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개 시·군에 이동식 화장실…여성농업인 등 공동 이용
농지법 규제 완화로 농지전용 절차 없이 설치 가능
NH투자증권 출연 농어촌상생협력기금 2억5000만원 활용
[헤럴드경제=김선국 기자] 밭에서 일하다 화장실이 급해도 마을회관이나 집까지 가야 했던 농업인들의 불편을 줄이기 위해 전국 농촌 들녘에 이동식 화장실 80곳이 설치된다. 특히 화장실 이용에 어려움이 컸던 여성농업인의 농작업 환경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전국 22개 시·군에 이동식 ‘들녘화장실’ 80곳을 설치한다고 10일 밝혔다.
농촌에서는 농지 주변에 화장실이 없어 장시간 일하는 농업인이 주거지나 마을회관까지 이동해야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특히 여성농업인을 중심으로 화장실 부족 문제를 개선해달라는 요구가 이어져 왔다.
실제 농업 현장에서는 “밭에서 일하다 화장실이 급하면 마을회관까지 걸어가기는 멀고 차를 타고 가도 20분은 걸려 농번기에는 정말 불편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고령 농업인 가운데 화장실 이용을 줄이려고 물을 적게 마시거나 급해도 참는 경우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농식품부가 전국 단위로 들녘화장실 설치를 지원하는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NH투자증권이 출연한 농어촌상생협력기금 2억5000만원을 활용한다.
농지 규제도 완화됐다. 지난달 28일부터 농지 안에 화장실을 설치할 때 별도의 농지전용 절차를 거치지 않고 가설건축물 축조신고만 하면 설치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이 바뀌었다.
농식품부는 지난 6월부터 지방정부를 통해 설치 수요를 조사했다. 농업경영체 등록 여부를 비롯해 화장실 설치 예정지와 주거지 사이의 거리, 공동으로 이용하는 여성농업인 수, 설치 장소의 적합성 등을 평가해 전국 22개 시·군 80곳을 선정했다.
선정된 농가에는 자동개폐식 양변기와 절수형 세면대를 갖춘 이동식 화장실이 설치된다. 오는 10월까지 설치를 마칠 예정이다.
화장실은 선정 농가만 사용하는 시설이 아니라 인근 농업인도 함께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 남녀 표지판을 바꿔 붙일 수 있도록 하고 관리자를 지정해 정기적인 소독과 정화, 분뇨 수거 등도 실시한다.
윤원습 농식품부 농업정책관은 “들녘화장실은 단순한 편의시설을 넘어 농업인의 인권과 건강권 보장을 위한 기본적인 농작업 환경”이라며 “여성농업인이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농작업 환경과 농촌 생활여건 개선을 위해 지속해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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