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성관사 주지 성진스님
‘세계 자살예방의 날’ 맞아 인터뷰
‘자살 위기 개입 이해…’ 공동 집필
자기자비 정신·연결감각 회복해야
주위에 잡아줄 사람 최소 14명 있어
코로나처럼 사회적위기로 접근해야
“죽고 싶은 게 아니라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은 것입니다. 그 고통을 사회가 조금이라도 덜어줘야 합니다.”
자살 예방 활동을 이어 온 대한불교조계종 성관사 주지 성진스님은 ‘세계 자살 예방의 날’(9월 10일)을 앞둔 지난 8일 서울 종로구 도반HC에서 헤럴드경제와 만나 극단적 선택을 개인의 의지나 정신력 문제로 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국가적 차원에서 대응해야 하는 ‘사회적 질병’이자 ‘공중 보건’의 문제라는 것이다.
성진스님은 군종 장교 시절 자살 위기 장병들을 만나고, 조계종 청소년 단체 파라미타에서 위험에 처한 청소년들을 접하면서 자살 예방에 깊은 관심을 갖게 됐다. 스님이 이번에 동국대에서 융합상담코칭을 함께 공부한 상담·심리·사회복지 전문가 14명과 ‘자살 위기 개입 이해와 실전 프로그램’을 공동 집필한 것도 위험에 놓인 사람들을 돕기 위해서다.
성진스님은 “이 문제를 더 이상 모른 척해서는 안 된다. 마음이 힘들 때 누군가 손을 내밀어주는 것만으로도 다시 일어날 힘을 얻을 수 있다”며 “더 가까이 들여다보고, 방법을 찾고자 뜻을 모았다”고 소개했다.
스님은 한국의 높은 자살률에 대해 “경제적 어려움과 급격한 사회 변화, 고립 등 복합적 요인이 작용했다”고 봤다. 스님은 “오랫동안 극단적 선택을 ‘정신적 나약함’으로 여기고 개인의 문제로만 바라본 사회적 분위기가 문제”라며 “20세기 이후 이미 세계적으로는 이 문제를 개인이 아닌 공중 보건의 문제로 봤다. 우리는 그런 인식 전환이 늦었다”고 짚었다.
현재 한국에서는 하루 평균 40명 이상이 스스로 목숨을 끊고 있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사망자보다 많은 수치임에도 국가적 차원의 예방 조치는 미흡한 실정이다. 그는 “개인의 나약함으로 치부하기보다 그들의 고통을 먼저 봐줘야 한다”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타살률은 굉장히 낮은데 자살률은 왜 최고 수준인지 돌아봐야 한다”고 했다.
스님은 특히 “흔히 ‘왜 죽냐’고 말하는데, 역설적으로 살고 싶은 것”이라며 “고통에서 탈출하고 싶어서 ‘죽음’이라는 잘못된 선택을 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죽음으로 가기 전에 고통을 조금이라도 덜어줄 수 있도록 사회가 함께 대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정신 질환에 대한 오해를 바로잡고 우울증이나 트라우마를 심리·약물 치료로 적극 개선해 나가는 자세가 필요하다고도 했다.
성진스님은 현대인들이 몸 건강을 위해 운동하듯 마음도 일상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스님은 “하루 5~10분이라도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나를 바라보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며 “내가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 나는 어떤 좋은 면을 가진 사람인지 발견하면서 마음 근육을 튼튼하게 길러야 한다”고 조언했다.
불교의 ‘마음챙김(Mindfulness)’도 유용한 방법이다. 감정과 자신을 분리하는 연습을 통해 부정적인 감정에 휩싸일 때 위기를 넘길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다.
존재 자체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자기자비(Self-Compassion)’ 정신 역시 중요하다. 스님은 “조건부 가치가 아니라 ‘누구도 바꿀 수 없는 너만의 소중함이 있다’는 목소리를 들려줘야 한다”며 “아이는 부모의 목소리를 자기 안에 녹음해 뒀다가 혼자 있을 때 재생한다. 힘들 때 자신에게 ‘괜찮아’라고 말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고립감을 느끼는 위기자에게는 ‘누군가 나와 연결돼 있다’는 감각을 회복시켜 줘야 한다. 학교에서 마음 건강 교육도 실시해 회복 탄력성과 학생들 간의 연결망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스님은 또 주변에서 자해 흔적이나 죽음에 대한 반복적 언급처럼 위험 신호를 발견했을 때는 ‘혼자 두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함께 있어 주거나 계속 연락을 취하고, 가족에게 알려 관심을 갖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미성년자의 경우 부모와 전문가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수적이다. 아이가 대부분의 시간을 보호자와 보내는 만큼, 부모도 함께 교육받아야 치료 효과가 극대화된다. 또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했던 사람뿐 아니라 그 가족, 소중한 사람을 잃은 유가족과 죽음에 자주 노출되는 경찰관, 소방관 등의 고위험군에게도 관심이 필요하다.
성진스님은 자살 예방을 코로나19 같은 사회적 위기 대응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봤다. 국가 차원에서 더 많은 예산과 인력을 투입해 ‘위기 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님은 “K-컬처의 화려한 스포트라이트 뒤편엔 생명의 불꽃을 스스로 꺼트리려는 사회적 질병의 문제가 존재한다”며 “국가가 더 빨리 나설수록 더 큰 손실을 막을 수 있다”고 말한다.
“주위를 돌아보면 여러분을 잡아주려는 사람들이 최소 14명은 있으니 일단 두드려세요. 전화만 걸면 당신의 고통을 들어줄 사람들이 있습니다. 일단 상대의 목소리를 듣고, 당신의 이야기를 해 보세요.” 김현경 기자
pink@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