장기 공급 부족 우려가 그만큼 크다는 방증이다. 다만 신규 택지 지정과 착공이 실제 입주로 이어지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아울러 임대인 입장에서 이자비용, 재산세,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비용이 늘어난 것 역시 전세 매물을 줄인 요인으로 거론된다. 2026년 세제개편은 실거주 1주택자를 보호하는 한편 고가주택·비거주주택·다주택의 부담 체계를 조정하는 방향으로 논의되고 있다. 등록임대주택에는 일정 요건을 충족할 경우 종합부동산세 합산배제가 적용되지만, 일반 임대인은 세금과 금융비용, 임대차 관리비용을 모두 따져야 한다.
보유세·금융비용까지 따지는 집주인들…장기 임대주택 상품에 관심
이처럼 내 집을 사기도, 원하는 전세를 구하기도 쉽지 않은 환경에서 장기간 급작스러운 임대료 인상없이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는 기업형 임대주택과 시니어 주택이 새로운 선택지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시니어 주택은 세금은 물론 식사와 건강관리, 생활지원 서비스를 함께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일반 전월세와 차별화 된다.
고령화와 1~2인 고령가구의 증가는 이런 흐름을 뒷받침한다. 주택의 면적과 가격만 비교하던 수요자들이 낙상 예방, 식사 해결, 응급 대응, 사회적 교류까지 포함한 ‘생활의 지속 가능성’을 따지기 시작한 것이다. 시니어 아파트가 부동산 상품을 넘어 노후 생활 인프라로 평가받는 배경이다.
시니어 주택은 수도권 일부 고급 단지에만 머물지 않고 전국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정부는 주거와 복지 서비스를 결합한 고령자복지주택을 연간 3000가구 규모로 공급하고, 중산층과 유주택 고령층을 위한 실버스테이, 민간 실버타운 등으로 유형을 다변화하고 있다.
삼성에서 운영하는 ‘노블카운티’와 KB그룹에서 운영하는 ‘KB골든라이프케어 종로평창카운티’, 대우건설이 시공하고 엠디엠그룹에서 운영중인 ‘백운호수 푸르지오 숲속의아침’, 롯데건설이 시공하고 롯데호텔에서 운영을 지원하는 ‘VL르웨스트’가 대표적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지방자치단체가 추진하는 공공 고령자주택에도 민간기업·리츠의 서비스형 주거가 더해지면서 수도권과 광역시는 물론 지방 중소도시에서도 의료·돌봄·여가를 결합한 주거 모델이 잇따라 등장하는 모습이다.
민간에서 운영중인 노인주택 아파트 중에 최근 입주민들의 만족도가 가장 높다고 알려진 경기 의왕시 백운호수 일대의 ‘백운호수 푸르지오 숲속의 아침’은 노인복지주택 536가구와 주거용 오피스텔 842실이 함께 조성된 곳이다. 노인복지주택 단지내 상담창구와 인근 부동산에 입주문의를 온 방문객들은 전용면적이나 전망에만 머물지 않고 매일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지, 병원과 건강관리 서비스를 얼마나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지, 혼자 있을 때 응급상황이 발생하면 누가 어떻게 대응하는지 등을 문의한다.
세대 내부에 들어서면서 차별화된 생활 동선이 먼저 드러난다. 문턱과 바닥 단차를 줄이고 욕실 손잡이, 현관 벤치, 비상호출 장치를 배치해 낙상과 응급상황에 대비했다. 복잡한 장치를 늘리기보다 이동과 사용의 장벽을 낮춰 스스로 생활할 수 있는 기간을 늘리는 데 초점을 맞췄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단지에서는 식사와 건강관리, 하우스키핑, 세탁, 생활 안내 등을 연계해 이용할 수 있도록 운영하고 있다. 건강관리 간호사가 상주하고 아산병원과 한림대병원 같은 의료기관과 협력 체계를 마련했다. 집 안에서의 안전설계와 생활 서비스가 함께 작동해야 독립생활이 오래 유지될 수 있다는 취지다.
입주민 Y씨(75)는 “매 끼니를 따로 준비해야 하는 부담이 줄었고, 필요할 때면 즉시 간호사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는 점이 마음을 놓이게 한다”고 말했다.
식사·운동·교류…집 밖으로 나갈 이유 만드는 ‘동선 최적화’
단지 중심부의 약 1만1000㎡ 규모 커뮤니티 공간에서는 입주민들이 공동식당에서 함께 식사를 하거나 수영장과 피트니스 공간에서 운동하고, 또 각종 클래스와 동호회에서 이웃과 친구를 만난다. 은퇴 뒤 사회적 관계가 줄어들기 쉬운 시기에 규칙적인 활동과 자연스러운 교류를 일상 안에 만들어 주는 모습이다.
시설의 규모보다 중요한 것은 꾸준히 참여가 이어지도록 운영하는 일이다. 시니어 주택의 품질은 건물 준공 때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식사, 건강관리, 각종 프로그램과 입주민 관계를 얼마나 꾸준히 관리하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엠디엠그룹은 노인복지주택 운영을 위해서 ‘엠포레’라는 노인복지주택 운영 전문법인을 설립해 입주자가 집 관리에 쓰던 시간과 에너지를 건강과 취미, 교류에 돌릴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입주민 H씨(68)는 “지인, 친구들과 함께 식사를 해결할 수 있어 생활에 활력이 더해졌다”며 “집안 곳곳에 위치한 비상벨 덕분에 안전에 대한 걱정을 덜 수 있는 점이 좋다”고 말했다.
여러 노인복지주택 중에서도 의왕 백운호수 푸르지오 숲속의아침이 가지는 가장 큰 장점은 노인복지주택과 오피스텔이 한 단지안에 배치된 구조로 부모와 자녀가 가까운 거리에서 각자의 생활을 유지하는 세대 공존형 주거단지라는 점이다.
부모는 필요한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독립적으로 살고, 자녀는 자주 왕래하되 일상적인 돌봄을 모두 떠안아야 한다는 부담을 덜 수 있다. ‘한집에 모여 사는 부양’과 ‘멀리 떨어져 사는 독립’ 사이의 간극을 좁히는 방식이다.
시니어 주택이 보편적인 선택지로 자리 잡으려면 입주비와 월 생활비의 투명성, 서비스 품질의 지속성, 운영 주체의 안정성, 의료·돌봄 서비스의 범위를 소비자가 쉽게 비교할 수 있어야 한다. 화려한 시설보다 생활에 필요한 서비스가 실제로 얼마나 꾸준히 제공되는지를 확인하는 기준도 필요하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대출규제와 공급부족, 주택 보유비용의 부담으로 전월세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안정적인 거주와 생활서비스를 함께 제공하는 시니어 주택의 의미가 커지고 있다고 평가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고령자가 자신의 생활을 주도하면서 필요한 도움을 가까이에서 받을 수 있도록 한 주거 모델은 초고령사회에서 더 오래 안정적이고 독립적으로 살기 위한 현실적인 선택지로 자리잡아 갈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hss@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