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미술시장 내 亞 영향력 커져”

컬렉터 취향의 세계화…질적 성장

“미술품 투자는 단기적 접근 안 돼”

에이다 추이(ADA TSUI) 크리스티 아시아·태평양 수석 부사장 겸 20·21세기 미술 부서 대표가 28일 홍콩 센트럴 더핸더슨에 위치한 크리스티 아시아·태평양 본사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에이다 부사장은 아시아 지역 내 해당 부문의 모든 판매 운영을 총괄하고 있다.  [홍콩=박해묵 기자]
에이다 추이(ADA TSUI) 크리스티 아시아·태평양 수석 부사장 겸 20·21세기 미술 부서 대표가 28일 홍콩 센트럴 더핸더슨에 위치한 크리스티 아시아·태평양 본사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에이다 부사장은 아시아 지역 내 해당 부문의 모든 판매 운영을 총괄하고 있다. [홍콩=박해묵 기자]

[헤럴드경제(홍콩)=김현경 기자] “서양 미술 대작들에 대한 아시아 구매자들의 수요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크리스티 뉴욕 경매에서도 파블로 피카소의 작품이 15분간의 경합 끝에 아시아 구매자에게 낙찰됐어요. 글로벌 미술 시장에서 아시아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것은 확실합니다.”

에이다 추이(ADA TSUI) 크리스티 아시아·태평양 수석 부사장 겸 20·21세기 미술 부서 대표는 28일(현지시간) 홍콩 센트럴 더핸더슨 내 크리스티 아시아·태평양 본사에서 헤럴드경제와 만나 아시아 미술 시장의 현주소를 이같이 밝혔다. 크리스티에 10년 이상 몸담은 그는 크리스티가 아시아에서 뛰어난 성과를 달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며 지역의 변화를 목도해 왔다.

‘아시아에서 세계로’ 시야 넓어진 컬렉터들

에이다는 지난 5년간 아시아 미술 시장에서 나타난 가장 두드러진 변화로 세 가지를 꼽았다. 첫째는 ‘취향의 세계화’다. 과거 아시아 컬렉터들이 아시아 작가 작품에 집중했다면,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면서 글로벌 아티스트 작품으로 관심이 대폭 확장됐다. 크리스티의 경매 도록만 봐도 서양 미술 출품작의 비중이 비약적으로 늘어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둘째는 ‘컬렉팅의 질적 성장’이다. 요즘 구매자들은 양보다 질에 집중해 작품의 전시나 소장 이력, 미술사적 의미, 도록 수록 여부 등을 직접 공부하고 그 가치에 부합하는 가격을 지급하는 성숙한 컬렉터들이 늘어났다.

셋째는 ‘젊은 컬렉터의 부상’이다. 에이다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은 크리스티에서 MZ(밀레니얼+Z)세대의 참여를 주도하고 있으며, 전 세계의 41%를 차지하고 있다”며 “미국, 유럽 등 다른 지역에 비해 차세대 컬렉터의 유입이 활발하다”고 말했다.

이에 크리스티는 디지털 플랫폼을 활용해 젊은 구매자들과의 접점을 확대하고 있다. 실제로 크리스티가 위챗, 레드, 더우인, 인스타그램, 라인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확보한 팔로워 수는 190만명이다. 이는 아시아 업계 최고 수준이다.

MZ세대의 부상…“기술 작품에 흥미”

에이다는 신흥 컬렉터층으로 등장한 젊은 세대가 ‘취향’의 면에서 기존 세대와 차이를 보인다고 평가했다. 그는 “미에 대한 기준은 세대마다 다르기 때문에 어떤 작품이 예쁜지에 대한 관점이 달라졌다”며 “젊은 세대는 ‘기술’과 관련된 작품에서 아름다움을 느끼는 것 같다. 인터넷, 휴대폰과 함께 자란 만큼, 스크린에서 예뻐 보이는 매우 다양하고 화려한 색에 반응한다”고 했다.

‘정보에 대한 접근성’도 달라진 점 중 하나다. 예전에는 직접 눈으로 봤다면, 요즘은 인터넷이나 SNS를 통해 정보를 얻는다. 하지만 이는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젊은 세대는 눈이 아니라 귀로 작품에 대해서 배운다. 정보가 매우 많지만 소화하기는 어렵다. 실물 작품을 눈으로 보고 판단하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 많은 정보 사이에서 어떻게 자신에게 맞는 것을 가려낼지 유의해야 한다.”

에이다 추이(ADA TSUI) 크리스티 아시아·태평양 수석 부사장 겸 20·21세기 미술 부서 대표가 28일 홍콩 센트럴 더핸더슨 내 크리스티 아시아·태평양 본사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에이다 부사장은 아시아 지역 내 해당 부문의 모든 판매 운영을 총괄하고 있다.  [홍콩=박해묵 기자]
에이다 추이(ADA TSUI) 크리스티 아시아·태평양 수석 부사장 겸 20·21세기 미술 부서 대표가 28일 홍콩 센트럴 더핸더슨 내 크리스티 아시아·태평양 본사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에이다 부사장은 아시아 지역 내 해당 부문의 모든 판매 운영을 총괄하고 있다. [홍콩=박해묵 기자]

에이다는 지난 2018년 크리스티의 아시아 첫 온라인 경매를 총괄했다. 이후 온라인 판매는 점점 늘어나 아시아의 주요 판매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 그는 “온라인 판매 총건수는 2020년부터 2025년까지 37% 증가했고, 거래 금액 또한 지속적으로 상승했다”며 “2020년 팬데믹을 계기로 디지털 플랫폼의 활용과 컬렉터들의 온라인 참여가 가속화됐다”라고 설명했다.

