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종구·검단구 분리 독립으로 출범했지만 신청사 마련 안개속
검단구 약 2000억·영종구 약 1000억… 재원 마련이 문제
국비 626억 전액 미반영 ‘첩첩산중’
“재원 대책 없이 행정체제 개편 서둘렀나” 지적
[헤럴드경제(인천)=이홍석 기자]민선 8기 인천시정부가 추진한 인천형 행정체제 개편으로 지난 7월 영종구와 검단구가 새롭게 출범했지만, 정작 신설 자치구의 핵심 기반시설인 신청사 마련을 놓고 재정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행정체제 개편의 후속 과제가 민선 9기 시정부로 고스란히 남겨졌다.
특히 민선 9기 인천시가 최근 정부에 요청한 신설 자치구 관련 국비 626억원이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한 푼도 반영되지 않으면서 재정 부담은 인천시와 신설 자치구의 몫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더 커졌다.
10일 헤럴드경제 취재를 종합해 보면, 인천시는 신청사 건립이 시급하고 주민 편의시설이 부족한 검단구와 영종구를 중심으로 두 신청사 공사비의 약 25%에 해당하는 626억 원을 확보해 도로와 체육·문화시설 등 신설 자치구 기반시설에 투입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정부는 기초자치단체 청사 및 주민 기반시설에 국비를 지원한 전례가 없다는 이유 등을 들어 인천시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당초 2군·8구의 행정체제를 지금의 2군·9구로 개편하는 인천형 행정체제를 계획한 민선 8기 시정부가 재정지원 범위와 방식에 대한 구체적인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한 채 행정체제 개편을 추진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검단구, 부지는 정했지만 2000억 재원이 숙제
검단구는 신청사 부지를 둘러싼 논란은 일단락했다. 구는 불로동 688 일원 ‘업무용지 14’를 신청사 건립 부지로 최종 확정했다. 이달 중 지방재정법상 타당성조사를 의뢰할 예정이다.
2031년 12월까지 임시청사를 사용하는 검단구는 이제 재원이 문제다. 검단구 신청사 건립비는 약 2000억 원으로 추산된다.
검단구 역시 개청 전부터 인천시에 신청사 건립을 위한 시비 지원을 요청하고 있지만, 현재까지 구체적인 재원 확보 방안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
결국 ‘청사 부지를 어디로 할 것인가’라는 1차 과제는 해결했지만, ‘누가 얼마를 부담해 청사를 지을 것인가’라는 더 큰 과제가 남은 셈이다.
영종구 역시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영종구는 2026년 7월 출범하면서 중산동의 민간 건물 8개 층을 임차해 임시청사로 사용하고 있다. 임대 기간은 2030년 12월까지다.
영종구는 임시청사 사용 기간이 끝나기 전에 운남동 부지에 신청사를 건립한다는 계획이다. 신청사 건립을 위한 타당성 조사(1억5000만원) 등 행정절차도 진행 중이다.
또 임시청사 확보에는 약 19억원이 예상된다. 영종구는 신청사 건립에 앞서 임시청사 운영부터 상당한 재정이 들어가는 구조다.
영종구, 임시청사에서 출발… 청사 마련 ‘아득’
결국 영종구도 출범은 했지만 주민들이 기대하는 ‘온전한 자치구 청사’를 갖추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번 사안을 두고 단순히 ‘청사 건립이 늦어지고 있다’고만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인천형 행정체제 개편은 민선 8기 시정부 시절인 지난 2022년부터 추진됐고 주민 의견수렴과 지방의회 동의 등을 거쳐 2024년 관련 법률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확정됐다. 이후 2026년 7월 1일 영종구·검단구·제물포구·서해구가 출범했다.
행정체제 개편의 목적은 생활권과 행정구역의 불일치를 해소하고 증가하는 행정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자치구를 새롭게 만드는 데는 행정구역 조정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청사와 조직, 인력, 정보통신시스템, 주민 편의시설 등 새로운 행정체계를 작동시키기 위한 막대한 초기 비용이 필요하다.
실제 인천시는 2025년부터 영종구·검단구 임시청사 확보 등을 준비해 왔으며 신청사 건립에는 중장기적인 시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해 왔다.
그럼에도 출범 이후 국비 626억원이 전액 미반영되면서 재원 문제가 다시 전면에 등장했다.
특히 검단구 신청사만 약 2000억원, 영종구 역시 1000억원 이상의 재정 부담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신설 자치구들이 자체 재정만으로 이를 감당하기에는 부담이 작지 않은 상황이다.
물론 행정체제 개편 자체를 실패라고 단정할 단계는 아니다.
검단처럼 인구가 급증한 지역을 별도의 자치구로 분리하고 영종처럼 기존 행정구역과 생활권의 불일치가 컸던 지역에 독립적인 행정체계를 구축하는 데는 분명한 정책적 필요성이 있다.
“행정구역은 만들었는데 청사와 재원은 이제부터인가”
문제는 개편의 필요성과 별개로 그 개편을 실제로 작동시키는 데 필요한 재정계획을 얼마나 치밀하게 준비했느냐이다.
특히 정부가 청사 건립비 등에 대한 국비 지원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행정체제 개편 추진 당시부터 중앙정부와의 재원분담 문제를 보다 구체적으로 협의했어야 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결국 민선 8기 인천시가 행정체제 개편이라는 큰 틀을 만들어냈다면, 이제 그 후속 책임 역시 민선 9기 인천시가 상당 부분 짊어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질 수밖에 없다.
신설 자치구가 출범했지만 임시청사에서 업무를 시작하고 신청사 부지를 정한 뒤에도 수천억 원에 달하는 건립비를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행정구역을 만드는 데는 성공했지만, 그 행정구역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하는 ‘살림살이’와 ‘청사’는 다음 과제로 넘겨졌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는 대목이다.
행정체제 개편의 진정한 성패는 자치구 출범식이 아니라 앞으로 주민들이 실제로 얼마나 편리한 행정서비스를 받고 신설 자치구가 재정적으로 지속 가능한 행정단위로 자리 잡느냐에 달려 있다.
인천시와 정부는 이제라도 신설 자치구의 초기 재정부담을 어떻게 분담할 것인지, 신청사 건립비를 어떻게 조달할 것인지에 대한 중장기 해법을 내놓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gilbert@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