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대출 등 ‘금융기본권’ 논의

경제 파급효과 최대 223조 추산

은행권 부실채권 재원부담 우려

도덕적해이·대상 형평성도 쟁점

민병덕(왼쪽 다섯 번째부터) 의원과 강남훈 기본사회위원회 부위원장, 김은경 서민금융진흥원장 겸 신용회복위원장, 이한주(왼쪽 아홉 번째)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장 등이 10일 국회에서 ‘제3차 국민의 금융기본권 실현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갖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유혜림 기자
민병덕(왼쪽 다섯 번째부터) 의원과 강남훈 기본사회위원회 부위원장, 김은경 서민금융진흥원장 겸 신용회복위원장, 이한주(왼쪽 아홉 번째)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장 등이 10일 국회에서 ‘제3차 국민의 금융기본권 실현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갖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유혜림 기자

신용평점 하위 30%에 최대 1000만원 연 2~3%의 장기 대출을 골자로 한 ‘금융기본권’이 추진되면서 금융권의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취약계층의 고금리 이자 부담을 낮추면 가처분소득이 늘고, 연체와 채무불이행에 따른 사회적 비용도 줄일 수 있다는 것이 당정의 주장이지만, 금융권은 막대한 재원 부담 확대에 따른 건전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입장이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서민금융진흥원, 기본사회위원회 등이 10일 국회에서 개최한 ‘제3차 국민의 금융기본권 실현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김상봉 한성대 교수는 “금융기본권 관련 정책수요를 최종수요로 반영해 산업연관분석을 실시한 결과, 총 경제적 파급효과가 약 127조~223조원으로 추정됐다”며 “장기적으로 명목 국내총생산(GDP)의 약 4.7~8.4%에 해당하는 경제적 기여가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당정은 저신용자와 취약계층의 금융기본권을 보장한다는 내용의 ‘국민기초금융보장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금융기본권을 접근권·생존권·재기권·자립권·자산형성권 등 5가지로 구분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기초금융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골자다. 구체적으로 신용평점 하위 30%에 최대 1000만원을 연 2~3%의 저금리로 장기 대출하는 ‘기초대출’을 비롯해 기초상담·채무조정, 기초보험, 기초저축 등 ‘4대 기초금융’을 도입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이번 연구는 금융기본권 관련 정책수요를 최종수요로 반영하고, 그 규모를 각각 51조1674억원과 89조6191억원으로 설정한 두 가지 시나리오로 진행됐다. 금융 공급이 소비와 투자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생산·부가가치 증가와 고용·취업 유발효과는 산업연관표를 활용해 산출했다. 이에 김 교수는 “금융기본권에 따른 최종수요 1억원당 고용은 0.488명, 취업은 0.551명 늘어나는 효과가 예상된다”며 “최대 시나리오를 적용하면 고용유발효과는 약 44만명, 취업유발효과는 약 49만명으로 GDP 성장과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종별로는 금융·보험업의 파급효과가 가장 컸다. 최종수요액 약 51조원을 기준으로 금융·보험서비스업의 생산유발효과는 약 62조원, 부가가치유발효과는 약 39조원으로 추산됐다. 고용 및 취업 유발 인원도 각각 18만명 안팎으로 전체 업종 가운데 가장 많았다. 또 사업지원서비스, 정보통신·방송서비스, 전문·과학·기술서비스, 음식점·숙박서비스 등으로도 파급효과가 나타났다. 이 밖에도 유경원 상명대 교수는 “정책서민금융 종합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해 자금 공급 기능 평가를 상시화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반면 실제 금융기본권 도입을 놓고 풀어야 할 쟁점들은 적지 않다. 저금리 대출과 보험료 지원 등을 상시 제도로 운영하려면 안정적인 재원 마련이 전제돼야 하기 때문이다. 앞서 김은경 서금원장 겸 신용회복위원장은 서금원 출연금 납부 대상을 금융투자업계와 가상자산업계까지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의 제안을 내놓은 바 있다. 향후 법안 논의에서는 재원 부담 주체와 분담 규모, 배분 기준 등을 놓고 첨예한 의견 차가 반복될 전망이다.

은행권의 리스크 관리 부담도 풀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정책금융 공급 과정에서 기존 신용평가 체계가 흔들리고 차주의 도덕적 해이를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종합 토론회 좌장을 맡은 이민환 인하대 교수는 “향후 입법 과정에서는 보장 대상과 범위, 서비스 전달 체계, 안정적인 재원 마련 방안과 데이터에 기반한 성과평가 체계가 함께 담겨야 한다”고 말했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결국 돈을 어디서 마련하고, 연체가 발생하면 부실채권을 누가 떠안을지가 문제가 될 것”이라며 “이미 유사한 정책금융 상품이 많은 만큼 통폐합 없이 새 상품만 얹으면 취급과 관리가 더 복잡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기본대출의 지원 대상 선정의 형평성을 담보할 장치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혜림 기자


forest@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