온라인 경매에서도 젊은 컬렉터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그는 “밀레니얼 세대는 주요 성장 고객층으로, 2025년 아시아태평양 지역 온라인 세일 구매자의 42%를 차지해 X세대와 동일한 비중을 기록했다”며 “이는 2020년 31%에서 증가한 수치이며, Z세대의 참여 역시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전략적 핵심 도시…갤러리신은 활성화돼야”

에이다는 서울을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한 도시’로 보고 있다. 그래서 그는 1년에 4번 이상 직접 서울을 방문해 국내 고객들과 소통한다. 크리스티는 아트페어 ‘프리즈 서울’ 기간에 맞춰 단독 기획 전시를 지속적으로 선보여 왔다. 2022년 서울 분더샵에서 개최한 ‘프랜시스 베이컨’ 전과 2023년 현대카드 스토리지에서 선보인 ‘앤디 워홀&장 미셸 바스키아’ 2인전이 대표적이다.

“크리스티가 특정 기간에 맞춰 단독 전시를 기획한다는 것 자체가 서울이 아시아 시장에서 가지는 영향력과 중요성을 보여준다. 한국 시장 자체도 지난 몇 년간 지속적으로 성장했다.”

프리즈 서울의 올해 참여 갤러리 중 70%가 아시아에서 온 것처럼 여러 지역의 고객들이 서울로 모이며 활발한 활동력을 나타내는 점에도 주목했다.

서울이 지닌 강점으로는 ‘유리한 미술품 세제’를 꼽았다. 수입세가 없어 컬렉터들이 해외 미술품을 구매할 경우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고, 집에서 즐길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한 미술뿐만 아니라 패션, 엔터테인먼트가 유기적으로 결합한 서울 특유의 역동적인 문화 생태계도 글로벌 컬렉터들을 유인하는 매력 요인으로 평가했다.

다만 서울이 ‘글로벌 미술 허브’로서 위상을 높이기 위해서는 해외 주요 갤러리들의 상시적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아시아의 미술 중심지로 자리매김한 홍콩의 경우 가고시안, 데이비드 즈워너, 하우저앤워스 등 주요 글로벌 갤러리들이 전시장을 마련하고 정기적으로 전시를 열며, 경매 오프닝에도 참여하고 있다.

그는 “홍콩은 사람들이 쉽게 갤러리마다 돌아다닐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 있어서 미술에 대한 노출이 일상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있다”며 “‘갤러리 호핑(Gallery Hopping)’을 할 수 있는 문화가 고객 유인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국 컬렉터, 다양한 작품 수용…거장 선호

“한국 컬렉터들은 단색화로 대표되는 미니멀하고 조용한 작품들을 선호하면서 동시에 화려하고 복잡한 서구의 컨템포러리(동시대) 작품들도 즐깁니다.”

에이다는 현장에서 경험한 한국 컬렉터에 대해 ‘다양한 스펙트럼의 작품’을 수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작품에 대한 높은 이해도’가 높다는 점도 특징으로 꼽았다. 단순한 시장 가격 조사를 넘어 작가의 생애, 미술사까지 심도 있게 공부하려는 노력이 돋보인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아울러 ‘블루칩 작가’를 선호한다는 점도 두드러진다는 분석이다. 2024년 홍콩 더핸더슨 오프닝 경매와 2025년 뉴욕 경매 당시 김환기의 점화처럼 검증된 거장의 작품이 나왔을 때 한국 구매자들이 활발하게 참여하는 모습은 글로벌 미술 시장에서도 깊은 인상을 남겼다.

한국 거장에 대한 글로벌 컬렉터들의 관심 역시 증가하고 있다. 29~30일 열린 크리스티 홍콩 20·21세기 미술 가을 경매에도 6점이 출품됐다. 에이다는 “박서보 같은 경우 홍콩이나 유럽에서도 많은 관심을 보인다. 한국 미술에 대한 국제적 수요가 많이 늘고 있다”며 “단색화 거장 이후 이배 등 중견 및 신진 작가들도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

“미술품 투자, 인내심 필요…안목 키우길”

한국 컬렉터들은 경매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지난해 크리스티의 글로벌 판매에서 한국 고객의 비중은 전년 대비 29% 증가했다.

최근 미술품을 주식이나 부동산 같은 투자 자산으로 접근하는 경향이 늘어난 것에 대해선 거액을 들이기 때문에 당연하다면서도, 가장 주의할 점으로 ‘인내심’을 강조했다. 에이다는 “미술품은 단타를 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며 “이번 이브닝 경매에 출품된 쿠사마 야요이의 ‘호박’은 소장자가 15년 이상 보유하며 기다렸다”고 설명했다.

에이다는 경매 시장에 새롭게 진입하는 젊은 컬렉터들에게 단편적인 정보나 소문에 휘둘리지 말고 ‘직접 작품을 많이 보라’고 조언했다.

“갤러리, 미술관, 경매 전시장에 찾아가 작품과 시간을 보내야 합니다. 자신의 눈으로 작품의 본질과 가치를 알아보는 안목을 키우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pink@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