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4일 이후 처음으로 배럴당 100달러 돌파

호르무즈선 미-이란 해상·육지 넘나들며 보복에 재보복

홍해선 사우디와 후티반군 재격돌…‘두 개의 전쟁’ 우려

미군과 이란의 갈등이 증폭되고 있는 가운데 미군이 이란의 미 해군 군함 공격에 대응해 이란 유조선 5척을 파괴했다고 8일(현지시간) 밝혔다. 이날 사우디아라비아는 예멘의 친이란 반군 후티와 홍해 입구인 바브엘만데브 해협 통제권을 놓고 난타전을 벌이고 있다. 사진 속 붉은 원은 이란 유조선을 향해 날아가는 미군 미사일. [미 중부사령부 X]
미군과 이란의 갈등이 증폭되고 있는 가운데 미군이 이란의 미 해군 군함 공격에 대응해 이란 유조선 5척을 파괴했다고 8일(현지시간) 밝혔다. 이날 사우디아라비아는 예멘의 친이란 반군 후티와 홍해 입구인 바브엘만데브 해협 통제권을 놓고 난타전을 벌이고 있다. 사진 속 붉은 원은 이란 유조선을 향해 날아가는 미군 미사일. [미 중부사령부 X]

[헤럴드경제=이정환 기자] 중동 지역 긴장감 고조에 국제유가 기준인 브렌트유 가격이 9일 배럴당 100달러를 터치했다. 미국과 이란이 호르무즈해협에서 보복 공격을 주고받는 가운데 홍해에서도 사우디아라비아와 예멘 후티 반군 간 교전이 격화하면서 국제유가가 다시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선 것이다. 중동의 양대 원유 수송로에서 군사적 긴장이 동시에 높아지면서 공급 차질 우려가 유가에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한국시간 9일 오후 4시20분 현재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11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전장 대비 2.1%(2.10달러) 오른 배럴당 100.02달러를 기록했다. 브렌트유 선물 가격이 배럴당 100달러를 넘긴 것은 지난 7월 24일 이후 처음이다.

브렌트유는 전날에도 장중 99.46달러까지 치솟으며 100달러 선에 근접했다. 이후 상승 폭을 일부 반납해 97.92달러에 거래를 마쳤지만, 중동 지역의 무력 충돌이 확산하면서 하루 만에 다시 급등세를 탔다.

유가를 끌어올린 핵심 요인은 중동에서 동시에 번지고 있는 ‘두 개의 전쟁’이다. 호르무즈해협에서는 미국과 이란이 해상과 육지를 넘나들며 보복에 재보복을 거듭하고 있다. 홍해에서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친이란 성향의 후티 반군이 약 4년간 이어온 휴전을 뒤로하고 교전을 확대하고 있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이날 성명을 내고 요르단 알아즈라크에 있는 미군 기지를 탄도미사일로 공격했다고 밝혔다. 요르단군도 이란에서 자국 영토로 탄도미사일 20발이 날아왔으며 이 가운데 대부분을 요격했다고 확인했다.

후티 반군이 사우디 군사장비를 미사일로 폭격하는 장면. [UPI]
후티 반군이 사우디 군사장비를 미사일로 폭격하는 장면. [UPI]

IRGC는 또 이지스 전투체계를 갖춘 미 해군 구축함 DDG-119와 DDG-53을 미사일로 타격했다고 주장했다. 미국 선박 2척과 유조선 8척 등 호르무즈해협 내 선박 10척도 공격했다고 밝혔다. 다만 미국 측은 이란의 공격이 실질적인 피해를 주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이란의 공격은 미군이 이란 유조선 5척을 파괴한 데 대한 보복 성격이다. 대이란 군사작전을 지휘하는 미 중부사령부(CENTCOM)는 8일 유조선 공격이 “IRGC가 지난 이틀간 탄도미사일로 미 해군 함정을 두 차례 공격한 데 따른 대응 조치”라고 밝혔다.

양측의 충돌이 원유 수송선을 직접 겨냥하는 양상으로 번지면서 호르무즈해협을 통한 에너지 공급 차질 우려도 커지고 있다. 호르무즈해협은 전 세계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 수송의 핵심 길목이다. 선박 운항이 추가로 위축될 경우 국제유가에 붙는 지정학적 위험 프리미엄이 더 높아질 수 있다.

홍해 상황도 심상치 않다. 후티 반군은 드론과 탄도미사일을 동원해 사우디아라비아 남부 도시와 에너지 시설을 공격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맞대응에 나서면서 장기간 유지됐던 휴전 체제가 사실상 흔들리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홍해는 수에즈운하와 연결되는 주요 해상 물류 통로다. 호르무즈해협에 이어 홍해 항로까지 불안해지면 원유 공급뿐 아니라 선박 운임과 보험료가 동시에 오를 수 있다. 유가 상승이 물류비와 생산비 증가로 이어져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을 다시 높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시장에서는 당분간 국제유가가 중동의 군사적 충돌 수위에 따라 큰 폭으로 움직일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과 이란 간 외교적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유조선과 정유시설을 겨냥한 공격이 계속될 경우 브렌트유가 100달러 위에서 추가 상승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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