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보영 기자] “여보세요?”라는 전화 인사말이 Z세대(1990년대 후반~2010년대 초반 출생자)에서 사라지고 있다. 스마트폰의 발신자 표시 기능이 일상화되면서 별도의 인사 없이 곧바로 본론으로 들어가는 새로운 전화 예절이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5일(현지시간) “Z세대는 ‘헬로(Hello)’ 라는 인사말을 사용하지 않는다”며 “대신 다양한 방식의 맞춤형 전화 인사법이 나타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21세 아비게일 샤론은 가까운 친구의 전화를 받을 때 “벨로(Bello)”라고 말한 뒤 애니메이션 ‘미니언즈’에서 나온 말투로 대화를 시작한다고 NYT에 말했다.
모르는 번호의 전화를 받으면 아예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22세 소피아 페레즈는 낯선 번호로 전화가 오면 전화를 받은 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상대방이 먼저 말하기를 기다린다”고 NYT에 말했다. 스팸봇이 사람의 목소리를 녹음해 사기에 악용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뒤 생긴 습관이다.
NYT는 이처럼 전화 인사법이 달라진 배경으로 스마트폰의 발신자 표시 기능을 꼽았다. 오늘날 스마트폰에는 상대방의 이름뿐 아니라 사진이나 아바타, 별명 등이 표시된다. 전화를 받기 전부터 상대방이 누구인지 알고 있는 만큼 과거처럼 “여보세요?”라고 상대를 확인할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디지털 의사소통을 연구하는 언어학자 그리핀 바셋은 스마트폰을 통해 전화뿐 아니라 문자메시지, 이메일, 소셜미디어 등에서 상대방에 대한 정보가 한데 이어진다며 “굳이 인사말을 건네며 ‘공통의 접점’을 만들 필요가 없어졌다”고 설명했다.
전화 자체를 선호하지 않는 것도 Z세대의 특징이다. NYT가 만난 10대들은 친구들과 통화하는 것보다 음성 메시지를 더 자주 이용한다고 말했다. 17세 마리 페니는 문자로 긴 이야기를 입력하는 것보다 음성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 빠르다고 했고, 다른 청소년들도 별도의 인사 없이 바로 이야기를 시작한다고 했다.
이 같은 변화는 사람들이 실제로 말하는 양이 줄어드는 현상과도 관련 있다. 미주리-캔자스시티대 연구진이 10~94세 2000여 명의 대화 녹음 자료를 14년간 분석한 결과, 사람들이 하루에 말하는 단어 수는 2007년 약 1만6000단어에서 2019년 1만3000단어 미만으로 감소했다. 특히 25세 미만에서 감소 폭이 더 컸다.
전문가들은 대화 감소가 단순한 말투의 변화에 그치지 않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발레리아 파이퍼 미주리-캔자스시티대 심리학 및 상담학 부교수는 “말을 적게 한다는 것은 타인과 관계를 맺는 데 사용하는 시간이 줄어든다는 의미”라며 “대화가 감소하면 사회적 상호작용이 주는 즉각적인 정서적 이점뿐 아니라 견고한 인간관계를 유지하면서 얻는 장기적인 이점도 잃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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